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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요기 Feb 27. 2019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조건

세상을 버텨내기 위해 생각의 근육을 이완하다

[생각 숨 2호]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조건


김성아 (생각스튜디오숨 그리고 요가스튜디오숨 대표)


호흡하며 생각의 근육을 이완하는 연습하기.

생각 숨 2호의 소재는 불교 철학과 영화입니다.

깊고 난해한 불교 철학을 얼마나 쉽게 풀어낼 수 있을지 자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답게 시도해 보겠습니다.

자! 코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어깨는 으쓱 올렸다 천천히 뒤로 끌어당겨 내리겠습니다.

턱도 당겨볼까요? 어깨와 목의 긴장을 풀고. 배꼽을 끌어당겨 척추를 곧게 뻗겠습니다.

준비가 됐네요. 이제 출발할까요?

'일념삼천'은 중국의 승려 천태대사가 석존의 설법을 체계화해 고안한 개념입니다.

석존이 설한 경전 <법화경>의 주요 주제이기도 하죠.  '일념이 삼천'이며. '삼천이 일념'이라는 뜻입니다.

일념은 사람의 마음이고 삼천은 세계를 의미합니다. 자신의 마음이 세계를 변화시킨다는 역동적인 철학이자 모든 세계가 자신의 마음에 담겨져 있다는 자기 반성의 철학이기도 하죠.  

<법화경>의 혁신적인 주제는 모든 존재가 ‘불성’(부처가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석존은 법화경을 설하기 이전 42년간 여인, 악인을 비롯해 자신의 지식에 안주하고 남을 돕지 않는 존재는 부처가 될 수 없다고 설했습니다.

'모든 존재가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선언인 '만인성불'과 '모든 존재가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일념삼천'의 원리.

법화경에서 모든 생명은 위대하고 존귀한 존재가 됩니다.

여기서 질문! 부처란 어떤 존재일까요? 정확히는 어떤 마음(일념)을 가진 존재일까요? 그래서 세계를 어떻게 바꾸고 싶은 걸까요?

그 힌트가 법화경에 살며시 나와 있어 소개해 드립니다.  

'매자작시념 이하령중생 득입무상도 속성취불신'

풀이하면 '부처는 늘 어떻게 하면 중생을 무상도에 들게 하여 속히 부처의 몸을 성취하게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입니다.

조금 더 쉽게 표현하면 부처는 모든 생명이 반드시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중학교 사회시간. 시모넷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느닷없이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너희들은 세상에 나가기 싫더라도 세상에 나가야만 해. 그렇다면 세상은 너희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지?

너희들이 살고 있는 동네 밖의 일들을 얼마나 자주 생각하지? 언젠가 너희들은 자유롭게 될 거야.

그런데 너희들이 자유롭게 됐을 때 자신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고 세상이 어떤 곳인지 잘 알지도 못하는데

세상이 아주 실망스럽다면?”

한 아이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주 꼬이는 거죠!”

시모넷 선생님은 계속 이야기합니다.

“정말 이 세상이 마음에 안 든다면 이 세상을 바꾸면 되는 거야! 그래서 오늘부터 시작하자!”


“Think of an idea to change our world and put it into ACTION!”


첫 수업에 시모넷 사회 선생님은 1년짜리 과제를 학생들에게 보여줍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생각을 할 것! 그리고 그것을 실천할 것!”


당연히 아이들의 반응은 제각각입니다. 어렵다, 짜증난다.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이건 가능해. 그럼 그 가능성의 세계는 어디에 있을까? 바로 너희들 자신 속에 있는 거야.”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Pay it forward)의 시작 장면입니다.


트레버는 이 시모넷 선생님의 과제를 아주 빠르게 구체화시킵니다. 바로 그것이 'Pay it forward'.

한 사람이 세 사람에게 가장 절실하고 필요한 도움을 줍니다. 도움을 받은 각 한 사람은 다시 세 사람에게 도움을 주어야만 하는 연쇄법칙입니다. 희망 다단계라고 할까요?

트레버는 바로 마약 중독으로 힘들어하는 노숙자 한 사람을 데려와 밥을 먹이고 취직할 수 있도록

약간의 돈을 줍니다.

노숙자는 취직 후 이렇게 말합니다.

“극복할 수 있어요! 거리에 살아보지 않고는 모르죠. 신문을 덮고 자 보면 인생을 망쳤다는 걸 알게 되죠.”

