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스포츠 징크스의 세계
올해 말 펼쳐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향한 열기가 뜨겁습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트럼프가 51%를 얻으며 1위를 차지하면서, 올해 열리는 바이든과 트럼프의 리턴 매치가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대선과 관련한 스포츠 징크스가 오랜 기간 이어진 적이 있습니다.
미국프로풋볼의 워싱턴 커맨더스는 워싱턴 DC에 있는데다. 미국 대통령 선거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징크스가 60년 이상 계속됐습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화요일에 열리고, NFL 경기는 하루 앞선 월요일에 펼쳐지는데요, 워싱턴 구단이 대선 하루전 경기에서 이기면 여당이, 패하면 야당이 승리한다는 징크스가 1940년부터 시작되어 2008년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대선 직전에 열리는 워싱턴 경기에는 엄청난 관심이 쏟아지곤 했는데요, 2012년부터 3번 연속 워싱턴의 승패와 미국 대선 결과가 엇갈리게 되면서, 이제는 사라진 과거의 징크스로 남게 됐습니다.
워싱턴 커맨더스와 미국 대선 징크스 못지 않게 오랜 기간 유지되는 징크스가 있는데요, 바로 PGA 최고의 대회인 마스터스 골프대회 파3 컨테스트 징크스입니다. 파 3 대회는 1960년부터 시작되었는데, 대회 하루 전에 파3, 9개 홀에서 펼쳐지는 전통적인 행사인데, 즐겁게 펼쳐져야 할 파 3대회가 언제부터인가 긴장감, 경계심 속에 열리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파 3대회 우승자가 한 번도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파 3 대회에서 정교한 샷을 자랑하던 선수는 본 대회에서 부진하고,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그린 재킷을 한 번도 입지 못하는 징크스가 2023년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선수들은 파 3 콘테스트에 불참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파 3 징크스를 피해서 그린 자켓의 주인공이 된 선수들도 우승 이후 부진에 빠진다는 징크스도 있었는데요, 최근에는 마스터스 우승 이후에도 좋은 모습을 이어가는 선수들이 등장하면서 마스터스 우승자의 부진 징크스는 깨졌습니다만, 파 3 대회 징크스만은 63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프로야구 필라델피아는 2023년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패해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는데요, 필라델피아의 탈락에 안도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필라델피아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면 경제 위기가 온다는 징크스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2022년 10월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필라델피아가 우승하면 경제 위기에 대비하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기도 했습니다. 이 징크스의 시작은 192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가 우승한 직후 뉴욕 증시가 대폭락하는 이른바 검은 월요일 사태가 벌어졌고, 1930년 대공황이 미국 경제를 덮친 적이 있습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1980년 첫 우승을 차지하자 1980년을 강타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찾아왔습니다. 필라델피아가 28년 만에 우승한 2008년에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이어졌습니다. 최근 2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필라델피아가 우승권 전력을 갖추게 되면서 필라델피아와 금융 위기 징크스가 더욱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일본프로야구 주니치는 선동열-이종범의 팀으로 친숙한데요, 일본에선 주니치가 리그 우승을 하면 6개월 안에 정치적인 격변이 일어난다는 징크스가 존재합니다. 선동열 선수가 마무리 투수로 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1999년 총리였던 오부치 총리는 재임 중이던 2000년 4월 갑자기 쓰러져 사망했습니다. 이 밖에도 주니치가 우승한 해에 5번이나 내각 총사퇴가 이뤄졌고, 집권 자민당이 이례적으로 선거에서 크게 졌던 1982년과 2006년 모두, 프로야구 우승팀은 주니치라는 신기한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정치뿐 아니라 경제적인 징크스도 있는데요,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가 우승하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말이 있지만 실제로는 요미우리 우승과 주가 폭락의 상관관계가 더 높습니다. 물론 요미우리가 우승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나온 것일 수도 있지만, 닛케이 평균 주가 하락률 워스트 15를 분석해 보니, 모두 요미우리가 우승한 해에 발생했다고 합니다.
요미우리의 영원한 라이벌인 한신이 우승하면 진짜로 경기 살아난다는 긍정적인 징크스도 있는데요 한신이 리그 우승을 한 1962년과 64년은 도쿄 올림픽과 겹치면서 올림픽 호황을 이룬 시기였습니다. 리그 우승과 일본 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한 1985년에는 버블경제의 정점에 있던 시기였구요, 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2003년과 2005년 모두 이자나미 경기라고 해서, 일본은 경제 호황을 누렸습니다. 2023년 한신이 정규리그와 일본 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는데, 일본 닛케이 지수를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본으로서는 주니치나 요미우리가 아닌 한신의 우승 횟수가 늘어나야 정치적인 격변도 없고 경기가 좋아질까요? 물론 객관적인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 징크스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니까요!!
구단 홍보와 선수 격려를 위해 만든 것이 징크스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아의 홈구장 외야석에 전시된 자동차를 맞춘 선수는 자동차를 변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동차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엄청난 행운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공교롭게 자동차를 받은 뒤에
부진한 징크스가 이어져서 이게 행운인지 불운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1호 주인공인 두산 김재환은 자동차를 받은 뒤 극도로 부진했구요, 최희섭 선수는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다 은퇴하고 말았습니다. 외국인 선수 터커는 시즌 종료 후 퇴출되었구요 LG 김현수는 가을 야구에서 부진했으며 나성범은 자동차를 받은 뒤 페이스가 떨어져 홈런왕 등극에 실패했습니다. 올해 홈런존을 맞춘 소크라테스 역시 자동차를 받은뒤 부진했고, 팀도 가을 야구에 실패해 기아 홈런존의 저주는 지난 2014년부터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KIA에 홈런존이 있다면 일본 지바 롯데에는 도시락 징크스가 있는데요, 팀의 간판 선수 이름을 딴 도시락을 출시하면 그 선수가 다치거나 팀을 떠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승엽 선수 도시락은 2005년 출시되었는데, 다음해 이승엽 선수는 요미우리로 이적하게 되었습니다. KBO리그 타격왕 출신 훌리오 프랑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이라부 히데키 등 도시락 징크스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데요, 이러다보니 후쿠우라나 사토자키처럼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락 출시를 거부하는 사례까지 나타날 정도였습니다.
축구에서 9번 하면 간판 공격수가 주로 사용하는 등번호죠? 가짜 9번이라는 전술이 존재할 정도로 9번은 축구에서 중요한 번호인데요, 명문 구단 아스날에선 9번 징크스가 유명합니다. 박주영 선수가 아스널에 입단해서 9번을 배정받았을 때, 뭔가 느낌이 좋지 않다고 느낀 축구팬들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월드컵 득점왕 슈케르와 독일 간판 선수 포돌스키를 비롯해서 아스널의 역대 9번 선수들은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박주영 선수 역시 9번을 달고 좋은 활약을 보이지 못했는데요, 지난 시즌 제수스가 9번을 달고 활약하면서 9번 징크스에서 어느정도 벗어난 모습을 보였습니다.
손흥민과 호날두의 등번호로 유명한 7번이지만, 첼시에서는 2000년대 이후 제대로 된 7번이 없어서 7번 징크스에 시달렸는데요, 프랑스 국가대표 캉데가 활약하면서 7번 징크스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반면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에서는 이승엽의 동료였던 니오카를 비롯해 7번을 단 선수들의 마지막이 대부분 좋지 않게 끝나면서, 등번호 7번 징크스라는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스포츠에서 징크스는 계속 탄생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는 운명을 갖고 있습니다. 의미를 두지 않고 재미로만 본다면 스포츠를 보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