금요일 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고향을 내려가는 차 안에 있다. 경부고속도로를 타려 톨게이트를 지날 때면 고속도로 양옆에는 우뚝 솟은 아파트들이 줄지어 서 있다. 운전하는 남편 옆에서 오늘 있었던 일을 종알거리며 내려가던 나는 고개를 돌려 높디높은 아파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네모난 박스를 붙여 놓은 듯 똑같은 외관을 갖고 있지만, 그 안에는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 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어른은 일터에서 각자의 고군분투를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편한 옷을 입고는 어딘가에 기댄다. 가족, 음악, TV, 침대. 집에는 좋아하는 것이 많으니까.
집에 있는 누군가가 “오늘 하루는 어땠어?”라고 묻는다면 “별일 없었어. 똑같지, 뭐~” 하면서도 “아 맞다. 오늘 웃겼던 게~”라는 말과 함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가 주렁주렁 나오기 시작한다.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일들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글쓰기와 대화는 닮았다. 대화를 통해서 글감을 얻고, 글을 쓰다 보면 대화의 소재가 쌓이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누군가와 대화하고, 혼자서 글을 쓰는 시간이 켜켜이 쌓이면 일상은 더 풍성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수많은 집 안에서는 어떤 대화들이 오가고 있을까?', '어떤 음악들이 흘러나오고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며 시속 100km 차에 몸을 싣고 고향을 향한다. 고향에 있는 가족들은 늦은 밤 우리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고, 때마침 아버님께 어디쯤이냐고, 조심히 내려오라는 전화가 왔다. 맥주 한잔을 하고는 미리 펴주신 이부자리에 몸을 뉘고 잠을 청한다. 따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