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의 중간에 있는 나

by dreamer

#1. 꿈속의 엄마와 나

가끔 꿈을 꾼다.

꿈 속에서 나는 한 아이의 엄마가 아니라, 한 엄마의 딸이다.

부엌에서 나는 도마 소리, 조용한 물소리,

아침 햇살이 기지개를 켜듯 방 안으로 스며드는 순간

‘지금이 언제지? 엄마가 밥을 하고 있나?’

잠이 덜깬듯한 몽롱한 정신에 그리운 생각이 든다.


꿈속에서 나는 아직 어리고, 세상은 그리 낯설지 않고,

내가 하는 모든것에 자신감이 있다.

그리고 나를 보호해줄 존재가 늘 곁에 있는 듯한 안도감이 있다.

물론 현실의 엄마는 건강히 잘 살아 계신다.

하지만 이런 꿈을 꿀 때면,

지금 여기의 시간과는 다른,

아득하고 아련한 그리운 어딘가에 발이 닿는 기분이 든다.


그건 과거라기보다, 마음 속 깊이 간직해 온 감정의 조각들이다.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시간을 그리워하게 되는, 그런 조용한 마음의 떨림의 순간이다.



#2. 시간의 중간에 선 나

내가 엄마가 된 지 벌써 16년, 이렇게나 시간이 흘렀다.

믿기지 않는다.

나를 챙겨주던 엄마가 있고,

이제는 내가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 있다.


아침이면 나도 도마 앞에 선다.

딸의 아침밥을 준비하면서 문득문득,

그때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한다.

지금 나처럼 피곤했을까,

가끔 울고 싶었을까.

지금의 나보다 어렸을 엄마가 안쓰러워 안아주고 싶다.


나는 내가 아플 줄 몰랐다.

몸도 마음도 이렇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

엄마는 그 시절, 어떻게 그 모든 날을 견뎠을까.

그저 평범한 하루였던 날들이,

지금 돌아보면 참 단단하고 따뜻했다는 걸 깨닫는다.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내가 그 시간의 중간쯤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든다.

딸과 엄마 사이, 과거와 미래 사이,

나는 지금 여기, 숨을 고르며 하루 하루를 버티듯 산다.



#3. 오늘도 나는 밥을 짓는다

오늘은 그냥 눈물이 난다.

아무 일도 없는데,

그냥, 눈물이 난다.

비가 와서 그런가.

오늘은 왜 이렇게 마음이 무거운 것일까.


약도 먹었고, 힘든 일도 없다.

그런데도 자꾸 눈물이 흐른다.

그냥 슬프다.

말로는 다 닿지 않는 감정,

이유 없이 울컥하는 순간.


그래도 나는 일어난다.

도마 앞에 선다.

딸의 아침을 챙기기 위해,

뜨거운 밥을 짓는다.


엄마가 그랬듯이.

나도 그렇게 한다.


내가 그리워했던 것들을,

내가 지금 만들고 있다는 걸 안다.

그건 어쩌면 작은 기적 같다.

아무것도 아닌 일상 속에서,

나는 여전히 엄마이고, 딸이고,

한 사람의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오늘도 조용히 버틴다.

그게 나의 사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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