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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윤 Oct 04. 2022

젊은 날의 추억, 스크린에서 부활하다

ZARD 공연을 극장에서 본 감상

넷플릭스, 왓차, 디즈니를 비롯한 OTT의 시대에 살고 있는 데다 코로나 팬더믹이 아직 종료되지 않는 상태에서 극장은 우리 시대의 사람들로부터 조금씩 멀어져 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매주 시네 21을 탐독하고, 매달 KINO가 나오기만을 기다렸을 만큼 예전에는 영화를 좋아했지만, 올해 극장에서 본 영화는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 두 편에 불과하다. 두 작품 모두 좋아하는 감독의 작품으로, 이런 영화는 꼭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이상한 의무감에 극장을 찾았던 측면도 있다. 2022년 나를 극장으로 이끈 세 번째 작품은 왕가위나 이창동, 허진호의 영화가 아닌 일본 밴드 ZARD의 공연 실황이다. 


ZARD는 여성 보컬 사카이 이즈미의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ZARD=사카이 이즈미로 통하는 게 사실이다. 그녀는 2007년 40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 많은 팬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평소 TV 출연을 하지 않았던 사카이 이즈미는 당연히 일본 가수들에게 최고의 무대인 NHK이 홍백가합전에도 출전한 적이 없는데, 2007년 연말에는 그녀를 추모하는 공연 형식으로 홍백가합전에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당시 사회자의 멘트가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지금도 귓가에 생생한 느낌이다. 

"어서 오세요, 홍백가합전 첫 출전, 사카이 이즈미상"


ZARD를 접한 것은 1999년 11월이었는데 당시 일본 문화가 완전히 개방되지 않은 상황인 데다 인터넷도 활성화되지 않아  일본 음악을 접하기는 쉽지 않았다. 마침 1999년 11월에 열린 한일 프로야구 슈퍼게임에 출장을 가게 되었고, 전성기를 달리던 J-POP을 만날 수 있었다. ZARD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던 상황에서 앨범을 구입한 건 단지 청순한 외모 때문이었는데, 음악을 듣다 보니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 사람은 80년대 좋아했던 가수 장덕이었다. 


사카이 이즈미와 장덕은 닮은 점이 꽤 있다. 사카이 이즈미는 대부분의 음악 가사를 직접 쓰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장덕은 작사뿐 아니라 작곡까지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이 두 명이 쓴 가사를 보면 비슷한 감성을 가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창법 역시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아쉬운 건 두 사람 모두 짧은 생애를 살았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을 발간한 뒤 한국과 일본의 스포츠 문화를 다룬 두 번째 책 집필을 완료해 내년 초 발간될 예정인데, 그 다음 책으로는 음악과 스포츠를 다룬 내용을 구상하고 있기에 당연하게도 일본 스포츠의 국민가요인  ZARD의 負けないで가 들어가게 된다. 그다음으로 도전하려고 구상 중인 것에는 장덕의 음악이 주요 소재가 될 것 같다.   



CGV에서 상영한 ZARD의 2004년 공연 실황은 화질이나 음질, 내용에서는 그리 좋은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그냥 2004년 여러 곳에서 진행했던 공연을 합쳐 놓은 것에 불과한 데다 ZARD 팬 입장에서 특별한 점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형 스크린에서 사카이 이즈미가 열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평일 2만 원이라는 가격은 분명 비싼 면이 있지만 ZARD팬으로서는 후회하지 않을 이벤트였다. 


장덕 팬카페에 따르면 2023년 장덕의 일생을 다룬 영화를 준비 중이라는 내용이 나오는데 실제로 스크린에서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영화 제작이라는 것이 한순간에 엎어지는 경우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만일 영화가 어렵다면 이번 ZARD의 공연처럼 TV 출연 영상 등을 편집해 스크린에서 상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쉽지 않겠지만 꼭 이뤄졌으면 한다. 젊은 날의 우상을 스크린에서 본다는 게 특별하다는 걸 영화 보헤미안 랩 소니, ZARD 공연에서 실감했기 때문이다. 


이제 10월, 신해철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한때 뮤지컬 이야기도 있었는데 어떻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어떤 형태로든 스크린에서 그를 만나면  그 순간만큼은 너무나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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