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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윤 Sep 19. 2022

영국 여왕과 영국 국가, 퀸 음악에 대하여   

완벽한 정보와 상상력의 빈곤

중학교 3학년이던 1985년 라이브 에이드 중계방송에서 퀸의 라이브를 본 뒤, 퀸의 음악과 함께 살아가는 열성팬이 되었다. 공연 이전까지만 해도 퀸은 'Radio GaGa'를 발표한 그저 그런 밴드로 알고 있었지만, 라이브 에이드 이후 Queen greatet hits 테이프를 시작으로 퀸의 음악을 섭렵하면서, 퀸 음악 없이는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퀸에 빠져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기준으로 따지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퀸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기에 퀸에 대해서 잘 몰랐을 뿐 아니라, 퀸의 음악 역시 쉽게 접하기 어려웠다.


당시 인기 가수 김완선은 TV 가이드 같은 잡지에서 좋아하는 노래로 매번 'Bohemian Rhapsody'를 거론했는데, 한 번도 그 노래를 들어보지 못했기에 너무나 답답함을 느끼곤 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당시 금지곡이어서 방송에서는 나오지 않았고, 정식 발매 앨범에서는 노래가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Killer Queen' 가사 처음에 등장하는 'MOET&CHANDON'을 제대로 해석한 음악책은 없었다. 어떤 책에서는 '무서운 음모'로 다른 책에서는 '귀중품'으로 번역했을 정도이니, 역시 'Killer Queen' 가사에 나오는 크러스치브(Khrushchev)가 누구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 역시 드물었다. 프레디 머큐리의 성적 취향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했다.


시 여유가 있는 고등학생들은 이른바 빽판 시장에서 구할 수 있었지만, 내가 살던 지역에는 LP 플레이어를 가진 가정이 거의 없었고  카세트 플레이어에 의존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기에 김광환부터 황인용, 전영혁의 라디오 프로그램과 설날이나 추석에 받는 돈으로 겨우 1년에 몇 번 테이프를 구매하는 학생 입장에선 공식 라이선스로 발매된 퀸의 테이프를 늘어질 때까지 듣는 것이 가난한 퀸 마니아의 일상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부유한 가정에서 접한 퀸의 라이브 앨범 'Live magic'을 통해 마지막에 실린 'God save the Queen'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당연히 퀸의 노래일 줄 알았는데, 퀸이 '신이여 여왕을 구원하소서'라는 곡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절묘한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되었는데, 내심 Killer Queen과 대조를 이루는 작품이라고 혼자서 생각하곤 했다. 시간이 흘러 이 노래가 영국 국가임을 알게 되었을 때 큰 충격을 받을 정도로 정보가 부족한 시절이었다. 'God save the Queen'은 찬송가와 같은 음을 사용하며 리히텐 슈타인의 국가도 같은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잉글랜드와 리히텐 슈타인이 축구 시합을 하게 되면 같은 음의 국가가 두 번 울려 퍼지는 진풍경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영국 국가 'God save the Queen'은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이후 사용하게 된 것이며 전에는 'God save the King'이었고, 이제 찰스 3세의 즉위와 함께 다시 'God save the King'으로 복귀하게 된다는 건 2022년에야 알게 된 사실이다. 여왕의 치세는 길었으며 퀸의 결성과 프레디의 사망,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까지 모두 여왕의 시대에 이루어진 관계로 라이브 마지막 곡은 'God save the Queen'의 차지였지만, 퀸 공연인 만큼 'God save the Queen'을 유지할지, 바뀐 시대에 맞게 'God save the King'이 될 것인지는 관객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영국 여왕은 'Killer Queen'이 아니며 당연히 흐루시초프와 케네디를 중재하지는 않았고, 우리나라와는 큰 관련이 없긴 하지만 여왕의 장례식은 한 시대가 저물어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순간이기도 하다. 만일 상념에 젖어 가벼운 술을 한잔 하게 된다면 1980년대 한국에서 '무서운 음모'로 번역된 '모엣 샹동' 만큼 어울리는 것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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