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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푸르르던 그날의 기억 3

여수, 액티비티와 예술 그리고 여유로운 휴식의 시간

by 이설

여수에서의 둘째 날이 밝았다.

아침부터 화창한 여수의 바다는 무척이나 설레는 하루의 시작을 선사했다.

날씨가 이렇게나 아름다운 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이 정도의 화창한 날씨를 느낀 적이 있던가 할 정도로 파란 하늘은 감탄의 연속이었다.




처음 집라인을 선택했을 때는 살짝 걱정을 했더랬다.

나도 타본 적이 없었고 부모님은 나이가 있으시니 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도 뭔가 기억에 남을 만한 그동안 하지 않았던 것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무작정 예약을 했더랬다.


그리고 둘째 날 아침 부모님을 모시고 이곳을 향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하늘을 나는 경험.

나는 언젠가 스카이 다이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늘에서 날아보고 싶다는 꿈.

내 마음 어딘가에 항상 있었던 이 꿈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 일을 하려면 어디론가 가야 하는데 움직이지도 않는 내가 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게다가 점점 겁이 많아지니 어쩌면 진짜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고 있는 터였다.


그래서 그 살짝 대용품으로 이 액티비티를 선택한 마음도 있었다.

그런 것보다는 덜 무섭겠지. 덜 위험하겠지.


마침 여수의 날씨도 도와주니 금상첨화 아닌가!


살짝 들뜬 마음과 걱정의 마음을 품고 드디어 집라인을 타는 곳에 도착했다.

집라인을 타는 곳에 도착하니, 여수의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에 끝도 없이 펼쳐진 바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254DC00A-BAEA-4B9E-B482-EE2AB09D285C.heic 반짝이는 바다를 향해 가다.


걱정되는 마음에 안전요원에게 부모님도 탈 수 있냐고 물었더니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그런데 하나, 몸무게가 가벼우면 잘 안 내려갈 수 있으며, 그럴 경우 안내 요원이 뒤에서 밀어주니 무리하게 움직이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우선 부모님이 먼저 준비를 시작했다.

살짝 들떠 보이는 모습을 보니 은근한 미소가 지어졌다.

사실 이런 경험을 언제 해볼 수 있으셨을까.


꼭 하고 싶다며 어린아이 같이 웃는 모습을 보이는 두 분을 보며 잘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근두근한 마음.

줄에 나를 대롱대롱 매달아 그 줄에 의지해서 내려가는 시간까지.

그 떨림은 설렘 반 긴장 반이었다.


드디어 아빠와 엄마의 활강.

그 뒤에 나.


도착지에서 만난 두 분은 너무 재미있다며, 또 하고 싶다고 하늘에서 바다를 보는 그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천진하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나이가 있다고 다른 게 있을까?

즐겁고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은 다르지 않다.


해볼 기회가 없었을 뿐, 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난 이 아침의 집라인이 너무 좋았다.

두 분에게도 나에게도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준 액티비티.


우리의 부모님들도 참 많은 것들을 즐기고 싶어 하시고, 똑같이 즐거워하신다는 걸 나는 그날 새삼 다시 느꼈다.


그래서 이날 생각했다.

젊은이들의 핫플을 나만 즐기지 말자.

기회가 된다면 함께 즐기시게 해 드리자.


하지만, 참 마음처럼 되지는 않는다.

마음의 다짐은 마음의 다짐일 뿐... 지켜지지 않는 나만의 약속처럼 가슴 한편에 나 혼자만 기억하는 약속으로 남아있다.




즐거운 액티비티의 시간을 보내고 여수 예술 랜드를 향했다.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서 감상하는 조각상들,

자연과 어우러져 그 곳곳이 눈이 즐거웠던 곳,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것조차 예술적으로 보이는 곳이었다.


푸르른 하늘에 맞닿아 펼쳐지는 공간들은 탁 트인 시야를 선사하고, 그 시야 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을 그 자체로 예술 작품으로 만들고 있었다.


이곳 예술랜드에서 단연 유명한 것이 바다로 향해 뻗어 있는 손이었다.

마치 바다 한가운데로 나를 인도하는 것만 같은 모습의 조각상은 인기 만점이었다.

그런 관계로 이미 줄이 길게 쭉~~ 서있어서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할까 고민을 했다.

우선을 줄을 서고,

자,

생각해 보자.

한 사람씩 올라가서 찍어주느냐.

부모님만 우선 올려 보내느냐.


그렇게 세 명이 소곤소곤 이야기하고 있자니 앞에 줄 서 있던 우리와 같은 조합의 일행분이 제안을 했다.


저희 서로 찍어 주면 어떨까요??

둘 다 마침 아이 X이니 사진만 주고받으면 될 것 같아요.


쾌재를 불렀다.

이런 친절한 분들을 만나다니!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사진을 찍어 주었다.

한 가지 죄송스러운 건 그때의 나는 사진 스킬이 지금보다 더 엉망이었다는 거..

그래서 정말 많은 사진을 찍어드리지 못했는데

그분들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이 찍어주셨더라..


24D1894B-70DA-4CC1-A1CA-430349B7F7EE.heic 바다를 향해서


그래서 나는 이날 이후로 참 많은 반성과 함께 나에게 사진을 부탁하는 사람들이 있음 최대한 많은 양을 찍어주려고 노력한다.

스킬은?

뭐.. 그때나 지금이나...


그렇게 예술의 바다를 즐기고 점심은 그곳의 카페에서 빵과 함께 음료를 간단히 먹기로 했다.


그래서 찾아간 라피끄에서의 휴식은 달콤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보며 즐기는 여유.


정말 눈을 뗄 수 없는 바다와 하늘에 펼쳐진 곳에서 우리는 우리의 아름다운 시간을 함께 했다.


행복하는 두 분의 얼굴이 아직도 떠오른다.

그렇게 편안하게 즐기는 시간들이 얼마나 있었을까.

빡빡했던 삶은 마음도 빡빡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언제나 급했고 언제나 바빴다.


하지만, 이곳 여수에서는 모든 것이 여유로웠다.

마음 구석 한가득 빼곡하게 쌓여있던 먼지들을 바다에 모두 털어내고 다시금 무언가를 채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때때로 여행은 집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

여행에서의 행복, 즐거움 그 위에 쌓이는 피로로 말이다.


하지만, 여수의 모든 순간은 여운이 되었다.


F46EA8ED-0399-4AE4-BE3E-A3BCEDF9BA7B.heic 여유를 즐겼던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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