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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Hunter Aug 13. 2023

불칼 2023 - 제 사 화 무기

작은 이야기 - 小說

제 사 화 무기




20.

깐돌이는 전북 일대를 장악 호령하고 있었는데 평소 그겁없는 행실로 사단의 미움을 단단히 사고 있던 데다가 깐돌이도 나름, 대대로 사단 영역이던 ‘순금 네거리’를 넘보고 있었다. 처음엔 호기심이나 우연식으로 순금 네거리에 모습을 보이던 깐돌이 파 똘마니들은 순금네거리를 관장하던 복코가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직후 눈에 띄게 출몰하기 시작했다. 특히 사단 직영업소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손님들이랑 시비를 가렸고 결국엔 주먹다짐에 칼부림도 서슴지 않았다.



21.

보다 못한 사단은 칙사를 보내어 '그러다 디진다' 깐돌이에게 경고도하고 때론 사탕발림으로 성의도 보이며 자존심까지 죽여가면서 복코가 오기를 기다리고 나름대로 참던 모양이었다. 그러다 그만 일이 터졌다. 사단의 한 원로가 직영하고 그 애첩이던 마담이 경영하던 술집에 깐돌이 파 놈들이 들이닥쳐 생트집을 잡고 손님 종업원 할 것 없이 한 데 모아 두들겨 패고 아가씨들을 심하게 욕보인 모양이었다. 보다 못한 마담까지 가세해서 발악을 하는데 깐돌이 파 중 새파랗게 어린놈한테 따귀까지 얻어맞고 머리 채를 잡힌 채 순금 네거리 한복판까지 끌려 나와서 패대기를 당하며 개망신 주는 일이 있었다.




22.

이에 그 원로는 친히 직할부대를 거느리고 내려와 일대 전쟁이 일어났고 부두목 김승환을 내세운 깐돌이 파한테, 홈그라운드임에도 불구하고 개박살이 났다. 이일로 사단은 조직의 이름을 걸고 깐돌이파랑 일대 전면전을 선포했는데 들리는 말로 이 모든 일은 부두목 김승환 계획아래 착착 진행된 것이라 했다. 그래서인가 기다리고 있던 적군에 비해 감정만 내세운 사단은 고전을 면치 못했고 보다 못한 조직은 그 당시 중간보스였던 치도를 진압대장으로 임명, 조직의 사활을 건 전투를 시작했다.



23.

특명을 받은 치도는 앞뒤 잴 것 없이 우선 현지로 내려갔다. 그 당시만 해도 치도는 잘 알려지지 않은 풋내기라 혼자 행동하는 것이 위험하기보단 오히려 무척이나 편했다고 했다. 순금 네거리는 원래부터 사단의 영역 이라고는 하지만 지역상 전라도라 오히려 전라도 토박인 깐돌이에게 더 유리한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 사실이었다. 우선 패배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순찰을 하던 치도는 그곳이 이미 더 이상 사단의 구역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한다.



24.

치도의 특기는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민첩함과 대담성 그리고 강한 펀치력이었다. 권투선수였다니 이것은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다 알 만한 것이다. 모든 격투기 대련은 실제 전투상황을 고려해서 발전해 왔지만 유도나 씨름같이 잡아 넘기는 유술과 태권도나 권투같이 때리는 타격술로 크게 나누어지는데 치도의 경우는 그 후자가 되겠다. 그러나 시험문제는 언제나 연습문제와 다르기 마련, 아무리 격투기에 능한 자라 해도 실제 싸움에선, 거리에서 많이 굴러본 '자유도' 싸움꾼한테는 당할 길이 없다.



25.

치도는 사실 권투보다는 막싸움에 더 소질이 있었다. 즉 타고난 싸움꾼인데도 치도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어두운 세계에서 일인자가 되기 위해서는 타고남에 권투라는 격기를 더하고도 스스로 개발하고 훈련한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치도 휘하에는 의과대학을 다니던 의대생 조직원 '이상'이란 놈이 있었는데 치도는 녀석을 데리고 아무도 없는 산속 창고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두 달간을 두문불출 훈련을 했다고 한다. 훈련이란 다름 아니라 인체에 있는 모든 혈과 맥같은 급소를 해부학 서적을 펴놓고 외우며 실지로 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26.

