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잠이 오지 않은 시간의 기록

by dreamer

시간은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다. 모든 것이 조용하다. 모든 것이 멈춘 듯하지만,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잠에서 눈이 떠지면 다시 잠들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눈을 뜨면 어둠은 이미 너무 깊어 있고, 그 안에서 홀로 깨어 있는 내가 낯설지 않다. 이 시간은 이제 나에게 너무 익숙한 세계가 되어 버렸다. 아이와 남편은 깊은 잠에 빠져있다.


불면은 어느 날부터인가 시작 되었다. 처음에는 약으로 버텼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받은 수면유도제를 복용하면 그럭저럭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약의 효과는 희미해졌고, 약 없이 잠들 수 있는 몸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듯하다. 지금 내가 다시 깨어 있는 이유는 약이 더 이상 나를 잠으로 인도해주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내 안에 가라앉지 못한 감정들이 계속해서 깨어 나고 있어서 인지 확실하지 않다.


오늘 이 밤은 유난히 조용하다. 오랜만에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될 만큼 서늘한 밤공기가 방 안을 감싼다. 기분이 묘하다. 더위가 잠시 물러갔다는 사실이 반갑기도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허전한 이 공기는 내 안에 남은 공백을 더 또렷하게 드러내는 듯하다. 정적이 감도는 거실에서 나는 묻는다. 왜 나는 이 시간에 잠들 수 없는가. 무엇이 나를 이토록 깨어 있게 만드는가.


귀를 기울이면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있다. 아무리 늦은 밤시간이건 아주 이른 새벽시간이건 고요한 밤과 새벽을 가르며 지나가는 자동차의 소리, 저 멀리 오토바이의 굉음, 그리고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다투고, 누군가는 말없이 발걸음을 옮긴다.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걸까. 그들의 밤은 어떤 빛깔일까. 그들의 새벽은 어떤 시작일까. 삶이란 무엇을 향해 이토록 부지런히 움직이는 걸까.

삶의 의미란 무엇일까. 존재의 의미란 무엇일까.


나는 그들을 보며 문득 부럽다는 생각을 한다. 방향이 있다는 것, 목적이 있다는 것, 그 자체로도 삶은 꽤 단단해 보인다. 하지만 나의 하루는 지금, 그 끝을 잃은 실타래처럼 느슨하게 풀려 있다. 시간은 흐르지만 나는 그 흐름 속에 함께 흐르지 못한 채 멈춰 서 있는 느낌이다. 나만 정지된 듯한, 그 시간 속에서 나는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새벽은 생각을 부추긴다. 감각이 예민해지는 이 시간에는 작고 미세한 감정의 떨림조차 크게 들려온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 오래된 후회, 사라지지 않는 슬픔, 쓸쓸한 외로움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 이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나를 덮쳐온다. 나는 지쳤고, 외롭고, 아프다. 그러나 동시에 그런 나를 꺼내어 이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내가 아직 살고 싶고 나를 존재하게 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잠들지 못하는 새벽, 나는 종종 이렇게 글을 쓴다. 글을 쓸 때면 나 자신을 조금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지금의 나는 상처받았고 지쳐 있지만, 동시에 살아남은 사람이기도 하다. 비록 잠은 오지 않지만, 이 시간에 생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안 어딘가에는 여전히 살아 있으려는 의지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언젠가는 이런 새벽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다시 푹 잠들 수 있는 밤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나는 이 시간을 기록해두려 한다. 깨어 있는 시간이 두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가장 진실하게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일 수도 있으까.


오늘도 잠은 오지 않지만, 나는 이 조용한 새벽을 지나 또 하루를 버텨낼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아주 조금씩 지나가고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평온한 밤이 내게 다시 돌아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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