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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맛있는 여유, 귀부인스런 티타임

밤도깨비 홍콩여행(5) 만다린에서 즐긴 자유라는 이름의 우아한 하루

by 이설


여행 둘째 날이자 마지막 날.

오전엔 쇼핑 세 곳과 점심 딤섬 식사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우리는 마음속으로 이미 자유 시간을 떠올리고 있었다.

아무런 계획 없이 걷고 싶고, 누구의 시간표에도 묶이고

싶지 않았다.

그 마음이 생각보다 더 간절했다.




일행 여덟 명 중 다섯은 마카오로 향했고,

나머지 셋은 자유일정을 선택했다.

나는 셋 중 한 명이었다.

예전에 마카오에 다녀온 적이 있기도 했고,

첫날처럼 하루 종일 움직이는 일정엔 체력이

자신 없기도 했다.

조금은 쉬어가고 싶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선택은 꽤 현명했다.


운이 좋게도, 그날 홍콩의 하늘은 맑았다.

자유 시간이 시작되자마자 기분이 업되기 시작했다.

속이 살짝 좋지 않았지만,

맑은 공기와 설렘이 아픔을 눌렀다.

몸보다 기분이 먼저 회복되는 순간이었다.


우리의 계획은 단순했다.

홍콩 섬으로 건너가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의 카페에

갔다가 어제 가보지 못한 베이크드 하우스에서

에그타르트를 산 뒤,

다시 침사추이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레이저 쇼를 보는 것.

알토란 같은 계획이 아닐 수 없다.

실망했던 마음을 추스르고 홍콩을 즐길 시간이었으니까.


택시를 타고 만다린 호텔에 도착했다.

만우절 믿을 수 없는 거짓말처럼 사라진 배우 장국영의

마지막을 간직한 곳이기도 한 이곳에서

우리의 자유여행을 시작했다.


여기 카페가 치즈케이크가 유명하다는 말에

그럼 먹어야지! 우아하게 호텔을 즐겨보자고! 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첫 목적지가 되었다.


호텔에 들어가 계단을 올라

카페 입구에 도착하니 매니저로 보이는 직원이 다가와

예약 여부를 물었다.

했을리가요.. 어제 급 정한 건데요..

아니라고 하자 조금 기다려야 한단다.

암요 기다릴 수 있죠.

그런데 룸 넘버를 달란다.

없는데요.....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다는 말에 실망하고 뒤돌아서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물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프런트 직원에게 다시 한번 저 카페가

투숙객만 갈 수 있나요? 물으니 카페는 누구나 이용

가능하단다.

오예~!

그때의 안도감과 기쁨이란.



그렇게 카페 안으로 들어가니 마침 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우릴 위한 자리 아닌가?!


자리를 잡고 주문을 받으러 온 직원분에게 베이커리도

같이 주문하고 싶다고 하니 카운터로 가면 된단다.

그 찰나 우리 눈에 더 좋은 자리가 나서 옮겨도 될까?

물어보니 직원이 옮겨도 좋다며 안내해 주었고

우리는 기분 좋게 자리를 옮겼다.


왠지 시작부터 운이 좋은 느낌적인 느낌!


커피 두 잔과 카푸치노 한 잔, 치즈케이크 두 종류,

그리고 빵 두 개.

적은 듯 많은 양을 생각 없이 주문했다.

어제의 설움에 대한 보상이랄까?

아님 자유에 대한 흥분 이었달까?

다른 계산 없이 그저 그 순간을 즐긴 선택이었다.


주문을 마치고 천천히 공간을 둘러보았다.

진열장 속 케이크와 초콜릿은 그리고

크리스마스 장식들.

고급스러우면서도 따뜻한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아. 좋다!


잠시 후,

테이블에 놓인 음식은 보기에도 아까울 만큼 예뻤다.

럭셔리하게 즐기는 호텔에서의 티타임.

그 순간은 정말 어떤 것도 부럽지 않았다.


어제의 피로와 불만이 눈 녹듯 사라지는 순간.





우리가 여유를 즐기는 동안

다른 일행은 마카오로 향하는 페리 위에 있었다.

서로 다른 풍경 속에서,

사진을 주고받으며 안부를 전하며 서로의 즐거움을

나눴던 시간.

한 여행 안에서 따로 또 같이였던

홍콩에서의 마지막날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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