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찾아온 검색어를 통해서 엿본 무의식
작가님들은 아시겠지만 우리는 그날그날 자신을 찾아온 방문객 숫자랑 선택된 글들 그리고 유입 키워드 따위를 검토할 수 있는 통계 자료를 브런치로부터 제공받습니다. 안 보신 분들이라도 대략 무슨 말씀인지 아실 겁니다. 저 같은 무명에 인기 없는 작가들은 가끔 이곳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내 글이 더 잘 팔릴까 고민하기도 하고 무슨 글이 잘 팔리는가 확인도 하는 자기 성찰 장소이지요.
이런 작은 개별 통계는 큰 의미가 없을 수는 있는데 제가 늘 관심 가지고 보는 것은 그 아래 유입 키워드입니다. 재미있는 것이 많아서 가끔 소개해드릴까 생각도 했지만 그런 사소한 감정 하나로 글을 뽑아내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혼자 웃고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요. 친구가 없는 저로서는 누군가 만나서 브런치를 이해하는 사람이면 꼭 언젠가 재미있게 이야기하겠다고 넘겼습니다. 하지만 1년 넘게 브런치에서 활동하며 이 검색어를 유심히 살펴보다 보니 몇 가지 공통된 것이 보입니다.
1. 작가인 내가 독자인 당신 검색어를 살펴본다는 사실을 모른다;
2. 알 수도 있겠으나 검색하는 순간에 그걸 염두해서 검색어를 다듬지는 않는다;
3. 그러기에 *졸라 솔직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타도 많고);
4. 섹스 관련 내용이 대부분으로 영화나 정신분석 혹은 사상가를 찾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졸라라는 비속어를 사용한 이유는 검색어들이 가진 그 저열한 솔직함, 누구도 안 보는 순간에 자신이 원하는 욕구가 한 문장이나 단어로 압축되어 표현되는 그 싸구려 절절함을 묘사하는 데 이만한 단어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남자 성기를 근원으로 만들어진 단어이기도 하여 대부분 섹스나 도착으로 점철된 검색어들을 표현하기에는 더없이 적절합니다.
이렇게 정리해 보면 이것은 정신분석에서 이야기하는 자유연상이랑 비슷한 구석이 많습니다. 자유 연상이 규정하는 제1 법칙은 솔직할 것 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솔직한 단어들을 모은다는 것은 정신분석을 공부하는 자로서 그리고 작가서로 아주 의미가 있는 일로 앞으로 이 통계는 저에게 여러 가지 소재나 동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도 하고요. 무엇보다 무이식 안에 거한다는 실재가 의식이라는 수면 위로 숨을 쉬기 위해 살짝 고개를 드는 순간을 봅니다.
집단 무의식이란 존재할 수 없고, 개인 무의식이라는 것도 쉽게 포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지만 제 글을 찾는 사람들 속내를 살펴보고 그로 인해 제 글이 나아갈 방향 정도는 분석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이것은 브런치 작가인 자만이 할 수 있고 제 통계라서 재미있고요. 아쉽게도 진즉에 이런 생각을 했으면 일찍부터 자료를 착실하게 모았어야 하는데 지난 시간을 허투루 보낸 것이 후회가 됩니다. 매번 인생 낭비하다 못해 무능력하고 늦게 깨닫는 제 자신을 또 마주하니 안타깝고요.
자책은 그만하고 오늘부터 이를 모아 의미 있는 추세를 만들어 보지요.
