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라서다. 삶의 속도와 마음가짐
때로는 나의 능력치와 시간적 여유를 고려하지 않고 혹은 고려하지 못하고 무언가를 시도하거나 저질러버리는 경우가 있다. 나는 자주 그래왔고 지금도 그런 경향이 있다.
바쁘고 정신이 없을 때일수록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수 있는데 꼭 그럴때 다른것도 놓칠까봐 조바심이 난다. 이렇게 시간을 정신없이 보내다가 내가 하려던 것을 놓치지는 않을까, 내가 보내고 싶은 시간들을 흘려보내버리지 않을까라는 조바심이다. 그리고 내가 보내고 싶은 시간들은 이런게 아닌데라는 생각으로 여러가지를 겹쳐서 시도를 했었다.
남편은 내가 욕심이 많아서라고 했다. 시간도 없고 체력도 한계가 있는데 하고 싶은걸 한꺼번에 다 해내려는 욕심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그 말에 화가나고 섭섭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상황이 안되니 놓치고 싶지 않았던게 많았던 거다.
남편은 걱정이 되서 하는 말이라고 했다. 그렇게 지내다가 건강이 상할까봐, 지쳐버릴까봐 걱정을 해서 적당히 순서를 지키는게 어떠냐고 조언을 했다.
사실 나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나는 언제나 그렇듯이 내 마음가는대로 내가 내 한계를 잘 알기에 나의 속도는 내가 정했다.
그런데 왠걸. 나는 내가 아는 그런 정도의 사람이 아닐수도 있다는 걸 문득 알게 된 것 같다. 나는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살아왔다는데 내가 아는 내가 그럼 사람이 아니네?
갑자기 같이 사람 사람에게 무한신뢰가 생겼다. 생각보다 나에 대해서 잘아는구나. 내가 모르는 나를 알고 있구나라는 걸 느꼈다. 물론 나도 그 사람이 모르는 부분을 내가 잘 아는 부분이 있다. 그 사람이 호언장담을 하지만 나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을 때가 종종 있다. 같이 오래 지내다보니 이렇게 나보다 당신을 잘 알게 되는 때가 오는구나 싶다.
나는 조절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한다. 지금은 시간적으로 체력적으로 내가 원하는 만큼의 여유를 가지지 못하기에 더 오랫동안 유지하려면 조절이 필요하다고 한다. 같이 사는 사람이 해주는 말이다. 그 말을 좀 듣다보니 천천히 꾸준히 하는 걸 익히게 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무언가를 시작할때 온 시간과 열정을 쏟고 에너지가 바닥나면 금방 포기해버리는 타입이었다. 지속하지 못하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가 없었고 그렇게 다양한 여러가지를 해왔다. 남편이 보기에는 포기가 빠르고 욕심이 많아서 여러가지에 손을 데는 것처럼 보였나보다. 사실 틀린말도 아니다. 남편은 하나씩 천천히 신중하게 시작하고 결국 끝을 본다. 여러가지를 하지 못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한가지만 마무리를 한다. 서로가 보완점이 있다는게 부부의 장점인건가..
나는 조절을 익히고 있지만 원래 타고나기를 이런 사람인지 여전히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벌리고 있다. 하지만 전처럼 모든 에너지를 쓰지는 않는다. 내 마음을 돌볼 시간, 가족과 얼굴 맞대고 대화를 할 마음의 여유, 잠들 시간이 지났지만 좀 더 수다를 하고 싶은 딸을 기다려 줄 체력은 남겨두는 편이다.
나는 나만의 조절을 배우고 있다. 에너지가 넘친다고 의욕이 많다고 다 해낼 수 없다는 걸 이제 안다. 조절을 하면서 잘 지내보려고 노력중이다. 내가 하고 싶은일을 다 해보려면 조절을 해야한다는 걸,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가까운 사람이 알려줬고 내가 그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도 조절을 잘 해가면서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의 마무리를 보고 싶다. 그 끝이 어떤 모습인지를 알고 싶다. 끝이 없다면 이 과정들이 끝을 만들어줄 것이고, 쌓이고 있는 시간과 글들과 영상들이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