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가본, 청수당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두 번이나 그냥 나왔던 카페가 있다.
들어가지 못한 곳은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는다.
마셔보지 않은, 먹어보지 않은 것들이
괜히 더 궁금해진다.
나는 가끔
내가 놓친 것들을
생각보다 오래 붙잡고 있는 사람이다.
익선동에서 처음 만난 청수당은
사람들 틈에 밀려 구경만 하고 나왔다.
두리번거리다 괜히 멋쩍어져
조용히 돌아섰다.
그때 돌아서는 내 뒷모습은
아쉬움이 그득 했겠지.
연남점도 비슷했다.
층마다 분위기가 다르다기에
한 번쯤 앉아보고 싶었지만
자리가 없어 또 그냥 나왔다.
그때는 가까우니 다음에 오면 되지 했지만
막상 나에게
다음은 잘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다 지인들과의 약속으로
김포의 청수당에 가게 됐다.
그동안의 청수당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넓었다.
좌석 사이가 여유 있어
괜히 숨이 놓였다.
청수당 특유의 정원 같은 인테리어도
그날에서야 천천히,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다.
그동안은 자리가 먼저여서
만끽하지 못한 것들을 말이다.
하지만 또 한 번,
먹어보고 싶던 티슈 베이커리와
계란 커피는 품절이란다.
순간 허탈해서 웃음이 났다.
뭔가 한 박자씩 늦는 이 기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는 좀 그런 부분이 있다.
뭔가에 살짝 뒤처지는 듯한 부분이.
내가 조금 신중해서 그래,
하고 애써 위로하는 그런 부분이 말이다.
그래도 괜찮아, 괜찮고 말고.
하는 나의 한 부분.
그래서였나.
이날, 이상하게
그렇게까지 속상하지는 않았다.
앉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조금은 달라진 느낌이었다.
아쉬운 것들은 또 채우면 되지.
언제가 됐든.
커피는 고소했고
무난했다.
김포점은 다른 청수당들과 다르게
드립이 아니라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한다.
(자리는 못 잡아도 메뉴판은 한 번씩 보는 나란 사람)
그날,
밀크 브레드와 우유크림빵을 먹었다.
(분면 다른 빵인데 다른 점이 뭐였지?)
부드러운 빵을 한 입 베어 물고
커피를 마시면서
그래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분위기를 즐기기엔 제법 좋았으니까.
그. 런. 데.
계란 커피가 계속 마음에 남았다.
결국 김포에 갈 일이 있던 날,
혼자 다시 들렀다.
혼자라서 좋은 그런 날,
드디어 계란 커피를 마셨다.
노른자로 만든 크림 위에
설탕을 뿌리고 토치로 구워낸 음료였다.
노릇하게 그을린 표면이
보기엔 꽤 근사했다.
설탕을 깨서 떠먹으라 했지만
생각보다 잘 깨지지 않았다.
처음 스푼으로 떠먹었을 땐
달고 고소했다.
커스터드처럼 부드러웠다.
그런데 컵을 들어마시는 순간,
계란의 비릿한 향이 또렷하게 올라왔다.
한 모금 더 마셔봤다.
이번엔 괜찮을까 싶어서.
그래도 느낌은 비슷했다.
아… 이런.
크림이 진하다 보니
커피가 조금 묻히는 느낌도 있었다.
아쉬웠지만
이제는 괜히 미련이 남지는 않았다.
이건 내 취향이 아니구나.
비록 내 미련은 실망으로 남았지만
두 번이나 돌아섰던 공간에
결국은 앉아보고,
마셔보고,
내 취향을 확인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생각해 보면
나는 이 카페의 맛보다
들어가 보지 못했던 기억을
더 오래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직접 겪어보고 나면 사라지는 감정을
환상처럼 품고 있었던 듯도 하다.
이제는 더 이상 마음이 끌리지는 않는다.
청수당의 기억은,
함께 갔던 날은
사람들 웃음소리 속에서 좋았고,
혼자 갔던 날은
조금 느린 속도로 시간을 즐길 수 있어 괜찮았다.
청수당은 이제
언젠가 가봐야지 하던 곳이 아니라
한 번은 가봤던 곳이 되었다.
가끔은
좋아서 남는 기억보다
확인하고 나서 사라지는 궁금함이
더 편안하다.
청수당의 계란 커피를 마실 날,
밖으로 나오니
생각보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