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소리가 안 나
어디로 사라졌나? 밖으로 나갔나?
어디 갇혔나? 싶어
온 집안을 한참 찾다 보면
실은 바로 뒤에서 혹은 옆에서
조용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고양이처럼,
(혹은 조용히 잘 자고 있는 고양이처럼)
잃어버린 줄 알았던 카드가
잠바 주머니 안에
멀쩡히 잘 있었던 것처럼,
인생 또한 어디 사라지거나
없어지거나 하지 않고,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멀쩡히 (주머니 안에) 잘 있는데
되는 게 하나도 없다고,
모든 걸 잃었다고,
인생 망했다고 생각하며
나 혼자 화내고, 짜증 내고,
답답해하고, 억울해했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우왕좌왕하며
짜증 내고 화내고 슬펴하고 억울해하는
바로 그 순간에도
내 인생은 아무 문제 없이,
주머니 안에 멀쩡히
잘 있는 거 아닌가 하는...
내 인생은
아무 잘못도 문제도 없는데,
나 혼자
속 끓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