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힘을 내세요! 그대로 버텨요. 거의 다 왔어요.. 조금만... 더 ..
참고 견디면 좋은 일이 올 거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는 사람에게는 가장 희망고문적인 말이었다. 나의 시련에 '어떡해'하며 발을 동동 굴리고 있는 것보다 희망 한 방울 섞인 이 말이 어쩜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 지나면 다 나아질 거라고 애써 믿으며 나의 길을 걸어갔다.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버티라는 말. 출산의 고통 속에 있을 때도 이 말은 빠짐없이 내 귀에 들어왔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고통을 버티면 아이가 나온다는 희망하나로 참고 또 참았다. 삶의 고통, 관계의 힘듦. 일상의 지침 속에 있는 사람에게 버티라는 말이 잔인하게 들리다가도 딱히 더 좋은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버텨라는 말을 더욱 자주 듣게 된 것도 모자라 이제는 내가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자기 계발서에는 유독 '버티는 자가 승리한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면 성공한다'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승리, 성공이라는 찬란한 미래를 그리게 하는 이 말 또한 희망고문에 가깝다. 누구나 성공할 수 없고,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없는데 왜 앞선 사람들은 희망을 담보로 버텨라는 말을 쉽게 하는 걸까.
나 역시, 믿지 못했던 입장이었지만 경험을 통해 증명해 내는 순간 버텼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지나가는 시간이라는 기차 위에 올라서 있었기에 기회도 잡을 수 있었고, 선택도 계속할 수 있었고, 다음 역에서 탑승하는 운이라는 손님도 만날 수 있었다. 버티지 못하고 기차를 타지 않았다면 버틴다는 의미를 영영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버텨보니 정말 원하던 일들이 현실이 되기도 하고 이룰 수 없을 것 같던 꿈도 이루게 되었다.
어린 시절 친구와 눈싸움을 할 때면 항상 지곤 했다.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는 그 순간이 길어질수록 불편해졌다. 이내 눈을 꿈벅거렸다. 친구와 말싸움을 해본 적도 없다. 시작 전부터 기싸움에서 질 것 같아 항상 뒷걸음 치던 나였다. 싸움도 잘 못하던 내가 나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상대방과의 대립 상황에서 버티는 동안 느낄 감정의 불편함, 관계의 어색함을 의식하는 나였다. 타인과의 관계, 감정의 변화에 두려워했었다. 반면 나와의 싸움에서는 그런 걱정이 없었다.
매일 열심히 일하며 지내던 어느 날 '한걸음 성장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라며 스스로 다독여주다 문뜩 궁금해졌다.
"나는 지금 나아가고 있는 걸까? 버티고 있는 걸까?"
내가 정한 목표, 해야 할 일 그리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긴 여정에서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버티고 있었다. 타인과의 대립관계가 아닌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어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을 뿐이었다. 나 자신이 나를 이긴 날에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힘든 날에는 스스로 자책과 채찍질을 해가며 그렇게 버티고 있었다.
과거엔 타인과의 대립에서 버텨야 하는 순간을 이기지 못했다면, 지금은 나와의 대립에서 내가 서있다.
나와 내가 대립하는 상황을 버티면 결국 나 자신 아니면 내가 이기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나는 내가 나를 이길 것을 알기에 대립하는 항상 버틸 수 있다. 결국 난 내가 이기는 게임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