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내가 오른손 손목 골절로
수술을 받은 이후,
밥 먹는 것, 옷 입는 것, 씻는 것 등
여러 일상들을
혼자 하기 어렵게 됐다.
덕분에(?)
우리 딸 어릴 때 머리 말려주었던 것처럼,
머리 감고 나온 아내의 젖은 머리를
드라이기로 서툴게 말려주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
드문드문, 사이사이 선명하게 눈에 띄는
수많은 흰 머리카락...
의자에 앉아 있는 아내의 등 뒤에서,
내려다보는 자세로
머리를 말려주다 보니
그전에는 보지 못했던,
아니 볼 수 없었던
수많은 흰 머리카락들이 보였고
언제 이렇게
나이가 들었나 싶은 마음에,
그동안 아내에게
너무 무심했었구나 싶은 마음에
갑자기 왈칵 쏟아지려는 눈물을
가까스로 움켜잡고,
아내의 머리를 좀 더 정성껏 말려주었다.
아내가 다치고 나서
아내의 일부가 되고 나서보니
그제서야
지나온 아내의 세월이,
숨겨진 아내의 서글픔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