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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Hunter Aug 13. 2023

불칼 2023 - 제 삼 화 깐돌이

작은 이야기 - 小說

제 삼 화 깐돌이




13.

조직에서 그를 두목으로 만든 것엔 보이는 것처럼 전에 없는 파격사건이라는 것 이외에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다. 우선 그는 타고난 건달이었다. 참을 줄도 알고 의리도 있고 끝으론 막강한 실력이 있었다. 두목이 된 후라지만 하루라도 선배에겐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고 다녔고, 후배들에겐 아무리 술자리 사소한 것이라도 약속한 것은 자기 목숨을 내걸고 지켜주었으니 그 당시 사단에서 치도를 향한 신뢰란 실로 막대함을 넘어, 치도의 존재는 '사단' 그 자체였다.



14.

무엇보다 그가 약관의 나이에 사단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던 중대사건이 있었다. 그 당시 사단은 예전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다른 군소 조직들의 끊임없는 도전을 받았다. 또한 박통 이후 등장한 전두환은 더욱 강력한 사단의 적이었다. 그리고 사단이 자랑하던 전국구 스타들, 최고 실력자들; 흑마귀, 짱구, 복코 등은 다 삼청교육대에 잡혀가서 언제 나올지도 알 수 없는 실정이었으니 사단으로서는 정작 중요한 시합에 차포車包는 물론이요 마馬까지 떼고 들어가는 실정이었다.



15.

이때 조직에서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두목을 나이순이나 서열로 정하던 시대는 갔다! 새 시대가 도래했다고 판단한 조직은 살기 위해서, 눈깔 팍팍 돌아가게 흘러가는 작금의 세태에 발맞추어가기 위해, 조직 경영에 깊숙이 메스를 들이댔다. 우선 나이 먹고 현장에서 은퇴한 선배들은 원로 격으로 뒷자리로 죄다 돌려 버리고 실무를 담당하던, 소위 말하는 약병아리 내지는 돌격 대장 아이들을 조직의 실세로 끌어당겼다고 했다. 그리고 그중 가장 실력 있고 잘 나가는 치도가 전체조직을 총괄하는 사단의 최연소 사령관으로 부임을 한 것이다.



16.

사단은 지역상 충청남도에 뿌리를 두고 충청북도와 전라북도의 경계까지를 그 구역으로 통치하고 있었는데 전라도 역시 주먹 짜한 인물들 본고지로 그 경계가 언제나 말썽이었고, 특히 유흥가가 즐비한 ‘순금 네거리’를 반경으로, 전두환 집권 이후 급속도로 약해진 사단은 매일매일 주인이 바뀌는 고지전을 벌여야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라도 민심은 특히 똘똘 잘 뭉치기로 유명한데 다 이놈의 멍청도 건달들이 와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니 장사치들을 비롯 그곳 토박이 건달들도 눈아래가 까칠까칠했을 것이다.



17.

그 당시 전라북도에는 신흥맹주 '깐돌이'파가 있었다. 두목 깐돌이로 불리는 황정산이를 필두로 부두목이자 핵심 참모, 전북대학교 3학년 총학생회장 김승환이가 유명했다. 깐돌이는 학교 근처라고는 일평생 가본 적이 없는 일자무식으로 사람 잡는 백정으로도 불렸는데 그 유명한 일화로는 벌교 근처 둑방 아래서 있던 결투가 유명했다. 기존 최고 세력이었던 월드컵파 두목 정병수랑 일대일 대결 즉, 두목끼리 담판을 짓는 자리었는데 중 무장을 한 똘마니들을 거느리고 모여서 ‘아그들 피볼 것 없이 우리식으로 다가 깔끔허게’ 두목끼리 담판을 짓자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18.

시작 전부터 밀릴 것을 예상했던 월드컵파 정병수는 처음엔 짐짓 원터치로 나가는 듯하다가 이내 본색을 드러내고 허리춤에 숨겨 두었던 두 자루의 단도를 꺼내어 깐돌이의 하복부를 일곱 군데나 쑤셨다고 한다. 일곱 대나 칼침을 맞은 깐돌이였지만 전혀 흔들리는 기색 없이 정병수의 머리통을 잡고는 그의 귀를 통째로 물어뜯어 냈고 온통 얼굴에 피칠갑을 한 깐돌이는 나뒹귀는 정두목의 머리통을 큰 짱돌로 내리쳐서 으깨 버렸다고 한다. 물론 머리통이 박살 난 정병수는 이미 저세상 사람이었고 자신의 배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와 정병수가 토해낸 뜨겁고 시꺼먼 피로 칠갑을 한 깐돌이는 허연 이빨을 드러내며 이를 바라보기만 하던 월드컵파 대원들을 하나하나 노려보았다고 한다. 그날로 월드컵파는 산산조각 해체가 되었고 깐돌이는 그 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

그렇게 겁 없고 독하기로 마귀가 울고 갈 깐돌이에게는 김승환이라는 부두목이 있는데 평소 배운 놈들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깐돌이가 어찌 김승환이라는 인물을 부두목으로 앉혔는가는 미스터리였다. 김승환은 전북대 총학생회장으로 중키에 오동통한 깐돌이 와는 달리 180이 넘는 훤칠한 키에 미스코리아 오라비쯤 되어 보이는 미남자로 살결 또한 희디 흰 여자 꽤나 울렸던 미소년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김승환이에 대한 얘기나 특징은 이 정도가 내가 들은 전부고 어쨌거나 그도 한 주먹 하는 인물이며 건달 치고는 좀 특별한 데가 있는 요새 말로 '힙한' 인물이었음에 틀림없었다.



제 사 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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