다행하게도 한 달 치 키워드 통계는 제공하기에 늦었지만 좋구나 아래처럼 정리해 보았습니다. 통계학에서 의미 있는 샘플이 되려면 채취한 집단 수가 25가 넘어야 모집단 하고 관계를 유추할 수 있다던데 아쉽게도 오늘 기준으로 24개뿐이네요. 그래도 한 개정도 편차는 감안하여 이것이 제 글을 찾는 분들 모집단 성향이라고 무식하게 결론 내리고 진행하겠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섹스 관련 주제가 전체 46%에 육박합니다. 통계 자료를 더 확장시키면 50%까지 육박할 것으로 지난 제 경험에 비추어 예상하는데요. 그중에서도 근친상간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고 다음이 성도착입니다. 카섹스도 성도착에 넣는다면 도착 비중은 더 올라가고요. 사실 나머지 소분류도 다 도착으로 구분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이니 그렇게 본다면 도착이 근친보다 더 큰 비중이겠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마음속에 근친상간에 대한 궁금증이랑 나아가 근친 가족이랑 섹스하고 싶은 욕망을 품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유아가 태어나 언어를 배우면서 가장 먼저 억압받는 것이 근친에 대한 성욕입니다. 이 거세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는 언어를 배우는데 지장이 생겨서 사회 규범을 따르고 공용어를 상요하는 신경증자가 아니라 자신이 만든 특수어를 사용하는 정신병자가 됩니다. 보시는 것처럼 이 사회는 그 둘을 다루는 기표에서부터 선입견이랑 대하는 태도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신경증은 증상으로 미비하지만 정신병은 병病이라 고쳐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정신분석에 대한 글을 주로 올리는 제 상황에 맞게 심리학 관련 주제가 많은데 이것은 단순히 제가 그런 글을 쓰기 때문으로 크게 의미를 더할 것은 없어 보입니다. 사랑은 섹스랑 연결되었거나 또 다른 억제된 표현이라고 하면 화낼 분들이 계시겠지만 분석 편의상 그렇게 치부한다면 섹스 관련 키워드 비중은 전체 54%나 되며 기타 문화 영화 따위는 모두 더해도 21% 수준입니다.
제가 정신분석가가 아니며 키워드를 남기신 분들이랑 더 깊은 이야기를 하지 못했기에 여기서 추가로 누구 무의식이 어쩠다 저쩠다를 논하는 것은 오바이고요. 단지 검색자들을 만나서 (특히 도착-근친 관련) 어떤 욕구가 그 순간에 일었는지 전날 어떤 꿈을 꾸었는지를 서로 이야기하는 기회가 있다면 정말 재미있고 의미가 있겠다 싶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재미있는 자료에 아무런 예측도 없이 끝낸다면 그것도 심심하니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제 마음대로 재단하고 예단할 부분은 키워드 검색자들 성별입니다. 우리 기표에는 그 사용자 성별이 명확한 경우가 있는데 가령 "형수"를 찾는 사람은 남자일 것이고 "사위"를 궁금해하는 분은 여성일 확률이 거의 100%겠습니다. 물론 모든 기표에 이런 성구분이 된 것은 아니기에 이를 조금 더 확장해 본다면 아래처럼 됩니다.
변태 성욕자를 찾고 궁금해하는 것은 제 경험으로는 여자들이 많았습니다. 20대 철없는 처녀 총각들은 주로 관심사가 여자는 배우자가 변태 성욕자일까 하는 걱정이 가장 많았고 남자는 여자가 처녀가 아니면 어쩌나 하는 고민을 주로 토로했습니다. 지금은 세상이 변해서 혼전에 섹스는 기본이고 동거도 나무라지 않는 부모님들이 많기에 이것은 실제로 살을 많이 섞다 보면 해결될 일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걱정이 되어 버렸지요. (이 표현도 mz분은 익숙지 않으시겠지만..)
그러니 이제 변태 성욕을 탑재한 배우자를 만날 두려움에 그 성향을 공부하는 여성보다는 변태 성욕자들이 일삼는 섹스 패턴을 연구해서 자기 성쾌락을 극대화하려는 남성들이라고 짐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변태 성욕이란 그분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야한 것이랑은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근친을 포기하면서 잃게 된 내 욕망은 정신분석을 공부하지 않은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그런 욕망이 있고 거세당했다는 것조차 모르는 영역이기에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상실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그 상실감은 나로 하여금 생뚱맞은 대체제에 집착하거나 강박하게 만들지요. 도박에 매달리는 사람도 있고 그 과정에서 성도착으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성도착이란 그들에게는 거룩한 의식이며 신이라는 실재를 만나기 위한 종교 행위입니다. 가령 특정 빨간 개미를 산 채로 잡아서 여성 배 위에 올려놓고 그 개미가 꿈틀거리는 것을 보아야만 발기가 되는 도착부터 어려서 똥을 만지는 감촉이 좋았으나 너무 심하게 억제당한 공포 때문에 지금은 침대 위에 똥을 싸고 여자가 그걸 사랑스럽게 핥아 주는 모습을 보아야 꼴리는 놈들이라던가 도착은 기괴하다 못해 증상이 그대로 녹아있는, 우리는 이해 못하지만 도착자는 애절한, 착각 오르가즘일 뿐입니다.
