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회 부산 전국 체전 참가
지난 글에서 살짝 말씀드렸지만 다음 달 부산에서 열리는 제106회 전국 체전에 유도 선수로 호주 교민을 대표하여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전국 체전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최근에 유도 말고는 진지하게 본 기억도 없고, 하물며 그 행사에 제가 선수로 참가할 거라고는 두 달 전까지 꿈에도 몰랐습니다.
다녀오신 선배님들 말씀으로는 한인들만 참가하는 작은 올림픽이라 볼거리도 풍성하고 참가하는 재미도 엄청나서 평생을 그것만 다니시는 분들이 있는데 아무래도 시간이나 다른 여유가 있는 분들 경우라, 부럽다 생각만 할 뿐 저랑은 다른 세상 이야기로 여겼지요.
그러다 우리 유도 클럽에서 같이 운동하는 후배가 선수로 참가한다 하기에 너 참 용기도 가상하구나, 응원할게^^라고 웃으며 넘겼는데 선수 한 명만 출전하는 것보다는 다른 체급에 누군가 더 있어야 훈련도 함께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태해지지 않으며 시합장에 가서도 기죽지 않는다며 은근히 다들 저를 보는 눈길을 느꼈습니다. 제 반응은 당연히
나? 미쳤냐?
축구나 기타 종목은 한국 엘리트 선수들과 교민 생활 체육인들 사이에 간극을 고려하여 교민 리그를 먼저 진행하고 그곳에서 우수한 팀만 추려서 한국 대표팀하고 시합을 진행하는 예선전이 있으나 권투나 유도 같은 투기 종목은 그런 고려 없이 바로 섞어서 진행합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투기 종목은 교민 선수 지원자가 거의 없습니다. 자칫 한국 도대표를 매트 위에서 만난다면 그들은 국대이거나 그에 준하는 실력자들이니 우리 같은 교민 선수들은 승리는 고사하고 자칫 맞아 죽거나 목이 부러질 중한 상처를 몸에 새길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런 전후 사정을 알기에 저는 바로 고사했으나 역시 불혹이 넘었으며 평소 나보다도 운동 할 여유가 없는 후배도 용기를 내어서 나간다니 부끄러웠습니다. 용기 없는 나는 또 현실에서 도망가려는구나... 그리고 며칠 뒤 협회장님에게 출사표를 올렸습니다.
회장님, 저도 한 번 싸워보겠습니다.
문제는 부상 없이 내가 만든 스케줄로 훈련을 소화하려는데 먼저 신청한 후배는 바쁜지 자주 체육관에 오지 못합니다. 아쉬운 데로 수업 코칭하면서 짬을 내어 개인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회원들 수업을 우선순위에 놓고 진행을 하니 아무래도 운동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만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전문 선수가 아니기에 어쩔 수 없습니다. 형설지공 이야기처럼 낮에는 세금 계산하고 밤에는 수련을 하지요.
자네는 어찌 이렇게 운동을 안 나오냐고 후배에게 뭐라고 했더니 일이 바빠서 죄송하고 하다고 양해를 구하는데 아무리 교민들은 생업을 하면서 시합을 준비한다지만 너무하다 싶어서 잔소리 합니다.
군! 우리가 한국 대표들에게 이기려는 욕심은 없이 간다지만 최선을 다해서 해봐야 할 것 아니냐? 그러다 천운으로 도민 대표가아니라 다른 교민이랑 붙는다면 죽기로 싸워 봐야지. 체전에서 격투기 종목 1승이면 교민 역사에 처음이고 한국 체육사에도 남을 일아닌가! 확률상 교민끼리 마주할 일은 없다고 벌써 그러면 되겠어? 스스로 돕는 자에게 복이 온다니 어찌 게을리 하겠는가!
후배에게 하는 말이라고 하지만 실은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이런 저에게 후배가 놀란 듯이 말합니다.
행님, 유도도 축구처럼 각국 교민끼리 예선 먼저 아닙니꺼?
지는 그런 줄 알고 나간다 했는데예.. ㅠㅠ
잘 다녀와서 후기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으로 글을 마칩니다.
모두들 사랑하며
시드니에서
추신:
이번 시합에는 재일 교포 선수들도 참여하는데요. 이들은 거의 한국 대표급 실력이라 저희랑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만나게 되면 꼭 안부 전하고 친분을 만들어 평소 궁금했던 일본 본토 유도를 배워보고 나중에 호주로 전지훈련 초대도 해보려 합니다. 자이니치라고 불리는 그들에 대한 궁금증 내지 동경도 있어서 꼭 만나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