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 체육대회

-5월 엄마랑 아빠랑 함께

by 지혜

작은 학교는 학생수가 적어 체육대회 때 학부모님의 역할이 크다. 축구경기 심판, 솜사탕 부스 운영, 퀴즈 코너 운영, 그리고 각종 종목의 선수까지 1인 다역을 소화해야 한다. 아이들은 우리 팀의 승패도 중요하지만 우리 엄마, 우리 아빠의 멋진 모습을 보는 것에서 더 큰 기쁨을 느꼈다. 특히 우리 반 아이들은 1학년이라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얏호!" 하며 신남을 거침없이 표현했다.


<장면 1. 줄다리기>

교대 재학 시절 타과에서 체육대회를 대비한다며 큰 나무에 밧줄을 매어놓고 줄다리기 연습을 했다. '줄다리기가 연습까지 할 일인가?' 하는 생각에 의아했다. 줄다리기는 어쩐지 옛 놀이, 구시대적인 게임 같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그 이후 정말 오랜만에 보는 줄다리기 경기.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손이 빨개지고, 얼굴이 빨개지고, 함성을 지르며 굵직한 긴 줄에 와글와글 붙어 온 힘을 쏟고 있었다. 그 순간 알았다. '아! 줄다리기는 헛힘쓰는 것이 아니구나! 단결의 줄에 힘을 싣는 것이구나.' 이겨도 져도 그만이지만 줄을 당기는 그 순간, 줄을 잡은 손을 통해 모두의 마음이 한 줄에 구슬 꿰이듯 연결된다. 그 순간의 하나 됨을 통해 느끼는 전율은 내 온 힘을 쏟아 내기에 충분했다.


요즘처럼 개별성의 가치가 중요한 세상에서 한 번쯤은 굵은 줄에 모두의 마음을 꿰어 하나 됨의 기쁨을 경험해 보는 것도 참 감동스러운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면 2. 이어달리기>

"선생님 선생님 나는 진짜 빨라요! 다리는 짧은데."

"아~~~ 우리 우리가 빠가 1등이에요! 아하하하!"


학생-학부모-교사가 섞여 이어 달리기를 했다. 정정당당함이 원칙이긴 하지만 양 팀의 속도 차이가 현저하게 벌어질 경우 주변에 서 있는 사람들은 앞서 나가는 팀을 살짝살짝 방해하여 뒤쳐지는 팀의 힘이 너무 빠지지 않도록 도왔다. 나 역시 "ㅁㅁ아~ 뒤에 오는 ㅇㅇ이가 보이지도 않네. 찾아봐봐~"하며 한참 앞서있음에도 앞만 보고 냅다 달리는 아이들의 속도를 조절했다. 우리 반이 아니어도 모두가 친한, 시골의 작은 학교이기에 가능한 상황이리라.


그래도 막판에 다다르면 승부욕은 방해 작전에도 굴하지 않고 더더욱 불타오른다. 특히 자녀들 앞에서, 동네 주민들 앞에서 전력 질주하는 아버지들의 몸에서는 뿜어져 나오는 광선은 정말 눈에 보이는 것 같다. 한바탕 시끄럽게 이어진 달리기 한판 속에 방해 작전과 따스한 배려, 승부욕이 뜨겁게,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장면 3. 정당한 젤리>

운동장 한쪽에서는 퀴즈를 풀거나 병뚜껑을 손을 튕겨 선 가까이 보내기 등을 하는 코너가 있었다. 대체로 아이들은 그 코너를 지나며 하리보 젤리 한 봉지씩을 획득했다. 그중 한 아이가 젤리를 받지 못했다. 속상한 아이는 엄마에게 안겨 엉엉 울었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달래면서도 아이에게 들리게 "젤리 한통 얼마 한다고. 내가 한통 사주고 말지."라고 말씀하시며 그 코너로 아이를 데리고 가 그냥 젤리를 받도록 하셨다. 그 모습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던 나는 아이에게 다가가 아이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 귓가에 속삭였다. "점심 먹고 선생님이랑 한판 다시 해보자. 정정당당하게 젤리 받는 건 어때?" 순간 아이는 눈물을 닦고 고개를 끄덕였다. 점심을 먹고 나서 나는 병뚜껑 튕기기 코너로 다시가 보았다. 그런데 아이는 벌써 스스로 게임을 마치고, 당당하게 젤리를 먹고 있었다.


얼마 하지 않는 젤리지만 그냥 얻은 젤리 한통보다, 스스로 뿌듯하게 획득한 젤리 한 봉지를 정말 맛있게 먹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우리 아빠가 달리기 1등 한 날, 누군가에게는 물싸움에서 옷이 흠뻑 젖었던 날, 누군가에게는 아들의 축구경기 심판을 봐준 날, 그리고 또 누군가에게는 살아생전 보는 내 자녀들의 마지막 체육대회였을 그날의 아름다운 전경이 문득 떠올라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 그날을 글로 남겨본다.

KakaoTalk_20221201_125500843_01.jpg 그날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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