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꿈의 해석] - 영문 1
신학을 제도권에서 공부하지 않은 우리 일반 성도들도 오래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목사님이 주는 말씀을 비교 선택하고 평가하는 소비자 나아가 고객이 됩니다. 실제로 목사 설교나 말씀에 노예처럼 순종하며 끌려다니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목사 설교가 딱 보기에도 부실하거나 누구처럼 산 타고 넘어가는 개소리하고 있으면 바로 교회를 옮겨 버립니다. 경쟁 교회가 즐비하며 다른 종교나 우리를 위로해 주는 대체 상품들은 현대 사회에 널렸습니다. 사이비에 빠져서 삶이 망가졌다는 사람들은 본인도 자기 행실을 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구약 서른아홉 권, 신약 스물일곱 권으로 된 개신교 성경을 한 단어로 요약하라면 "예수"이겠습니다. 그러니 그 방대한 구약이란 예수가 올 신약을 준비하는 역사라고도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기독교인으로 살던 시절 존경했던 목사님들 말씀은 지금도 종종 기억이 납니다. 그중 한경훈 목사님 설교는 저뿐만 아니라 청년부, 장년부 노년부 모두에게 인기 만점이었는데요. 그 이유는 한목사님 설교가 쉬우면서도 엄청나게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누구나 느끼기 때문입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목사님 설교들은 대부분 거기서 거기입니다. 목사님 설교를 듣다가 실시간으로 몇 문장 긁어서 휴대폰 구글이나 네이버에 넣어보면 지금 강대상에서 열심히 떠드는 말씀이 그대로 정리된 요약본을 바로 찾을 수 있는 세상입니다. 그걸 가지고 설교 준비를 했다니 교회 장사가 될 리가 없지요.
하지만 한목사님 설교는 달랐습니다. 대충 신약에서 한 문장 따와서 착하게 살라고 썰푸는 목사들이랑은 다르게 구약 한 문장이랑 신약 한 문장을 준비합니다. 거기에 지금까지 듣지 못했던 해석을 누구나 이해되는 수준에서 역사랑 그 전후 문맥을 연결해 설명하기에 앞뒤가 척척 맞아 들어갑니다. 여기까지는 간혹 그럴 수 있는 목사가 있는데요. 마지막으로 우리 신도들이 지갑을 다 열 수밖에 없는 서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그 구약이랑 신약 문장을 연결하는 해석입니다.
여기서 관객들은 모두 쓰러집니다.
말로만 구약이 예수를 예언했다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실제로 찾아 증명하는 시간을 갖는 연구실 분위기로 주일 예배 시간을 바꾸는 능력이 그분에게 있던 것입니다. 문제는 한목사님도 사람이며 교회는 조직이기에, 정치랑 경영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목회라는 것이 지켜보니 그냥 순수한 마음으로 말씀만 잘 전하면 되는 것은 또 아닙디다.
프로이트 선생님은 히스테리 환자를 치료하려는 과정에서 약물 치료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기존 최면술이나 심리학을 독학하기에 이릅니다. 물론 선생님께서 평소 개취로 공부하셨던 막대한 철학, 인문학, 시 지식도 일조하여 정신분석이라는 학문이 탄생하며 선생님은 이것을 이른바 메타-심리학, 즉 기존 심리학을 기반으로 했지만 그를 뛰어넘는 새로운 심리학이라고 명명하십니다.
프로이트를 비과학 끝판왕이며 사이비론자라 극혐하는 일부를 빼고는 수많은 심리, 정신분석 다른 학파들도 위 메타-심리학 선포에 깨갱하는 바이고요.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프로이트 선생님은 창조자이며 위대한 실천자이니; 미 프로 농구 협회 NBA 창립자가 농구 실력은 마이클 조던인 격입니다. 보통 위대한 창시자는 그것으로서 운명을 다하고, 그 학문이나 제도가 꽃을 피우는 것은 후대에 또 다른 천재 몫인데 선생님은 둘 다이니 완전 사기 캐릭터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프로이트 선생님 저작을 읽은 것이 이제 10년을 넘어갑니다. 그 10년을 매일같이 읽었다는 말씀은 전혀 아니고요. 단지 그 10년 동안에 글을 가까이하면 보람을 느꼈고, 게으름에 멀리하면 한켠이 불안한 했다는 정도라고 말씀드립니다. 무엇보다 정신분석이라는 것은 철저한 실천이라 면벽 수행이나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접근 불가능한 공부이기에 주변에 많은 도움도 청하고 받았습니다.
그리고 아래 쓴 <안녕, 루나>를 기점으로 저는 진정 프로이디안으로, 정신분석가 염선욱 선생에게, 인정을 받게 됩니다. 이것은 그 어떤 학위보다 위대하며 기쁜 일로 저에게는 지난 10년을 보상받는 상장처럼 소중한 것입니다.
요즘 공부 스케줄은 이렇습니다. 매일 성경처럼 아침에는 프로이트 전집 2024 영어 번역본 (마크 솜솜 교수님, R.S.E) 읽고 해석하며 외우기를 합니다. 그리고 밤이 오면 라캉 에크리 등을 보며 프로이트 저작을 다시 도전하기 전에 필요한 장비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렇게 뭔가 나눌 것이 있으면 이야기를 넣어서 글도 만들어 보고요.
