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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평 모음

고명환, <고전이 답했다> - 자기 계발의 미덕

by 어스름빛


책을 읽게 된 계기


대학원 동기에게 몇 번이나 이 책에 대해 들어놓고도 번번이 기억하지 못했다. "누구라고요? 책 제목이 뭐라고요?"라고 되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관심이 없었기에 이 책을 읽게 될 줄 몰랐다. 새로 가입한 독서모임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읽지 않았을 테니.



책 내용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나는 누구인가, 2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3부 무엇을 행해야 하는가이다. 각 장은 책 이야기를 서두로 하여 저자의 경험을 말한 후 교훈을 주는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자신이 언급한 책이 고전이라고 부르지만 보편적인 기준에서 고전이라고 말하긴 어려운 책들도 있다.


이를테면, 하루키의 소설이나 애나 렘키의 《도파민네이션》 같은 책들이 있겠다. 1949년에 태어난 하루키는 여전히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이다. 《도파민네이션》은 우리나라에선 2022년에 미국에선 2021년에 출간되었다고 한다.


'들어가며'를 읽어봐도 왜 이런 책들을 고전으로 분류하는지 알 수는 없다. 그저 모양이 없는 고전이 읽으면 무기보다 단단한 갑옷이 된다는 추상적인 표현만 있을 뿐.


각 장의 제목만 읽어도 무슨 말을 할지 알겠는 이 책의 교훈을 짧게 줄이면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한 후 실천하며 살라'가 되겠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요약하면, ‘우리가 부족한 인간인 건 당연하니 너무 슬퍼하지 말아라. 삶이 고통스러운 건 당연하니 남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아라. 열심히 읽고 생각하고 쓰면서 살면 돈도 많이 벌고 불안함도 느끼지 않을 수 있다'가 될 듯하다.



감상평


이런 부류의 자기 계발서는 어떻게 이렇게 한결같은지 놀라웠다. 자기 계발서를 거의 안 읽었으면서 이렇게 말해도 되는진 모르겠지만 10~20년 전에도 거의 똑같은 내용의 책을 본 것 같다. 책 읽으면 성공하고 천재 되고 돈 잘 번다. 이런 내용인데 이제 '천재' 된단 얘기는 빠졌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고전이라고 부르는, 저자가 언급하는 책과 자기 경험담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이어지는지도 잘 모르겠다. 글쓰기 이론에서 말하는 서두 쓰기 전략 중에는 누군가의 말을 인용하면서 시작하는 전략이 있는데 그 정도로 쓰였다 싶다. 저자에게 호감이 없는 나 같은 독자에겐 경험담도 재미가 없었는데 그 경험담 끝에 내놓는 교훈은 어디서 천만 번쯤 본, 아름답지만 공허한 교훈이니. 허무하기도 했다.


가장 황당한 부분은 말미에 실려 있는 '한 시간의 독서로 떨쳐낼 수 없는 불안감은 없다'였다. 저자는 '고전은 모든 영양제를 합쳐놓은 것 같아서 읽으면 불안감도 사라지고 의욕도 충만해진다'(242쪽)고 말한다.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독자로 사는 나는 불안 덩어리에 가까운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건지? 오히려 시대를 읽을수록 시대와 불화할 수밖에 없기에 (시대에 대한 걱정으로) 의욕이 꺾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최근 기후 위기에 예민한 분들이 그러하듯.


그런데도 2024년 8월 26일에 초판 1쇄를 찍은 이 책은 2025년 2월 3일에는 32쇄나 찍었단다. 아마 방송인이라는 유명세 때문에 가능했겠지만, 최근 그 어느 때보다 출판계가 불황인 점을 생각하면 베스트셀러 중에서도 상위권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저자는 책의 메시지처럼 읽고 써서 돈을 번 건 맞다. 그러나 유명하지 않은 사람도 따라 할 수 있는 기술이 될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


과거의 나라면 리뷰를 여기서 끝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나는 자기 계발의 미덕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타인의 부족함을 지적하는 일은 너무나도 쉽지만, 그 에너지를 스스로에게로 돌려 더 나은 자신이 되도록 노력하는 삶은 쉽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성찰하면서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어려워진다고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살던 대로 살고 생각하던 대로 생각한다. 그런 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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