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나서, 회사에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왠지 일상이 더 촘촘해진 듯이 마음의 여유가 더 없어져 엄마와의 통화시간이 줄었다. 휴직에 들어오고 나서는 산책할 때나 식사를 할 때, 그 외에도 틈이 나면 엄마한테 전화를 자주 드리곤 했다. 그러다 또 바빠지고, 만나는 사람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통화시간이 줄곤 했다.
오늘은 식사를 하며, 티비를 보다가 엄마가 좋아하는 강아지 나오는 프로그램이 새로 생긴 것 같아 알려주려고 전화를 걸었다. 강형욱 훈련사가 시골에 내려가 강아지 주인들과 대화 나누는 프로그램인데, 보는 동안 강아지랑 시골의 한적함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이어서 엄마한테도 전하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엄마와의 통화 중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별안간 대화의 흐름은 서로에게 쌓인 서운한 마음으로 흘렀다. 즐겁게 대화를 나누던 모녀는 서로에게 모진 말을 쏟아내며 씩씩대고는 통화를 끝마쳤다.
엄마가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 추천해 주려고 전화 걸었다가 기분이 언짢아진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눈앞에 떨어진 과제를 했다. 그렇게 세 시간 정도 흘렀을까. 엄마랑 왜 이렇게 다퉜는지 기억도 안 났다. 그래서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엄마한테 전화를 드렸다. 아까 못되게 말해서 죄송하다고. 그랬더니 엄마도 금방 풀리셔서 엄마도 미안하다고 하셨다.
엄마는 통화를 끊고는 시간이 좀 지나 내가 추천해 주신 프로그램을 보고 계시면서 기분이 좋아지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 다퉜지? 생각했다고. 순간 웃음이 났다. 그러면서 불현듯 ‘내가 참 엄마를 닮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씀드렸더니, ‘내가 낳았으니까 날 닮았겠지~’ 하고는 웃으셨다.
별일도 아닌데 우리는 왜 투닥거리고 싸울까. 존재만으로도 든든하고 감사한 가족인데, 왜 서로의 마음을 할퀴고 금방 서운해할까. ‘안 그래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일상, 가족들에게 먼저 조금 더 따뜻한 말, 웃는 얼굴, 꾸준한 관심을 가져봐야지.’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