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상 받다

추억 둘,

by 김긍정아가씨

초등학교 6학년. 감히 말하건대 내 인생의 황금기 아니었을까. 너무나 빨리 찾아온 듯한 인생의 황금기로군. 그때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인생이란 나쁜 일만 생기는 건 아니라는 것. 꼭 좋은 일과 나쁜 일은 같이 찾아온다던 으르신들 인생의 말씀이 그대로 들어맞구나 싶다.


6학년 학기 초, 아직 낯선 학급 친구들 사이에서 팔에 깁스하고 나타난 나는 말 그대로 유명인사가 됐다. 대부분이 모르는 사이였는데 한 아이가 팔에 깁스를 하고, 그게 또 하필이면 오른팔이라 왼손으로 불편하게 글씨를 쓰고, 급식을 먹을 때도 왼손은 숟가락, 젓가락 사용이 서툴러 불편하게 밥을 먹고, 심지어 외투조차 제대로 입기 불편해하는 모습에 당시 착한 어린이 친구들은 관심을 갖고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했고 그 덕에 저절로 아이스 브레이킹이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학급 반장, 부반장 선거에서 나는 꽤 압도적인 표를 받으며 여자 부반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것이 내 학창 시절 첫 감투였다.


욕조에서 미끄러져 팔이 부러지는 어이없는 사고로, 그래서 인생 첫 깁스라는 아픔을 겪었는데 그 덕에 학급 친구들을 죄다 사귀고? 그 인지도로 부반장이라는 직책도 맡게 되고.


그렇게 시작한 6학년은 훗날 인생의 황금기로 기억할 만큼 나에게 반짝반짝한 추억들을 많이도 안겨줬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는 동화책에서 본 내용을 현실에서 실천했던 것.


제목이 뭐였더라?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읽은 한 동화책에서 학급 친구들 모두가 소외되지 않게 다양한 타이틀로 상을 받았다는 대목이 있었다. 누구는 옷을 잘 입어 색동상, 누구는 주변을 항상 깨끗하게 청소해 깔끔상. 등등.


상이야 받으면 받을수록 좋은 것 아닌가? 졸업을 앞두고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의 시간을 보내는 우리들 모두에게 좋은 추억을 안겨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리고 담임선생님께 나의 생각을 전했더니 선생님도 그거 좋은 생각이라며 한 번 해보자고 하셨다. 그다음은 흐릿한 기억으로는 동화책에 나온 상 이름을 따오고, 우리 반 인원 수에 맞게 추가로 상 이름을 만들고, 투표용지를 만들고 착착 진행해서 학급회의 시간을 활용해 비밀투표를 진행했었다지.


개표와 수여자 명단 작성은 내가 맡아서 했었다. 누구든, 누구라도 학급에서 한 가지씩의 캐릭터를 갖고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하지 않아서 표 나지 않을 뿐이었다. 학급 친구들 모두 비슷한 생각을 했던지 각 상마다 적임자가 있었다. 시상은.. 졸업식에서 했었나? 그즈음했었나? 가물가물하다. 일기장을 한 번 뒤져봐야겠다.


학기 초반부터 인지도에서 상위권을 달렸던 나는 모든 친구들과 잘 지내는 사람에게 준 우정상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튼 그 에피소드로 모두가 즐거웠었다는 훈훈한 마무리.


지금의 나는 과연 그런 걸 제안할 용기가 있을까 싶다. 그때의 나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당시로는 대화하기 쉽지 않았던 선생님께도 겁 없이 말하던 그런 당돌한 아이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랬던 나의 모습도 놀랍다.


지금은... 튀지 않으려 가급적이면 내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누군가와 언쟁을 벌이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그러려면 대세에 큰 지장이 없는 한 내 의견은 없다. 그래도 괜찮다. 논쟁의 상황이 나에게는 더 버겁고 감당이 안되니까. 이렇게 변해버렸다. 반짝거리는 추억에서 너무나 나가버린 생각의 꼬리.

keyword
작가의 이전글빌려온 고양이 같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