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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한생글 Nov 03. 2023

조화로운 삶을 살았던 16살 소녀

삶의 여러 요소들이 균형을 이뤘던 중3 시절

마음 깊숙한 곳에서 한 가지에 몰입해 집중하는 게 열정이라고 생각했다. 20대까지는. 그러나 30살, 직장생활 6년 차가 지나가고, 결혼을 하게 되면서 자주 하는 생각이 있다. 삶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스무 살 이전 기억나는 시기 중 가장 행복했던 때는 늘 중학교 3학년, 16살이라고 했다. 되돌아보니 그때만큼 삶의 균형이 잡히고, 좋아하는 게 많았던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이다. 음식을 먹을 때 영양소가 골고루 잡혀야 건강하듯이 삶을 이루는 요소들이 골고루 내 일상에 자리 잡고 있을 때 건강할 수 있다.

먼저 학교 생활 중 학생 신분으로 중요한 공부에 대해서 말하자면, 중학교 1, 2학년에 비해 성적이 많이 올랐고, 1년 내내 잘 유지되었다. 반에서 2,3등을 유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왜 그 시절 유독 성적이 잘 나왔을까. 자기 주도적 학습이었다. 노력도 즐겁게 했고, 성취가 따라줘 더 신이 났다. 활력이 있었고, 좋아하던 것이 많았고, 만성피로가 없었다.

방과후교실로 논술반도 했었는데, 글 쓰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점점 발전하고 있다고 해주셨던 국어선생님이 생각난다. 좋아했던 미술과목도 특별활동으로 했었는데, 숙제를 하며 공부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하는 시간이 좋았고, 미술선생님이 내 작품을 꼼꼼히 봐주시며 칭찬해 주셨던 게 좋았다.

중학교 2학년 때 다니던 학원 수학 선생님이 중3 때에는 과외를 해주셨다. 재밌으셨고, 어려운 수학 과목을 쉽게 잘 가르쳐주셨던 분이었다. 그래서 수학과목만큼은 더 잘하고 싶었다. 선생님의 관심과 칭찬이 그 시절 나에겐 큰 동기부여가 됐다. 과외선생님과 친구 J와 방과 후에 수업하던 시간들은 지금도 선명하다. 참 많이도 웃었다. 시험이 끝나고는 가끔 노래방도 갔다. 선생님이 오기 전 간식과 음료도 사다 두고, 뚱땅거리며 피아노도 신나게 치곤 했다. 과외 시간을 기다리는 그 시간마저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어린 시절 나는 피아노를 좋아했다. 동네 서점에서 좋아하는 가요 악보를 사다가 집에서 신나게 피아노를 쳤다. mp3에 내가 좋아하는 노래만 꾹꾹 눌러 담아 반복해서 들었던 그때. 과외선생님이 추천해 주시는 팝송을 들어보고, 따라 부르고, 노래방 가서 불렀다. 좋아하는 곡이 참 많았고, 소중했다.

과외를 같이 했던 J라는 친구와 가장 친했다. 하굣길 서로의 집을 왔다 갔다 배웅하며, 전화통화로 조잘조잘 이야기도 많이 했다. 16살 중학생 소녀들은 무슨 이야기를 그리 나눴을까. 그 외에도 주변에 재밌는 친구들이 많았다. 다섯 명 정도. 그 시절 나는 좁고 깊은 인간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친구들과 두루두루 어울리는 성격은 아니었고, 친한 몇 명과만 관계를 잘 유지했다. 그렇다고 나중에 멀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시절 같이 학교를 다니며 추억을 쌓아준 고마운 친구들이다.

신체적 건강의 측면에서도 좋았다. 체육과목 수행평가를 위해 배드민턴, 줄넘기를 열심히 했고, 살을 빼기 위해 집 근처 공원에서 운동도 꽤 열심히 했다. 중학교 때는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그땐 학교에서 급식을 먹고, 외식은 자주 하지 않았다. 엄마가 음식을 해주던 시절이었으며, 홍삼 진액을 열심히 챙겨 먹었고, 체력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3~4시면 학교가 끝났고, 학교 끝나고 돌아오는 하굣길에는 큰 나무들이 가득했다. 봄이면 벚꽃이 피고, 가을이면 낙엽진 나무가 가득했다. 집 근처 갑천에 나가 운동을 할 때면 옆에 큰 하천이 있었고, 고층 아파트는 떨어져 있어 하늘이 바로 보였다. 음악이나 라디오를 들으며, 산책하곤 했다.

그 시기에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갔고, 내 방이 있었다. 시험기간 새벽에 방의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면 울창하고 큰 나무들과 별처럼 빛나는 것 같은 가로등이 코끝 시원한 바람과 함께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그럼 시험기간의 피곤함보다는 뿌듯하면서 벅찬 감정이 느껴졌다. 그 시절 좋아했던 가수가 성시경이었다. 새벽 12시부터 2시까지 진행했던 제주도 푸른밤 그리고 성시경입니다. 라디오는 그 시절 감성을 촉촉하게 해 주었다.

그 후로 16년이 지났다. 중3 때까지 살아낸 만큼의 딱 두 배를 살았다. 삶의 균형을 다시 되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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