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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달 Jan 07. 2020

주변 사람들 공기의 힘

무뎌지지 말자

 



 오늘은 여러 팀이 모여서 전략회의를 하게 되었다.

직종이 다르고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생각을 나누고 전략을 짜는 회의였다. 적어도 회의 전까지 내가 이해하는 회의의 취지는 그랬다.


 회의가 시작되자 회의를 주관한 사람은 여러 사람의 타깃이 되어 화살을 맞았다. 직급이 팀장임에도 불구하고 주임과 사원들의 고개 돌리고 무시하는 듯한 표정과 들리지 않는 한숨을 쉬는 듯한 모습들.


 나는 여기 입사하여 실 업무를 맡은 지 이제 두 달.

분위기를 완벽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생각도 했지만 어느 정도 눈치껏 알 수도 있는 게 있다. 내가 기대했던 이 조직의 문화는 정말 실망이었다. 아무래도 나는 실무적으로 무시를 당하지도 그렇다고 아주 인정받지도 않는 지극히 평범한 위치에 있다. 여기저기서 추측성의 의견과 친절하지 않은 대꾸들이 난무하는데 나는 입을 닫았다.


 물론 회의를 주관하는 팀장의 역량이 낮아서 이에 대해 화살을 준비하고 왔으리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리고 그 팀장은 생각보다 단단한 방패를 가지고 있다. 그런 화살들에 대해 상당히 역치가 높았고 잘 방어하고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 보여서 차라리 다행으로 보였다.


 


 그 팀장이 방패가 단단할지언정. 나는 너무나 불편하고 불쾌했다. 한마디로 수준이 낮은 사람들과 함께 앉아서 쓸데없는 말을 듣는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내가 수준이 높다라기보다는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직장동료라고 서로 말하는 이중성을 가진 사람들로 보였다.


그 전략회의로 인해 나오는 결과가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좋지 않다면 그 이중성을 가진 사람들은 그 팀장 탓을 할 거라는 예상은 나만 느낀 것이 아닐 것이다.


 사무실에 돌아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나에게 같이 회의를 참석한 사람이 회의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그 팀장이 준비한 자료가 부족하여 사람들이 아주 질타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한마디 던졌다.

 " 오늘 회의한 내용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팀장 아닌가요? 그렇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정확히 다 아는 상태에서 질문하고 질타를 한건 가요?"

"그러게요.."

"팀장이 미리 자료를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전송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다 읽어보지도 않고 회의에 들어온 것 같았어요. 그런데도 본인들의 지식으로 추측을 하면서 공격적인 말투의 질문들만 쏟아낸 것으로 보여요. 아주 여기 수준에 깜짝 놀랐고 실망스러워서 일을 할 의욕이 생기지 않네요."


 물론 사무실 분과 나는 친한 사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거리를 항상 유지하려고 한다. 그것은 그 전까지의 직장생활의 노하우이자 나 자신을 방어하는 방법이다. 적당한 거리는 그 사람과 더 돈독하고 친밀감을 주며 사적으로 감정이 상하는 일을 줄여주었다. 고맙게도 같은 사무실의 분은 본인 또한 그 팀장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회의에 참석했고 불만 섞인 태도를 보였던 것 같아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분명 그 팀장이 처음에 이 회사에 왔을 때에는 업무능력에 좋은 평가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떠한 계기로 인하여  그 팀장에 대해 업무역량이 매우 낮고 답답하며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여론이 생기면서 기존의 직원들은 그게 기정사실인 것 마냥 인식하게 된 것처럼 보였다.


 왜 그 어느 누구 하나도 왜 그렇게 생각을 하는지, 그 팀장의 업무분야에 대해 확실히 이해하고 은근히 따돌림을 한 것인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으리라. 왜냐하면 이미 다수의 사람들은 친분이 있었고 그 친분이 있는 사이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은 모두 다른 팀이다. 그래서 각자의 세부 업무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에 대해 짐작을 할 뿐.)


 나 또한 반대의 의견을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무실 직원이 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오늘 느낀 점은 여론에 동화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편견을 가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알고 보니 그 팀장은 그 전 직장에서 회사 총괄의 업무까지 해 봤으며 개인적인 사정으로 영역을 좁혀서 이직을 해온 케이스라 처음에 여러 부서에서 기대하는 바가 컸다고 한다.


 어떤 곳, 어떤 시간이든지 의미 없는 시간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들이 주는 의미는 분명히 있으리라 믿는다. 그게 지나서 후회로 남든, 성과가 없다고 생각이 들든 간에 말이다. 물론 자신에 대한 확신도 필요하겠지만 그 시간에 느꼈던 감정, 배웠던 스킬들을 언젠가는 활용하는 일들이 생기는 경험들이 많았다. 앞으로도 그럴 거라 믿는다.


 오늘 겪었던 놀라움과 실망감은 분명 나에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이 회사와 나의 일에 대해 회의감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아주 살짝 들었다는 단점도 있지만 말이다...


 오늘도 이렇게 회사생활로 인하여 나는 단단해졌겠지 하고 위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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