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사들도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사명감이 무엇이길래 사람들은 교사에게서 사명감을 찾을까? 국어사전에 찾아봤다.
사명감: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하려는 마음가짐
국어사전을 찾아보고 더 의아해졌다. 그럼, 교사에게 주어진 임무는 무엇이길래 다들 사명감이 없다고 하는 거지?
내가 학교에서 학생들과 선생님을 만나면서 느낀 점은 대부분의 학생은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하고 많은 교사는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것이 교사의 사명감이 아닌가? 다들 그런 마음가짐은 가지고 있는 거 같은데 학교 밖에서 바라보는 교사와 학교 안의 교사가 이렇게 다르다니 신기하다.
나는 임용고시를 3번만에 합격했다. 첫 번째 시험을 볼 때는 교단에 설 자신이 없었다. 교대 4년 내내 내가 교사가 돼도 되는 사람인가 고민했다. 그래서 두 번째 시험을 준비할 때 3개월짜리 단기간 기간제 교사 제의가 많이 왔지만, 한 군데도 못 갔다. 학교 안에서 실망스러운 나를 발견하면 영영 교사를 못 하게 될까 봐. 두 번째 시험도 떨어지고 세 번째 시험을 준비할 때는 죽기 전에 선생 한번은 해봐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그렇게 합격하고 다시 1년을 기다려서 임용되었다. 대학동기들보다 3년이나 뒤쳐졌다. 내가 한창 신규일 때 대학동기들은 타성에 빠진다는 3년 차였다. 동기들보다 늦었다는 생각은 신규 때부터 나를 달리게 했다.
“신규 때 열심히 해. 신규 때 놀면 계속 여유롭게 살게 되고 신규 때 열심히 하면 계속 열심히 하게 되 .”
선배 선생님의 말에 더 열심히 살았다. 임용되자마자 여름, 겨울 방학은 다른지역에 있는 계절제 대학원에서 밤새워 공부하며 보냈다. 아침 9시부터 16시까지 진행되는 대학원 수업을 받고 가장 큰 커피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초저녁에 두 시간 정도 잠을 잤다. 10시쯤 일어나서 날을 새며 과제를 하고 공부를 했다. 잠을 거의 안 잤는데 다음날 하루 종일 수업은 졸지 않고 다 들었다. 너무 신이 나서 공부했다. 논문 쓸 때는 한 달에 한 번 비행기를 타면서 논문 지도를 받았다. 가까이에서 지도교수님 이야기 듣는 것만 해도 너무 재미있었다. 대학원 간 김에 서울, 경기에서 진행되는 연수도 다녔다. 연수 시작 전에 ‘제주도에서 왔어요.’라고 자기소개를 하면 옆에 계신 선생님들이 깜짝 놀랐다. 그 반응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즈음 선배와 자기주도학습 플래너를 출판해서 인세도 몇 번 받았다.
그렇게 밖에서 배운 것은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했다. 내가 성장할수록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게 많아지고 학생들도 성장하는 모습이 보여서 기뻤다. 언제나 나는 작년에 내가 만난 학생들에게 미안했다. 올해의 내가 작년의 나보다 훨씬 성장해 있었으니까. 학교에서는 언제나 ‘열심히 하는 선생님’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주말에는 동료 선생님들과 8시간씩 교과서를 정리하면서 일주일 수업을 준비했다. 이야기를 듣고 싶은 선생님이 계시면 섭외해서 주변 선생님을 모아 연수를 만들기도 했다. 방과후 학교 업무를 하고 있으면서도 과학동아리가 하고 싶으면 과학부장에게 가서 동아리는 내가 해보겠다고 했다. 내 업무가 아니어도 내가 하고 싶은 업무가 있으면 맡아서 했다. 대학원이 끝나고도 나의 방학은 출장과 연수로 채워졌고 아무도 시키지 않은 방학 캠프들로 채워졌다. 그렇게 15년이 지났고 나는 선배의 말대로 신규 때처럼 방학 때 못 쉬고 일하는 교사가 되어 있다.
나는 직업이 교사다. 이 일을 잘 해내고 싶은 사람이다. 누군가에게는 좋았던 선생님이고 누군가에게는 힘들기만 했던 선생님일테고 누군가에게는 기억나지 않는 선생님이겠지만 그냥 나는 오늘도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묻고 싶다. 나는 교사로서 사명감이 있는 교사인가? 직업인 교사는 사명감이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