그뿐만이 아니다. 그곳을 더욱 아프고 강력하게 조지기 위해 손보다 더 정교한 무기를 고안해 냈다. 흔히들 쓰는 칼이나 손도끼 같은 것이 효과는 좋았는데 문제는 그것을 항상 지니고 다닌다는 것이 그 당시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였다. 그땐 불심검문이라고 해서 길 가다 마주친 경찰이 멋대로 몸수색을 했는데, 그 와중에 그딴 것이 나왔다고 하면 즉결재판도 필요 없이 삼청교육대 직행 열차였다. 더구나 365일 가는 곳마다 그런 무기를 지니고 다닌다는 것은 너무도 성가신 일이었다. 생각해 보시라 무슨 닌자도 아니고... 이에 치도는 기발한 것을 찾아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쇠붙이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27.

포크나 젓가락은 흔히 우리 주위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며 지니고 다닌 다고 해도 크게 해가 될 것도 없는 것이다. 나도 그날 밤을 마지막으로 딱 한번 보았지만 아직도 신기하기만 하다. 하기 싫다는 것을 졸라서 겨우 본 것인데, 치도는 어떤 모양이던 쇠로 된 포크나 젓가락 등은 자기 손에 맞게 구부려 변형을 시켜서 손을 감싸게 하고 그 뾰족한 부분을 손아래로 향하게 했다.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것을 말로 설명하기란 참 힘든 데, 우선은 그것을 손바닥 안에 쥐고는 테이블이나 벽등 아무 곳이나 단단한 곳에 힘껏 치는데 그러면 어김없이 딱! 하는 소리가 난다. 그렇게 딱, 딱! 두 번을 치면 그 쇠는 손을 휘감고 뾰족한 부분은 10 쎈치 가랑 대가리를 내밀고 전투 준비를 한다.



28.

나 같은 놈들이야 한 트럭이 덤벼도 눈하나 까딱없는 치도지만, 중무장한 적들이 들이닥치는 위급상황이면 치도는 그렇게 포크를 잡고는 순식간에 딱, 딱! 두 번 때림으로 무기를 만들고 달려드는 적의 급소 내지 혈도, 뭐라고 부르든 간에 그딴곳을 사정없이 찌른다. 칼이나 손도끼의 또 다른 문제 점은 그것들은 자칫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용어로 ‘깨진다’고 하는데 상대방을 불구로 만들거나 어디를 잘라 내는 것이야 문제가 되질 않지만 아예 죽여 버리면 그것은 좀 얘기가 달라진다.



29.

하지만 치도의 무기는 그럴 염려가 없었다. 우선 그 공격날이 깊지가 않아서 그 부분이 사람 몸속으로 다 들어간다고 한들 성인은 죽질 않는다. 물론 목부위나 굵은 동맥이 타고 지나가는 곳을 노린다면 과다 출혈을 일으켜 결국 죽을 수도 있겠지만 치도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치도는 그 무기로 대부분 어깨나 등 같이 널찍하고 공격하기 쉬운 부분의 혈맥을 노린다고 했다. 그렇게 혈맥을 한번 찍힌 놈들은 곧장 피를 쏟으며 전의를 상실하고 말기 때문이다.




제 오 화 가기 전에 잠시 쉬어 갑니다.

글에 등장 인물 이름은 20년 전 제 주변인들로 채웠습니다. 옥치도는 실존 인물이며 그 이야기를 들려준 주인공 역시 호주에 계시는삼촌으로 일인칭 관찰자 역시 실제로 존재하며 겪은 일들입니다. 삼촌 가게에서 알바를 하며 오가는 길에 삼촌께 한 토막씩 들었던 사건들을 제가 기억해 내어서 최대한 시간 순서를 맞추어 재구성한 차이만 있습니다. 중간에 사소한 건들은 군대에서 들었던 것들을 추가했고요.


의대생 '이상'은 2023버전에서 이름을 바꿨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브런치 작가님으로 저랑 글체가 비슷하며 제가 좋아하는 연애이야기, 삼국지 분석이 맘에 들어 자주 참고합니다. 내 글보다 더 위트 있고 나보다 더 솔직하며 깊이 있는 글들이 가득한 창고입니다.  


그럼 잊혀지기 전에 지금까지 주요 인물 아래 정리해 봅니다.



CAST
옥치도 - 95년 즈음 KBS 아홉시 뉴스에 인터뷰 나왔던 지하철역 공무원, 특이해서 그냥 기억남
하추량 - 김병총 <불칼> 주인공 강추량 오마주
황정산 - 깐돌이; 고국에 나랑 함께 농구하던 20대 절친 고정산
정병수 - 월드컵파 두목; 막역한 군대 동기. 실제로 광주지역 덩치
김승환 - 깐돌이파 부두목; 대학 시절 한인 학생회 부회장, 황제 형 소개해준 그 후배
이상 - 치도 수하에 의대생 졸개; 최근 알게된 브런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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