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마음을 모으는 꽃의 정원 3

흙, 물을 만지는 자연의 느낌

by 지혜

<감동 뭉클 꽃밭 이름>

1, 2학년 아이들이 머리를 맞대어 꽃밭에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 우리 1학년 아이들은 각자 1가지씩 이름을 정한 뒤 복도에 붙여두고 다른 모든 학년 아이들이 스티커 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이름을 정했다. 2학년은 형아들답게 토의를 통해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정한 꽃밭 이름은 '1학년 꽃의 정원, 2학년 89 마음을 모으는'이었다. 꽃밭은 1, 2학년이 함께 가꾸어나가는 공간이므로 두 가지를 통합하여 '89 마음을 모으는 꽃의 정원'이라고 최종 결정지었다.


2학년 아이들이 열띤 대화를 통해 만들었다는 '89 마음을 모으는'이라는 이름에서 89의 뜻이 궁금했다. 팔십구? 팔구? 나의 궁금증에 대한 아이들의 대답은 단순명쾌, 순진무구, 감동뭉클이었다. 2학년 아이들은 한 살 더 자란 만큼 우리 1학년 아이들까지 넓은 마음에 담아내고 있었다.


8살 1학년과 9살 2학년이라는 뜻이에요!

<함께 피어나다>

꽃처럼 곱디고운 손으로 흙을 톡톡톡 간지럽히며 심은 꽃모종의 키가 그사이 많이 자라 있었다. '클로렐라 물 주기, 돌멩이에 무당벌레와 벌 등을 그려 꽃밭 곳곳에 두기, 꽃밭 이름 팻말 만들어 꽂기, 꽃들이 자라는 동안엔 학교 중앙현관에 가득한 로즈메리로 스머지 만들기' 등을 하며 참 예쁜 시간을 보냈다. 눈에 보이게, 또 보이지 않게 꽃들은 망설임 없이 자신만의 시간에 따라 만개했다.


심을 때만 해도 '이 꽃은 누구 꽃이고, 이 꽃은 또 누구 꽃이고, 이 꽃은 내 꽃'이라고 재잘거렸던 아이들은 어울림이 있기에 더욱 아름다운 꽃들처럼 네 꽃 내 꽃 가리지 않고 물을 주었다. 어느 꽃에 꽃봉오리가 생겼다, 꽃이 활짝 피었다며 함께 신나 했다. 그렇게 꽃과 아이들의 마음이 자라고, 피어나고,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모습이 향기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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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다시 씨앗>

어느덧 1학기가 지나가고 2학기가 되었다. 아직 우리의 눈이 꽃의 아름다움에 머물러 있을 때, 꽃은 그 속에 씨앗을 품고 단단하게 키워낸다. 꽃은 여름 햇살을 모두 견디고서야 여실히 맺힌 씨앗을 내 보인다. 꽃에게 영혼이 있다면 한 알의 씨가 되어 영원을 흐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바라기, 천일홍, 분꽃 등의 씨앗을 채종하여 살펴본 뒤, 씨앗 봉투를 만들어 채종한 씨앗을 나누었다. 그 작고도 위대한 꽃의 영혼을 나누었다.


꽃밭을 가꾸며 가장 좋았던 일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물을 줄 때 시원했다. 채종 할 때 재미있고 즐거웠다.'등의 이야기를 했다. 그중 한 아이의 대답이 내 가슴에 와닿았다.


흙, 물을 만지는 자연의 느낌이 좋았다.


꽃씨를 처음 받아 들었던 그 순간부터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저마다의 꽃밭이 아름답게 생겨났을 것이다. 모든 것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두진 못해도, 저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아름다운 '자연의 느낌'을 즐겼을 것이다.


첫날의 꽃씨를 키워 얻은 새 꽃씨를 나눈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마음속, 화분 하나, 생활공간 조그마한 귀퉁이에라도 저마다의 꽃밭을 가꿔나가길 소망하며 꽃밭 수업을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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