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 깨서 아빠에게 달려온 아이
저녁을 먹고 목욕을 시키고 잠시 책을 읽어주거나 장난감을 갖고 놀아주다가 엄마 아빠랑 같이 9시 30분 정도에 잠자리에 드는 게 요즘 세령이와 우리 가족의 일반적인 저녁 일상 모습이다. 내가 육아휴직을 하기 전엔 보통 엄마가 세령이를 데리고 들어가서 자는 패턴이었고 또 당시만 해도 세령이는 엄마가 없으면 잠을 거의 못 자는 아이였다. 오히려 아빠가 옆에 있으면 잠을 더 못 잔다고 해야 될까? 엄마 없이 아빠 혼자서 재우는 그림은 상상도 못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휴직 전엔 지금과는 좀 다른 생활패턴이었는데 육아휴직 후 아빠와의 친밀도가 올라가서 일까? 이젠 아빠랑도 잠을 잘 수 있는 경지(?)에까지 다다랐으니 확실히 변화가 있긴 있었나 보다.
물론 그냥 잠들지는 않고 세령 이만의 의식이 필요하다.
요즘은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아 보이는데 세령인 배꼽을 아주 좋아한다. 잠잘 때는 엄마 배꼽이든 아빠 배꼽이든 만져야 잠을 자는데 심할 땐 엄마 배꼽을 아무 데서나 만지려고 해서 가끔 당황했던 경우도 종종 있었다 ㅎㅎ지금은 엄마 배꼽보다 아빠 배꼽을 더 좋아하는 것 같은데 이것도 육아휴직의 결과라고 해야 되나??
엄마 아빠랑 같이 잠자러 들어가면 짧으면 10분 안에 곯아떨어지기도 하는데 좀 늦게 되면 30분 심지어 한 시간 가까이 안 자고 뒹굴거리면서 엄마 아빠를 밟고 다니고 배꼽에 입 맞추고 울기도 하고^^ 어쨌든 그렇게 잠들면 아침까진 깨지 않고 푹 잘 자는 편이다. 엄마의 노력으로 세령이는 50일 정도에 통잠을 잤던 그런 아이!! ㅎㅎ 요즘 들어서 드는 생각이지만 아이 때 통잠을 재우기 위해 수면 교육도 하고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해봤는데 한동안 잠을 잘 자서 엄마 아빠가 편했던 건 사실이지만 점점 커가면서 드는 생각은 굳이 어릴 때 그렇게 수면 교육을 시켜야 하는가?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얼마 전에 엄마가 말하길 아이랑 따로 떨어져서 잘 게 아니라면 굳이 그렇게 열심히 수면 교육을 시킬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말을 했는데 나도 어느 정도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우린 세령이가 싫다고 할 때까지 그냥 같이 잘 생각이니까 ㅋㅋ
옆에서 아이가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천사를 보는 기분인데 뭐 굳이 따로 잘 필요가 있나 싶다.
지금이나 그런 아이이 모습을 보지 더 크면 새근새근 옆에서 잠들어있는 아이를 볼 기회가 얼마나 있겠나. 천사 같은 얼굴로 잠든 아이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그 작은 입을 오물 거리기도 하고 손에다 손을 갖다 대면 손가락을 꽉 잡기도 하고 가끔은 뭐라고 웅얼거리기도 하고 그냥 그렇게 쳐다보고 있는 시간이 더없이 행복하기만 한 시간이다.
그렇게 재우고 나면 아빠는 그때부터가 육퇴다! 8시에 출근해서 10시에 퇴근하는 14시간 정도의 육아시간 후 찾아오는 아빠의 자유 시간이므로 이 시간이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다. 그렇게 새벽 2~3시까지 주어진 자유시간 동안 블로그도 쓰고 웹툰도 보고 너튜브도 시청하고 책도 읽고 싶지만 책은 안 읽히네..ㅋㅋ 특별히 대단한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니지만 온전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그 시간이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얼마 전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육퇴 후 옆방에서 블로그를 쓰고 있는데 1시가 조금 안된 시간에 세령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평소에도 가끔 자다 깨서 울다가 잠들기도 해서 옆에 엄마도 있으니까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울음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잠시 후에 세령이 특유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응?? 왜 발자국 소리가 나는 거지? 하는 순가 갑자기 내가 있던 방문이 벌컥 열리면서 눈물 콧물 흘리면서 아빠를 찾아온 세령이가 등장!! 정말 깜짝 놀랐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너무 당화스러웠는데 한편으론 자다 깨서 옆에 아빠가 없다고 울면서 아빠를 찾아 방문을 열고 뛰쳐나온 이 녀석이 너무 사랑스럽더라! 안아서 좀 다독여 주니 금방 아빠 아빠 하면서 흐느낌이 잦아들길래 다시 눕혀줬더니 또 금방 스르륵 잠이 드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말로는 다 표현이 안 될 정도였다. 그날은 그런 아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걸로 아빠의 자유시간을 쓰기로 하고 한참 동안 토닥거려주다 아빠도 스르륵... 비록 소중한 아빠의 시간을 다 누리진 못했지만 그날은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본 걸로 만족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