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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리 May 18. 2023

울프레드 선생의 옥상 글쓰기

일터가 꿈의 공간이 되도록

작가 선생 늑대 울프레드에게 이제 더 이상 자존심 따위는 없다. 그는 책을 단 한 권도 팔지 못한 작가였고 너무 춥고 배고픈 날, 일자리를 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바지 호텔로 걸어가는 울프레드의 옆모습에 지친 날 어깨에 내려앉은 고단함이 가득하다.


차가운 현실이지만 거만하고 으스대는 호텔 사장 돼지는 엘리베이터에서 동물 친구들을 태우고 인사조차 할 필요 없이 버튼만 누르라고 명령했고 늑대는 그에 맞게 유니폼을 입고 기계처럼 버튼만 누르는 일을 하게 되었다. 손님에게 인사할 필요도, 버튼을 잘 누를 생각 따위도 말고 그냥 버튼만 누르는 일, 기계의 부속품처럼 영혼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일터에서 생각은 사치다. 그것을 잘 하는 것보다 그냥 하는 것일 뿐인 단순한 일이라니, 꿈 많은 작가 선생님께 가혹하지만 요즘 시대라면 N잡러가 될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울프레드씨는 최선을 다했다는 것!


“일이 끝난 뒤 울프레드는 종이 뭉치와 펜을 들고,

모조리 빠짐없이 본 대로 썼어요.”

어떤 손님이 오건, 또 어떤 사건이 일어나든 울프레드는 침묵했고 다만 그것들을 일이 끝난 후 옥상에서 글로 적어 종이비행기로 접어 날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종이비행기에 적힌 울프레드의 이야기를 먼저 보기 위해 호텔 사람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어느 날 엘리베이터 이야기가 돼지 사장의 화장실로 날아든다. 이에 쫓겨난 울프레드가 늦은 밤 납치되는 돼지 사장을 구출하고 상황은 완전히 역전된다.


오만하고 이해심이 눈곱만큼도 없던 돼지 사장의 배려로 호텔맨 울프레드의 엘리베이터는 작가의 방으로 멋지게 변신한 것이다. 결국 지리했던 공간이자 일터였던 현실이 원하던 삶을 가져다주었으니 변함없이 꿈꾼 자의 승리라고나 할까? 말할 수 없었지만 종이 뭉치와 펜을 들고 꿈꾼 울프레드의 매일매일은 옳았다. 그러니 곧, 오늘이 관건인 셈이다.


그림책 모임 멤버의 초대로 매일 글쓰기 모임을 시작한지 100일이 훌쩍 넘었다. 오랜만에 브런치에서 지인의 반가운 포스팅도 보고 매일 글쓰기 모임에서 그림책 리뷰를 하며 호텔맨 울프레드씨를 보니 다시 브런치 업데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툭툭 먼지를 털어본다. 지난번 오프 모임도 했는데 이제 100일이었지만 글쓰기 멤버 6명 중 3명은 나보다 한자릿수 많은 1000일이었다. 무엇이 되었든 매일 기록하는 삶은 내게 매일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다. 울프레드씨를 "매일 매일 매일 글쓰기" 카페에 초대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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