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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AI도 채용 면접이 필요하다?

DeepSeek vs. ChatGPT 에피소드

by 꿈공장장

[박규서의 AI 산책(Walk with AI)] (2)

2025.2.4


수학 문제, AI에게 맡겨봤더니?

며칠 전, 친구가 카톡으로 “수능 수학 문제를 DeepSeek과 ChatGPT에게 풀어보게 했는데, DeepSeek은 풀었고 ChatGPT는 실패했어.”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지난달 말 중국에서 DeepSeek이 발표되어 전 세계가 놀랄 만큼 화제를 모았기에, DeepSeek의 성능이 우수하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ChatGPT가 문제를 풀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왠지 마음에 걸렸다. “DeepSeek이 수학에 강하다고 하더라”라며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요즘 ChatGPT도 상당한 실력을 발휘하고 있기에 ‘정말 못 풀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 외부 일정에 쫓겨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문득 그 말이 떠올라 호기심이 발동했다.


DeepSeek vs. ChatGPT: 왜 이런 차이가 났을까?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우선 친구에게 어떤 문제인지 물어본 뒤 인터넷에서 해당 문제를 찾아 내가 사용하는 ChatGPT에게 입력해봤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번에는 ChatGPT가 문제를 거뜬히 풀어냈다.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ChatGPT도 풀던데?”라고 말하자, 친구는 당황한 듯 자신이 봤다는 원본 글 이미지를 다시 보내줬다. 그 글 속의 ChatGPT는 엉뚱한 답을 내놓았다는 설명과 함께 문제를 풀지 못한 캡처 화면이 있었다.

처음엔 “실행할 때마다 답변이 달라지나?” 혹은 “접속 시간에 따른 서버 부하 때문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원본 글을 꼼꼼히 살펴보니 결정적인 차이를 발견했다. 내가 사용한 ChatGPT는 OpenAI의 ‘o1 모델’이었고, 친구가 본 글에서는 낮은 버전의 ChatGPT가 쓰였던 것이다. 결국 같은 이름의 ‘ChatGPT’라도 버전이 달랐으니, 사실상 서로 다른 모델을 비교한 셈이었다.


‘ChatGPT’도 여러 가지 버전이 있다

ChatGPT가 2023년 이후 생성형 인공지능 열풍과 함께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지만, 평소 ChatGPT를 자주 쓰지 않는 사람이라면 버전 차이를 몰랐을 수 있다. 실제로 ‘ChatGPT’라는 이름 아래에도 여러 모델이 있고, 버전에 따라 성능이 달라진다.

이는 현대자동차가 같은 브랜드 내에서 소형차부터 대형차까지 다양한 모델을 운영하는 것과 비슷하다. OpenAI의 ChatGPT도 o1 모델, 이전 모델 등 여러 버전이 있으며, 무료 버전과 유료 버전 사이에서도 복잡한 추론이 필요한 작업의 성능 차이가 클 수 있다. 즉, 같은 회사에서 만든 AI라도 어느 버전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얘기다.

한편 DeepSeek은 OpenAI의 o1 모델을 경쟁 상대로 삼아 만들어졌다. 이는 현대차의 그랜저를 비교하려면 기아의 K8과 견줘야 한다는 논리와 다름없다. 성능을 제대로 비교하려면 동일한 버전의 ChatGPT(o1 모델)와 견줘야 했는데, 우리는 ‘사과와 사과’가 아닌,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했던 셈이다.


‘AI 면접’이 이미 시작된 시대

이번 에피소드를 통해 변화의 속도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오고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2022년 말 이후 생성형 AI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이전에는 상상 속에만 머물던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는 일이 잦아졌다. 그 과정에서 이미 많은 업무 현장에서 AI를 활용하기 시작했고, 지난 2년간 AI 모델은 더욱 발전해 종류도 한층 다양해졌다.

이제 곧 더 많은 AI 모델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다. 기업이나 개인은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목표와 예산, 요구 사항에 맞는 모델을 선별해야 한다. 말하자면 AI 모델을 ‘면접’ 보듯 골라야 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된 셈이다. 앞선 사례처럼 AI 모델의 성능이나 비용 구조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AI 시대에서 비효율적인 결정을 내릴 위험이 높아진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 AI를 단순한 ‘도구’로 여기지만, 향후 더욱 발전된 AI 모델이나 에이전트(Agent), 혹은 이를 탑재한 로봇을 활용하는 것은 인력을 고용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을 뽑듯, 앞으로는 AI 모델도 평가하고 선택(채용)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실 이 시대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기업이 직원을 뽑을 때 지원자의 능력과 특성을 꼼꼼히 살피듯, AI 모델 역시 특정 업무에 얼마나 적합한지 따져봐야 한다. 이미 AI는 고객 서비스, 데이터 분석, 콘텐츠 생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앞으로는 “어떤 AI 모델이 가장 적합한가?”를 판단하는 능력도 곧 경쟁력이 될 것이다.


결론: AI 선택이 곧 경쟁력이다

현재는 더 나은 성능의 AI를 낮은 비용으로 개발하고 안전하게 운용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하지만 곧 기업이나 개인은 무수히 많은 AI 모델 중 어떤 모델을 ‘채용’하고, 어떻게 유지·관리할지를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는 향후 경영학의 ‘인사관리’ 개념에 ‘AI 채용 및 관리’라는 새로운 영역이 추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개인이나 기업, 더 나아가 국가 운영 전반에서 단순 업무를 넘어 팀 혹은 조직 단위의 기능까지 수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우수한 인재가 곧 기업이나 국가의 경쟁력”인 것처럼, 뛰어난 AI를 개발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 역시 상당한 경쟁 우위를 가져다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에피소드를 통해 다시 되짚어보면, 인공지능의 발전은 개인과 기업의 미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이런 변화를 슬기롭게 대비하고 제대로 준비하는 것만이 우리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박규서 (한국외대/건국대 겸임교수, 경영학박사, 공인회계사, 보험계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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