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커핀바, 송리단길을 향해서
오랜만에 먼 길을 나선 날,
서울 안에서의 이동인데도
9호선을 타는 날이면
괜히 하루가 길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낯설어서.
그 노선을 탈 때마다
나는 여전히 이 도시에 완전히 익숙해지지 못한
사람처럼 잠깐씩 멈칫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그날의 송파나루는
어딘가로 떠났다가 돌아오는
길목처럼 느껴졌다.
송리단길.
요즘은 이 이름이 더 자연스럽게 불리는 동네다.
핫하다는 말이 따라붙는 곳들은
나에게 안 맞는 옷처럼 불편해 슬쩍 피해왔는데
이날은 이상하게도
한 번쯤은 괜찮겠다는 마음이 먼저 앞섰다.
늘 가던 방향이 아닌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날도 필요하니까.
프랭크커핀바 잠실점은
2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살짝 위스키 바를 떠올리게 하는 외관.
입구에 서서 잠깐 고개를 들었을 뿐인데
안쪽의 분위기를 상상하게 된다.
계단을 오르는 순간부터
유럽의 오래된 건물에 들어설 때처럼,
서두르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기분.
나는 이런 공간 앞에서는 자꾸 눈길이 멈춘다.
안쪽에 들어서자
생각했던 대로의 공기가 펼쳐졌다.
빈티지한 감각,
시간이 쌓인 듯한 질감.
창밖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와
바 형태의 카운터,
곳곳에 놓인 테이블과 소품들까지.
하나하나가
분명한 취향을 드러내고 있었다.
둘러보다가
일행이 앉아 있는 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걸
잠시 잊어버렸다.
이런 순간이 나는 싫지 않다.
괜히 혼자 들어온 것처럼
잠깐의 여유가 생기니까.
인사를 나누고 커피를 주문하러 갔다.
이곳이 에스프레소 바라는 걸 떠올리며
메뉴판을 천천히 훑었다.
다양한 선택지 앞에서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시그니처인 프랭크 커피를 골랐다.
언제나처럼,
시그니처라는 말은 유혹의 단어다.
굳이 다른 선택을 할 이유는 없지.
주문을 종이에 적어주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이런 사소한 아날로그 앞에서는
괜히 마음이 느슨해진다.
테이블 위에는
이미 맛있어 보이는 크로플이 놓여 있었다.
계절 한정이라는 딸기 크로플은
딸기가 꽃처럼 올려져 있어
잠시 포크를 들지 못했다.
메이플 시럽을 뿌리고,
아이스크림과 함께 한 입.
고소함이 먼저 오고
달콤함은 그 뒤를 천천히 따라왔다.
천천히 느껴지는 맛은
서서히 스며들어 입안에 오래 머문다.
조금 뒤,
내 앞에 프랭크 커피가 놓였다.
라떼 베이스 위에 크림이 올라간 한 잔.
그 위에 웃고 있는 얼굴이, 귀여움 한 스푼 더 얹어진.
크림커피 특유의 느끼함 없이
커피의 중심이 또렷했다.
끝까지 질리지 않고 마실 수 있는 맛이었다.
나는 컵을 내려놓을 때까지
별다른 생각 없이 커피에만 집중했다.
처음 도착했을 때만 해도
한산했던 카페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로 채워졌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카페 안은 번잡해지지 않았다.
낮게 흐르는 음악과 공간이 주는 여유
덕분이었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우리의 대화와 시간에만
자연스럽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날의 나는
달달한 크로플과
달달한 커피 한 잔으로
충분히 충전되어 있었다.
덕분에
서울 안에서의 여행은
버겁지 않았고,
돌아오는 길에는
괜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이 여행, 꽤 괜찮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