영어 번역 작업은 전문 번역가들이 이루신 많은 기존 작품을 믿지 못해 새롭게 만들어보겠다는 의미보다는 영어 공부 50에 나름 의역하는 재미 50 정도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제안하기]나 저에게 이메일 주시면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stracpa@gmail.com
오늘 모임에서 나눈 부분은 프로이트 선생님 저작 중에서도 백미라는 <꿈의 해석> 도입부입니다. 각자 해석을 해보았는데요. 아래 원문이랑 제 해석을 다시 추가합니다.
Notes:
1 - Divine Vs Demonic
Divine은 호주 사람들이 무척 좋아하는 단어입니다. 여기도 기독교 국가이니 신성을 포함하는 그 단어를 상호명이나 여기저기에서 흔히 봅니다. 심지어 와인 이름 등에도 보이고요. 원문 속 Divine은 그냥 신성하고 성스러운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단 Demonic은 굳이 악마라고 직역하기보다는 신성하지 못한 것으로 풀어서 썼고요. 이것은 자연, 우리 신체를 설명하려는 말씀 같다고 의역했습니다.
즉, 우리 몸이랑 정신이 하나라는 프로이트 선생님 말씀에 근거해서 먹고 싸고 섹스하고 싸움하고 오해하고 분노하는 전혀 성스럽지 못한 (오히려 악마같은 욕구로 가득찬) 우리 실재랑 꿈은 연결되어 있어, 어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완벽한 덕성을 가진 별나라 왕자가 보낸 전령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2 - SUPERNATURAL MANIFESTATIONS
Manifestation은 일상에서는 별로 마주할 일이 없는 단어인데요. 정신과 의사쌤에게 확인해 본 결과 의료 관련해서 글을 쓰거나 보고서 작성 시에는 흔히 쓰는 말이라고 합니다. 임상소견 clinical manifestation이라는 표현을 보시면 도움이 될까요? 이외에도 증상 Syptom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3 - THE LAWS OF THE HUMAN SPIRITS
제가 오늘 하고 싶은 메인 주제는 이 구절입니다. 꿈, 즉 무의식은 인간 정신을 규정하는 그 법을 따른다는 말씀인데요. 인간 정신, 즉 무의식을 규정하는 법이란 무엇일까요? 바로 언어-시니피앙입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지난 글들에서 말씀드렸으니 요약하자면; 자아가 보기에 더럽고 추악해 보이는 언어-시니피앙은 억압되나 사라지지는 못해 우리 무의식에 저장됩니다.
그렇게 저장된 시니피앙은 호시탐탐 무의식에서 나와 발현 manifestation 되고 싶지만 그 모습으론 '자아'라는 문지기를 통과할 수 없으니 실수나 농담 그리고 꿈으로 변신해 비린내를 뺀 후에 현실 세계로 요리되어 올라옵니다. 정신분석은 그렇게 발현된 증상을 연구하여 환자-내담자가 겪는 고통을 살피는 실천입니다.
시니피앙은 서로 연결되려는 성질인지라 자석같이 서로를 끌고 합체하여 작동하니, 억압된 시니피앙들은 어두운 무의식 속에서 자기들끼리 마구 뭉치고 합체되어 무언가 구조물을 이루고 있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무의식이고 이로서 우리 무의식은 언어 구조이며 이를 한 문장으로 압축한 것이 그 유명한 무의식은 대타자의 담화이다 (자크 라캉) 입니다. 이것으로 구약이랑 신약이 연결이 되듯 프로이트 정신분석은 라캉을 통해 완성을 이룹니다.
4- INSOFAR AS HE IS ASLEEP
원문 Text에도 보시면 insofar가 밑줄 그어 있습니다. 분명히 강조를 뜻하는 것으로 읽는 사람은 이것을 주의 깊게 보라는 선생님 의중입니다. 마지막 문장을 다시 보겠습니다.
"Dreams are defined as the mental activity of the sleeper insofar as he is asleep."
꿈이란 우리 정신활동 즉, 정상 영역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기괴한 꿈을 꾸었다고 한들 우리는 그 사람을 미친 사람 취급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자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꿈속을 헤매는 듯한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은 미쳤다는 뜻이 됩니다.
"아버지의 이름"이 없기에 언어 체계가 우리랑 다른 조현병자들은 현실에서도 꿈같은 행동을 합니다. 옥상에서 뛰어 날려고 하거나 앞에 있는 사람을 악마로 착각해 죽이려고 하는 비극도 가끔 뉴스에 나옵니다. 한 가지 더 특이한 것은 조현병자들은 꿈이 우리랑 다르다고 합니다. 그들 꿈은 무척이나 명확해서 현실하고 구분 못할 정도이기에, 꿈을 꾸고 나서도 그것이 꿈이었는지 실재였는지 종종 구분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글을 마치겠습니다. 라캉 쌤 text에서 언어에 대한 이해를 어느 정도 하자 이제는 정신분석이라는 큰 그림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우리 인류 큰 자산이라는 <꿈의 해석>을 이제 다시 영문으로 대함에 예전에는 보이지 않고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이렇게 선명해집니다.
지난 세미나 중에 분석가 염선욱 선생에게 들었던 말이 다시 떠오릅니다. '<꿈의 해석> 안에는 분명 라깡 쌤이 이야기한 무의식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던 그 말이요. 그때는 내가 언제나 그것을 볼 날이 올까 싶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인가 합니다. 구약에서 어느 장에서 불연 예수 흔적을 발견한 감동이 밀려옵니다.
모두들 사랑하며
시드니에서
추신.
혹시 제가 잘못 이해했다면 댓글로 조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