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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Hunter Apr 30. 2024

심리학자가 보는 정신분석

그들이 우리를 보는 시선

드디어 상담학 과정을 시작합니다. 오랜만에 찾은 대학은 많이 변해서 리포트도 모두 전산 처리하고 심지어 도서관도 전자 도서관으로 이용한다니 이것저것 늙은 대학생으로 모든 것이 신기합니다. 호주 학교이지만 한국인 교수님이 계시는 과정이라 30년 만에 학교에서 한국어로 공부하는 기쁨을 호주에서 보겠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과정에는 심리학에 더해 정신분석도 다룬다고 하여 주저 없이 등록하게 되었지요. 지금까지 취미식으로만 보던 것을 드디어 제도권에서 교육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정통 정신분석 과정이랑은 현저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시드니에서 이게 어디입니까. 정신분석 학과는 5천만이 사는 고국에서도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흔치 않은 교과목 이니까요.

드디어 저도 제도권에서 교육을 받게 됩니다^^

추가로 이곳은 이론보다는 실무를 주로 하는 과정이라서 기대가 큽니다. 책으로 이론을 공부하는 것은 이제 줄이고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서 증상을 살펴보거나 상담 상황을 보고 싶거든요.


학교에서 교수님이나 선배님들을 만나서 저에 대한 소개를 하면서 정신분석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다들 신기하게 보는 눈치입니다. 학생들은 '오~'하는 느낌이고 교수님들은 눈으로는 웃으시지만 뭔가 껄끄럽다고 해야 할까요, 어색하다고 해야 할까요. 하여간 묘한 표정을 보이십니다. 상관없습니다.


Systems and Theories in Psychology, 2nd edition - M. Marx & W. Hillix


작년에 시티에 나갔다 헌책방에서 구입한 심리학 책입니다. 9장이 정신분석이기에 대략 살펴보았는데요. 정신분석에 대한 깊이가 있는 책은 아니니 설렁설렁 보며 넘기다 마지막 결론 부분에서 빵 터졌습니다. 그 부분은 끝에 다루고요. 저자가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견해는 이것입니다. 물론 모든 심리학자가 우리를 향해 이런 공통된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우릴 바라보는 시선은 대동소이하게 이럴 것 같다 짐작은 합니다.


정신분석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정신분석을 버리고 "분석 심리학"을 만든 칼 융쎔을 계속 다루며 옹호하는 입장으로 보아 저자가 우리 정신분석가들에게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유추할 수 있습니다. 칼은 이제 더 이상 정신분석가도 아니며 정신분석에 미련도 없는 양반인데 정신분석을 이야기하면서 칼 이야기를 누차 꺼내는 것은 좋고 싫고 문제를 떠나서 약간 논점이 맞지 않습니다.


칼 융은 자아가 가진 잠재력, 창의성, 통일된 모습을 강조한다.

Jung is typical of those who have placed increasing emphasis upon the unity and the creative potential of the self.


차라리 아래 견해는 오류는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정신분석에 대한 본인 생각을 말씀하시는 부분이라서 인상 깊었습니다.


정신분석은 과학이라기보다는 예술이나 철학으로 보는 것이 맞다 (저자는 심리학은 철저한 과학이라고 말씀하시는 분이고요). 이론상 그것은 헐렁하고 애매하며 가끔은 모순되기 때문이다. 치료에서도 정신분석은 다른 요법에 비해 효과가 탁월하거나 다른 치료에 비해 더 좋다는 증거는 거의 찾을 수 없다.

Psychoanalysis is more an art, a philosophy, and a practice than a science. The theory is loose and nebulous, sometimes even self-contradictory. The therapy has not demonstrated a greater effectiveness than other kinds of therapy, which in turn have seldom presented conclusive evidence that they are better than no therapy at all.  


치료 결과만 놓고 정신분석을 여타 심리 상담이나 요즘 미국에서 인기 있는 인지행동치료 CBT 등이랑 비교해서 결과물이 빨리 나오지 않는다는 불평은 이제 새롭지도 않습니다. 분석이라는 것 자체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100년 전에도 그랬으니까요. 분석가들이 기법을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없다고 비판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제가 볼 때는 정신분석은 프로이트 선생님이 고안하셨지만 이미 그 세대에서 거의 완성이 되었고 라깡 쎔이 언어 구조를 통해서 조금 보완한 정도로 더 이상 손댈 것이 없기 때문이지 게으름 때문은 아닙니다.


대부분 분석가들은 이론을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없어 보이는데 이것은 새로운 임상 증거가 없거나, 세련된 학문처럼 새로움을 발견하지 못해서가 아니고 (정신분석으로는)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Analysts have typicallys shown too little desire to improve the form of, or evidence for, the theory; this is not to imply that the theory does not show frequent changes as a result of new observations in therapy or, occationally, in better-controlled studies, although examples of the latter would be hard to demonstrate.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교수님들이 날 봄에 흘렸던 그 눈빛을 그대로 글로 옮긴 듯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제가 빵 터졌다는 곳입니다.


정신분석은 기발하고 신비하면서도, 실전에서 통할 기법으로 인간을 연구한다. 그래서인지 정신분석 지지자들은 광신도들처럼 몰려다닌다.

Psychoanalysis deals with the interesting and mysterious, yet practical and important, regions of man's existence. Its adherents have hung together in a kind of cult.



맞습니다.

저는 광신도입니다.

저에게 정신분석이 종교요.

프로이트 선생님은 제사장 모세입니다.  

그것이 제가 사람들로부터 받고 싶은 유일한 평가입니다.





(자신 글에 미친 화가 달리를 보며 옆 사람에게) 이 사람 완전 광신도네.
- 프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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