너무 지독한 표현은 예로 적합하지 않을 수 있으니, 단순한 것으로 위에 나온 섹스 중독을 보죠. 만약 섹스가 정말로 내가 찾는 실재이며 내 증상을 멈출 수 있는 치료제이고 내 뻥뚫린 가슴을 채울 것이 성기를 물고 빠는 짓거리였다면, 그리하시면 거기서 멈추겠지요. 하지만 카사노바 인생을 보아 사정하고 나면 곧바로 또 다른 여자 전화번호를 뒤적거립디다. 다시 말해 사타구니 안에는 아무리 꼼꼼하게 뒤져봐야 답이 없다는 반증입니다. 마약 같은 중독 말고 도박 같은 다른 행위 중독도 다 마찬가지로,
모든 중독이란 상실감을 찾으려는 몸부림으로 뿌리는 같다고 봅니다.
만약 제가 재벌이 되어 Daum을 소유하여 개인 정보법 위에 서식하는 인간이 된다면, 우리 비서 실장님께서 이 글을 보시고 알아서 기면서 기특하게 나오는 상상을 해보겠습니다.
"드림 회장님, 원하시는 검색자를 찍어주시면 연락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에헴.. 최실장님.. 아휴.. 뭐 그런 것을.. 정 그러시다면 사위랑 섹스하는 꿈을 검색하신 귀부인이랑 늙은 어미를 탐하는 자를 보고 싶구려."
이렇게 두 명을 만나보겠습니다. 우선 귀부인을 택한 이유는 프로이트 선생님 사례 중에 사위를 사랑했던 비슷한 이야기가 있어서입니다. 그 부인을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프로이트 선생님이 경험하신 기분을 나도 느끼고 나아가 그로 인해 나도 프로이트 선생님이 마치 옆에 계시는 환상에 더욱 가까이 다다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 사회 고정관념상 며느리를 강간하는 아버지는 종종 있어도 사위를 탐하는 장모는 없다는 식으로 강요하는데 그것도 꼰대 논리였음을 확인해보고 싶네요.
늙은 어미랑 섹스하는 자는 아들이겠으며 근친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자로서 아들이면 누구나 가지는 억제된 욕망이지만 그것을 검색어로까지 찾아서 표현하는 상황이면 우리랑 뭐가 다른지 살펴보고 싶은 이유 때문입니다.
자 이제 글을 마치겠습니다. 다음에서 제공하는 기록은 얄팍하니 오늘부터 저는 틈만 나면, 생각날 때마다 검색어를 수집하여 나름 의미 있는 통계 작업을 해보겠습니다. 그를 위해 아래 DB를 만들었으니 언젠가 다시 우리 작가님들께 의미 있는 결과를 전달해 드릴 순간이 오면 이처럼 글로 만들어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들 사랑하며,
봄이 온 시드니에서
추신 1
바다 수영을 좋아합니다. 이제 슬슬 바다로 나갈 때가 되었네요. 시드니에는 바닷가가 흔하니 어디 살던 쉽게 접근하는데요. 두 어번 익사할 뻔한 경험으로 이제는 락풀을 주로 이용합니다. 바다 한편을 막아서 위험하지 않게 설계했고 대신 바닷물이 하시로 넘쳐 들어와 그 향취는 그대로 느낄 수 있지요. 호주에만 주로 있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저도 여기 살면서 처음 보았네요. 물론 외국 여행 경험이 일천하니 제 수준에서 비교한다는 것이 우습지만요.
추신 2
제가 자주 가던 락플 안에는 작은 물고기 떼들은 새들에게 잡아 먹히지 않고 아직도 군집을 잘 유지하고 함께 수영하고 있는지. 너희들도 이제 그만 성어가 되어서 섹스하고 싶어 이 작은 Pool을 나가려 탈출 시도를 한 적은 없는지. 작년 아기 오징어 문어들은 이제 얼마나 컸을지... 문어는 다행히 육지도 걸을 줄 아니 컸다면 벌써 기어 나갔으리라! 곧 확인하러 가리.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