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eamHunter Sep 17. 2024

제작 노트

도사를 찾아서

The Korean Herald가 온라인 사업에 집중하게 되면서 최근에 개편을 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오신 국장님이랑 이야기가 잘 되어서 제가 생각했던 대담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고요. 원래는 칼럼을 주문받았는데 정해진 주제로 시간 안에 계약한 분량을 써야 하는 칼럼은 아무래도 제 분야가 아니라서 다른 분을 추천해 드렸고 대신 저는 온라인 신문이니 라디오 식으로 음성 기표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공부하고 글로 정리한 정신분석 이론들을 전문가랑 일반 사연자를 모시고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하며 재미있게 담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하려 합니다.


정신분석 실천은 아니지만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로 만들려 합니다.


1. 제작 의도 & 목표

먼저 국장님이 생각하시는 목표는 The Korean Herald가 교민 사회를 넘어 한국 주류 사회까지 역수출될 수 있는 재미있고 유익한 매체로 성장하는데 일조할 수 있는 컨텐츠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방송이나 대중 매체를 통해서 우리는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는 많이 보아 왔는데요. 정신 분석을 실천하고 공부하는 전문가를 만날 기회는 많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진지한 다큐 형식이 아닌 가벼운 대담 형식으로는 전무하기에 이번 방송은 매우 특별하고 전에 없던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어디서든 만나는 '프로이트'라는 이름, 세상 누구보다도 유명하지만 기실 아무도 그 진의는 모르는 프로이트 선생님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깊이 있고 재미있게 소개하며 그가 만든 정신분석이라는 학문을 알리려는 기본 목적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생각 중입니다.


구슬 서 말을 모았으니 이제는 꿸차례

대중들이 정신분석에 대해 오해를 가지고 있다고 탓할 것 없습니다. 그렇다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이 나와 노력하면 되는 것입니다. 정신분석을 연구하시고 실천하는 분들을 옥이라면 저는 실이 되어서 그분들이랑 사연자를 꿰어 아름다운 목걸이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특이성을 더하기 위해서 [사연자]라는 단어 대신 [도사]라는 호칭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제가 워낙 도사라는 말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사연자] 혹은 [장인]이라고 하면 너무 딱딱하기도 하지만 뭔가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 혹은 '세상에서 공인된 자격을 받은 사람'을 요구하는 듯하여, 진심으로 무엇인가를 사랑하는 사람이면 모두 모시고 이야기해 볼 생각에서 [도사]가 더 적합하다 했습니다. 


2. 제목 설정

국장님도 섹시한 제목을 몇 개 요청하셨으니 아래 만들어 보겠습니다.


1 시드니 정신분석 기행, 도사를 찾아서 - 초안인데 꼰대 같아 보인다고 보류;

2 나는 도사다 - 한때 많이 유행했던 "나는 ##다" 포맷입니다;

3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창, 정신분석;

4 듣다 보면 이해되는 정신분석;

5 시드니에서 만난 프로이트;

6 시드니에서 보는 정신분석


대략 이 정도인데요. 5번이 좋아 보입니다. 국장님이랑 더 이야기해 보고 이 중에서 고르던지, 새롭게 만들어도 상관없습니다. 


3. 도사들

방송은 정신분석 개념을 대중들에게 소개하려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전문가에게 강의를 듣는 형식은 이미 많고 그렇다고 정신분석 특성상 (암시나 답을 줄 수 없는 실천이기에) 고민 상담식으로는 더더욱 진행할 수 없는 노릇이라 그 둘을 보완하면서도 모두 포함하여 구도를 잡는 중입니다.


도사라고 불리는 출연자를 모신 또 다른 기획 의도는 "지금 방송에 나온 도사님보다 '내가 더 도사다'라는 청취자가 계시면 언제고 연락 주세요. 모시고 더욱 도력 높은 이야기 듣겠습니다"를 전면에 내세워 청취자들 중에서 나도 이런 분야 도사로 나가볼까? 하는 참여랑 관심을 독려하자는 숨은 뜻도 있습니다.

  

시드니 [경춘선]을 찾아서

지금 유튜브 시장 최강자로 불리는 최욱 매불쇼는 초기 불금쇼로 시작하면서 '경춘선'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도사를 영입함으로써 최욱이라는 진행자를 더욱 빛나게 하여 지금 같은 아성을 쌓을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가끔 일부 출연자는 벌써 수년 전 일이건만 아직도 최욱에게 경춘선 안부를 묻기도 할 만큼 매불쇼에서 초창기 경춘선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이것도 얄팍하긴 하지만 방송이기에, 경춘선 같은 인물이 필요합니다. 처음 몇 번이야 지인 중에서 방송 욕심이나 재능이 있는 사람으로 하면 되겠지만 이것이 오래가려면 그리고 대박이 나서 제작 목표에 부흥하려면 기괴하지만 대화가 가능하고 엉뚱하지만 귀여운 도사를 섭외하는 것이 관건이겠습니다. 


4. 전문가들

제가 마지막으로 기대하는 것은 담화 안에 빛나는 정신분석 이론을 녹여내어 대중에게 소개하는 것이며 제 사욕으로는 지금까지 공부한 내용을 이를 통해 점검받고 다시 성장하는 동력을 삼아서 정신분석을 공부하는 과정에 일부로 삼기 위함입니다. 그러니 방송은 저에게는 학교이자 배움을 실천하는 공간으로 청취자들은 저랑 함께 성장하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방송이 한 달에 한 번이면 4개월에 한 번만 수고해 주십사...

저랑 도사 둘이 앉아서 시시덕거리며 떠들다 끝나는 담화라면 그것은 배움이 아닌 먹방이랑 다를 바가 없겠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필요한 화룡점정은 전문가입니다. 지금 제가 접촉하며 섭외하려는 전문가는 대략 이렇습니다.


이렇게 <진행자-도사-전문가> 셋이서 이야기를 나누는 구도로 만들어 볼까 합니다. 


5. 왜 정신분석 인가? 기존 심리 상담이랑 무엇이 다른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봅니다. 저에게는 정신분석이라는 주제를 깊이 다룬다는 것이 당연하지만 방송으로 접하는 청취자 입장에서는 가장 처음 해결해야 할 질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방송 차별 지점은 이것입니다. 어차피 짧은 대담으로 정신분석에 일반인을 입문시키거나 교육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존 상식을 깨는 것에 먼저 집중하려 합니다.

사연자(도사)들은 의례 멋진 답변을 원하거나 기존 심리 상담 포맷 안에서 반응을 기대하겠지만 정신분석은 그것이랑 다르며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관점을 지닌 실천이라는 것만 짧게 말해주어도 큰 반향이 있을 것 같고요. 


만약 도사가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한다면 다음 방송에 다룬다고 넘어가며 시리즈를 이끌거나 방송에서 애초에 불가능한 부분은 가까운 분석실을 이용하라고 권고하면 청취자들에게 정신분석에 대한 정보 내지 자극을 흘려주려 합니다.


분석실이란 새로운 세상이 있고 그 세상은 어떻게 다르다는 것만 보여주어도 대성공입니다.


다름 &
새로움


이것에만 집중하고 하겠습니다. 방송에서 다 하지 못한 것은 여운을 남기고요. 사연자들 기대에 부합하는 방송이 아니고 그런 모든 기대를 산산이 깨부수는 아름다운 파괴를 원합니다.



진행 중에 또 나눌만한 소식 있으면 정리해 보겠습니다. 

그만 밤이 깊었습니다. 

시드니에서



조준호, 조준현 선수 시드니 방문, 2024


작가의 이전글 불혹 아닌 유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