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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Hunter Aug 10. 2023

오이디푸스 신화 vs 정신분석

정신분석

Eugene E. Hillemacher, 1843, Oedipus and Antigone being exiled to Thebes


프로이트 선생님 대표작 중에 하나인 '성욕에 대한 논문 세편' Three essays on the theory of sexuality (1905)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프로이트 선생님이 명명한 것이지만 이미 그리스 신화로서 존재했습니다. 문득 신화로서 그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몇 가지 차이가 있네요. 


우선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요약해 보면:


남자아이 경우, 처음 본 이성인 어머니에게 에로스로서 사랑을 갈구하고 집착하며 아버지 자리를 차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자신보다 우월한 아버지에게 반항할 경우 남근을 거세당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아버지를 두려워하면서 증오한다. 이러한 갈등을 겪다가 결국은 남근을 지키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욕망을 포기하고 아버지에 대한 증오를 선망으로 바꾸어 자신과 동일시하는 방식으로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성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어떤 행동을 무의식으로 부추기거나 자제하는 초자아(超自我)가 발생하여 성장한 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무위키를 일부 참조하였습니다)


큰 스토리만 차용해서 이론에 명명한 것이니 디테일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데 재미로, 혹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더 잘 이해하려는 차원에서 보시죠. 


1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랑 갈등한 적이 없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가장 기본은 아들이 엄마를 놓고 아버지랑 갈등 관계에 두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오이디푸스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행인이 아버지인 줄 모르고 홧김에 죽였다니 애초에 갈등 구조라는 것이 없습니다.

2 이오카스테가 엄마인 것도 몰랐다.
아이들은 엄마를 엄마로 인식하면서 연인으로 동시에 대하는 것으로 증상이 출발 하지만, 오이디푸스는 이오카스테가 엄마인 것을 전혀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이오카스테는 신에게서 선물 받은 하르모니아 목걸이 때문에 외모가 젊은 시절 그대로였다.

3 어머니를 차지한 것에 본인 의사가 전혀 없었다.
아이가 어머니를 차지하려는 욕망, 나아가서 아버지를 살해하고 엄마를 빼앗으려는 갈등이 이 콤플렉스 핵심인 반면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를 물리쳤기에 테베 왕으로 추대되면서 그 관례에 따라 원래 왕비를 절차상 아내로 맞이한 것에 불과하다. 물론 그 둘 사이에서 딸들이 있는 것으로 보통 부부 관계를 형성한 것은 맞지만 우리처럼 사랑하고 청혼하고 이런 류에 개인 서사는 없다.

4 모든 사실을 알고는 괴로움에 자기 눈을 멀게 했다.
아이들이 어머니를 차지하고 아버지를 죽이려는 과정은 결국 실패하고 강력한 힘에 굴복하면서 포기하는 과정에 아버지를 두려움 대상에서 선망으로 바꾸어 콤플렉스를 극복하지만 오이디푸스는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후에야 진짜 갈등이랑 절망이 시작된다.

5 결론만 놓고 보면 오이디푸스는 성공했다.
현실에서 아이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차지한다는 허황된 계획을 모두 실패하지만 오이디푸스는 결과만 놓고 보면 성공했을 뿐 아니라 그 사이에서 아이까지 낳았다.


다시, 이 두 서사를 비교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공부하는 것이랑은 전혀 무관하나 프로이트를 공부하는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 개념이니 원전 신화를 한 번쯤 보고 정리하는 것으로 의미 있다 보입니다.

모두들 사랑하며 
이만 총총



여담인데요. 성욕에대한 논문(Three essays on the theory of sexuality)을 읽을 때 여러 가지로 오해를 샀던 일이 있습니다. 한국에 다녀오는 후배 부부에게 단톡방에서 책을 부탁할 때도:

나: 이번에 책 좀 하나 부탁해도 될까?
후배: 물론이죠. 책 제목이 뭐에요?
나: 성욕에대한 논문 세편.
후배: 아.. 네..-_-;;;;;;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독서모임에 갔을 때에도:

방장: 잘 오셨어요. 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나: 프로이트가 쓴 '성욕에대한 논문'이요.
방장: 왜 그런 책을 읽는지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나: 이유요? 프로이트 대표작인데요. 정신분석 공부 중에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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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는 만인의 적이다'라는 세간에 평이 새삼스럽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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