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남긴 여운에 머문 날

공명, 커피보다 먼저 남았던 이름

by 이설


항상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의식적으로 피해온 카페들이 있다.


카페 공명도 그중 하나였다.


괜히 시끄러울 것 같아서,

괜히 오래 머물기 어려울 것 같아서.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그런 마음으로 미뤄두었던 이름.


그러다 어느 날,

새로운 곳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그 이름 앞에 잠시 머물렀다.


마치 미뤄놓은 숙제를

하나 끝낸 기분이었다.




점심과 저녁 사이,

시간이 애매해진 오후, 공명을 향했다.


새로운 카페에 들어설 때면

살짝의 긴장과 설렘이 함께 온다.

이곳에선 어떤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

나의 하루 한 잔 커피의 즐거움을

맡길 수 있는 곳일까?

거창한 듯하지만 사소한.




이곳을 지나다니면서

나에게 가장 큰 인상을 남긴 건

한자 ‘공명’이라는 이름이었다.


카페에서 보기엔

낯선 한자라

자연스럽게 시선이 머문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한자의 자리는 여느 카페처럼

영어로 바뀌어 있었다.

그때의 아쉬움이란.




공명을 들어가는 길은

카페 공간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고

대기 공간이 먼저 나온다.

벽에는 사람들이 남긴 메모가 빼곡하다.


카페에 들어가기 전 기다리는 시간이었을까,

카페를 나가는 길에 잠시 머문 시간이었을까.

어느 시간의 흔적일지

잠시 궁금해지는 정겨움의 흔적들이다.


카페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평일 오후였는데도.

그래도 빈 좌석들이 눈에 들어온다.

넓은 공간, 테이블 사이의 여유는

각자의 시간이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간격을 만들어 주었다.


북적이는데

산만하지는 않은 느낌.


거기에 더해

한쪽 벽을 채운 책장을 보며

이곳이 단순한 카페는 아니겠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괜히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는 시그니처인 공명라떼를,

친구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홍대와 연남, 합정이라고 이름 붙은

원두가 재미있다.


공명라떼를 처음 본 날,

꾸덕한 크림에 반해버렸다.

스푼으로 살짝 떠서 먹을 정도의 꾸덕함.

과하지 않은 달달함,

거기에 잔에 조미료처럼 뿌려진

과자의 고소함.


씹히는 질감 덕분에 느끼는 재미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조화를 이루는 커피와의 어울림까지.


크림 커피에서

느낄 수 있는 장점들이 한 잔에 담겨 있다.


아, 맛있다.

맛있어서 좋다.


이렇게 시그니처 커피는

기똥차게 챙기면서도

디저트에는 한 발씩 늦는 사람이 바로 나다.

그래서 베이커리에는 늘 인색해진달까.

첫 방문 때는

리뷰 이벤트의 브라우니에

마음을 빼앗겨서 더 그랬다.


그런데 이 브라우니,

생각보다 맛있었다.

초코의 진한 달달함이 과하지 않다.

그래서 다음 방문에도 먹어보았지만

처음과는 조금 달랐다.

언제나 처음과 같을 수는 없다는 게

이럴 때면 아쉽다.


첫번째 방문 그리고 다시 찾은 공명




커피를 마시다 문득

카페의 이름을 다시 떠올렸다.


공명(公明)


사전적 의미,

‘사사로움 없이 공정하고 명백하다 ‘


카페 이름으로는

조금 딱딱하게 느껴지는 단어다.

왜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그날 공명이란 한자를

곱씹다가

혼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 들어오는

누구에게나

같은 마음으로

같은 정성으로

편안히 머물 자리를

내어주고 싶다는 뜻이 아닐까.


물론

그냥 이름일 수도 있다.

나 혼자

너무 다큐적인 생각을 해본 것일지도.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하게 한다는 것,

그 자체로

충분히 멋진 이름이 아닌가.




이제 사라진 한자 간판은

아쉽지만

달달한 크림 커피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공명.

언제나 마셔도 맛있는 이 맛은

부디 변하지 않기를.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