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쟁이요기 Jun 12. 2020

벅참의 시대에 대한 제언

코로나19 시대에 요가하기

[생각 숨 4호]


여름여름한 6월입니다.

(벌써 2020년이 절반을 지나고 있다니! ㅜㅜ)

유난히 길 것만 같은 여름

다들 안녕하신가요?

유난히 짧았던 봄은

건강하셨나요?

코로나19에 지지 않고 있으시죠?

더불어 살아가는 누군가를 배려한다는 것이

얼마나 수고로운가를

더불어 살아가는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배우는 요즘입니다.

수고로움에 지치지 않길

나와 가족을, 그리고 누군가의 가족을 끝까지 지켜보아요!

빠이팅!


코로나19와 함께

요가스튜디오숨도 오랜 시간 휴업을 했습니다.

갑작스레 주어진 시간이 양분이 되어  

제 살이 무럭무럭 자랐죠.

격렬하게 빈둥대기.

빈둥대다의 사전 뜻 그대로

'아무 일도 하지 아니하고 자꾸 게으름을 피우며 놀기만 하'였지요.

경험해보지 못한 몸의 벅참. 두둥!

바로 뚱뚱보 요기의 탄생이었습니다. ㅎ


'바카아사나' '바카사나' 라고 불리는 자세요. 물 웅덩이를 건너는 두루미의 날렵한 모습이 보이시나요? ㅎ

살찐 두루미 한 마리가 힘겹게 땅을 박차고 있긴 하네요.


'에카파다코운딘야아사나' '에카파다코운딘야사나' 입니다.  

에카파다는 하나의 발을, 코운딘야는 인도 설화에 나오는 현인의 이름을 가리킵니다.

발 하나를 반대 팔뚝 위에 얹어 뻗고, 발 하나는 뒤로 강하게 뻗어야 하는 자세죠.

다리와 어깨, 손목 힘이 많이 들어간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실은 배꼽힘이 가장 중요합니다. 배를 쏙 집어넣고 호흡을 해야만 완성할 수 있는 자세입니다.

음. 무척이나 날렵했군요. 이때의 저는. ㅎ   


살이 무려 20Kg이나 불면서 몸에 여러 변화가 찾아왔죠.

일단 대부분의 요가 자세가 안 되더라고요.   

'요가디피카' 책을 보면

살집이 제법 있는 아헹가 구루가

자유롭게 자세를 하고 있는데  

적어도 저에겐 불가능한 일임을 깨닫게 됐습니다.  

다음으로 허리와 무릎 통증이 생겼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요가 자세를 수련하며 느낀 게 있는데

몸의 중심인 척추, 특히 요추를 단련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요가의 호흡은 기본적으로 배꼽을 쏙 집어넣어 합니다.  

우띠야나 반다를 잡는다고 하죠.

배꼽을 집어넣는 연습을 하면 배꼽 뒤 요추를 곧게 뻗는 단련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요추를 강하게 뻗지 못하면 허리는 굽어지고 다리 근육은 약해지게 마련입니다.

살이 찌니 배꼽이 들어가지 않더군요. 뱃살이 호흡을 방해하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ㅎ

걸을 때도 뱃살로 허리가 곧게 펴지지 않으니 척추가 굽어지고

자연스레 무게 중심이 무릎에 실리게 됐습니다. 시큰시큰.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죠.

몸이 찐 살에 적응하기 시작할 때쯤

마지막 변화를 감지했습니다.  

바로 거칠어진 호흡이었죠.

아시다시피 요가는 깊고 느린 호흡에 아사나라는 동작을 얹습니다.

플로우 혹은 빈야사 라고 해

끊임없이 호흡하며 동작을 이어가는 게 요가의 기본입니다.

호흡이 거칠어지면 근육은 경직되고 근육이 경직되면 반드시 통증이 따라옵니다.

충분한 호흡과 함께 동작을 한 후 찾아오는 근육통과는 결이 다르죠.

결이 다른 통증은 회복에도 시간이 걸리고 마음에도 영향을 줍니다. 바로 두려움이죠.

거친 호흡은 두려움을 낳습니다.

다음 번 같은 동작을 할 때 선뜻 나아가지를 못합니다. 적당히. 늘 딱 거기까지만.


아주 간만에 해본

'파당구쉬타아사나(파당구쉬타사나)' '파당구스타아사나(파당구스타사나)'입니다.


글쟁이요기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지

제가 운영하는 요가스튜디오숨이 출발한 지

5월 2주년을 맞았습니다.

찐 살을 적극 활용해 뚱뚱보 요기 유튜브를 열어볼까?

2주년을 맞아 여러 고민을 하고 있는 요즘이죠. ^^

벅참도 조금 내려 놓아 요즘은 뚱보 요기 정도는 될까요?


코로나19가 길어지며

몸과 마음 모두

지치는 분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가볍게 살의 이야기에서 벅참을 이야기했지만

달라진 일상에 많은 분들이 벅차하는 것 같네요.

똑같은 일을 하는데 잘 되지 않고,

어느새 허리와 무릎이 아파하고

그러다 호흡이 거칠어지며

포기와 체념이 익숙해져버리는

벅참의 악순환.


'부장가아사나' '부장가사나' 입니다.  

뱀자세죠.

벅참의 악순환을 끊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뚱뚱보 요기가 제안드리는 건 기본입니다.

찐 살에 이전처럼 어려운 동작을 고집할 필요는 없겠죠.

변화를 받아들이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것에 집중하기입니다.

늘어난 뱃살과 약해진 요추 덕분에

뱀자세도 예전같지가 않습니다.

요추에 강한 자극을 주며

목과 함께 허리를 뒤로 확 젖히고 싶지만.

잘 되지가 않습니다. ㅎ

그럼에도 한걸음 내딛어보는 거죠. 할 수 있는 것부터.


코로나19가 바꾼 일상이

적어도 우리의 빛나는

눈부신 마음까지 병들게 할 수는 없다고 믿으며!

소중한 당신의 삶을 응원합니다.

글쟁이요기이자 뚱뚱보요기  

역시  

지금 해야 할 것에 집중하며.

제가 만나야 할 사람을 소중히 하며.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 보겠습니다.


"페스트가 대체 무엇입니까?

그게 바로 인생이에요. 그뿐이죠."

(알베르트 카뮈 '페스트' 중에서)


뚱뚱보 요기의 다이어트 요가는

당분간 계속 될 예정입니다. ㅎㅎ

나마스 떼!

(당신을 존경합니다!)


*이 글은 요가스튜디오숨 블로그에도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헛헛한 밤, 나와 당신을 위로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