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뱉으려는 말이 입속을 다 돌기도 전에 나가버렸다.
잔뜩 성이 난 말들이 입속을 맴돌고 보드라운 솜뭉치가 되어서 나가야 소심한 나의 가슴 덩이가 후회가 없는데
오늘은 틀렸다.
이미 나가버린 성난 말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할퀴고 뜯다가 더 성이 난 채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성이 난 것들을 내쳐버리고 싶지만
내가 손을 내 젓기도 전에 이미 가슴팍에 꽂혀버린다.
이미 나를 떠난 성이 난 말들은
내 것이 아니지만 내 집처럼 다시 돌아오는 성난 말들 덕에
작은 입으로 내뱉는 말들을 곱씹게 된다.
-그냥 좀 질러봤다. 나도 성질 있는 사람인데..
그래도 소용없다.
나에게 고향처럼 돌아오는 출처가 '나'인 성난 말들은
어김없이 언제라도 다시 더 성난 손톱으로
나에게 돌아오더라.
알면서도
알면서도 또
내 입속을 꽃밭으로 가꾸기는 매일매일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세심한 손길이 필요한 것이리라.
어떤 때에도 입속을 맴돌고 내뱉은 말들이
후회할 일이 훨씬 더 많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말이 있다.
그 말들이 보드라웠으면 좋겠다.
나에게서 나가는 말들이 솜뭉치 같았으면 좋겠다.
당신과 나 사이에는 솜뭉치 가득한 꽃밭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