하지만 처음의 결의와 달리 노숙자는 다시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하죠.

트레버의 첫 번째 도움주기는 실패로 끝나고 맙니다.

두 번째는 얼굴의 화상 자국으로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시모넷 선생님!

어머니와의 사랑만들기 대작전으로 선생님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근데 이것도 어려움이 생깁니다. 알코올 중독으로 자신을 떠났던 아버지가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죠.


영화는 두 개의 시간과 줄거리가 교차합니다.

트레버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사건과 시간. 기자 챈들러의 취재에서 시작되는 사건과 시간.


어느 비오는 날, 취재 현장에서 챈들러는 용의자의 도주로 자신의 차가 망가지는 사고를 당합니다.

그런데 그때 어느 노신사가 고급 승용차를 선물로 줍니다. 황당한 일이죠.

챈들러는 다음 날 노신사를 찾아가 '미쳤나'며 따져 묻습니다.

공짜가 없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그 때부터 '도움주기에 대한 취재'라는 새로운 사건과 시간이 시작됩니다.


영화는 또 뻔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걸까요?

어느 감상평의 말마따나 '범죄자를 숨겨주는 게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것'일까요?

(영화에서 딸에게 지난 과거를 용서받은 어느 할머니는 오디오를 훔치고 달아나는 남성을 경찰에게 들키지 않도록 숨겨줍니다)


트레버의 도움주기를 받았지만 마약에 다시 손을 댔던

노숙자는 어느 날 다리를 지나가다 자살하려는 여성을 만납니다.

여성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이렇게 말을 건넵니다.

“나랑 커피 한 잔 해요.”

자신은 살 가치가 없다고 소리치는 여성에게 노숙자는 다시 이렇게 말을 건넵니다.

“제발, 당신이 나의 삶을 구해주세요.”

트레버의 죽음이라는 다소 맥락없는 결말을 택했다 할지라도

저는 이 영화가 반짝 반짝 빛나는 이유는 바로 이 인물 간의 대화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확히는 대화를 통해 드러나는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변화.

세상은 아직! 바뀌지 않았지만, 세상은 아직! 엿같지만,

점점 따뜻하게! 점점 더 배려하며!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었지만 거듭되는 만남 그리고 대화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깨달아가는 인물들.

그리고 다른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인물 한 명 한 명의 변화.

영화는 대화를 통해 파동쳐 변화하는 인물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I just wanted to see if the world would really change."

“ 전 그저 세상이 정말 변하는지 알고 싶었을 뿐이에요.”


트레버가 이야기합니다.


누군가는 또 묻겠죠? 그 의도가 자발적 행동이냐? 죄의식과 부채감으로 인한 행동이 진정한 선의냐?

범죄자를 도운 것은?

그런데 그 물음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실질적으로 어떻게 하면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시급한 실천의 문제가 아닐까요?


시모넷 선생님과 트레버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도움주기가 실현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바로 시작은 “It's me!" 나라는 것!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착한 마음을 믿어야 한다는 것!

누군가가 아니라 내가, 나답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실천해야 도움주기 모형은 시작됩니다.

도움을 주려는 사람, 도움을 준 사람을 믿지 못하면 이 모형은 시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세 사람의 착한 마음을 믿어야 실현이 가능한 것이죠.


앞서 우리는 법화경의 '만인성불'과 ‘일념삼천’의 개념을 공부했습니다.

한 가지 물음이 생기지 않았나요? '성불의 방법'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데 도대체 어떻게 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거야?


저는 이 영화가 그 방법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바로 모든 존재의 착한 마음을 믿는 것.

그 존재에는 나 역시 포함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되겠죠?

나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을 믿을 힘도 없지요.

학업부터 취업까지. 정말 살아내는 것이 힘겨운 현실입니다.

더불어 주변 사람들의 마음도 더욱 거칠어집니다.

찢기고 할퀴고 무너져 내리는 우리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텨내야 하니

우선 자신부터. 자신이 존귀한 존재라는 것.

세계를 바꿀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믿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믿음을 주위 한 사람부터 넓혀 나가보는 건 어떨까요?

만나는 것부터.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

세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살리기 위해.   

성불, 부처가 된다는 것은 어딘가에서 언젠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있는 이 곳에서 지금,  

본디 자신 안에 갖추어져 있는 위대한 가능성을 여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요.

서로를 믿고.

봄봄봄. 봄이 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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