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해외여행] 배고팠던 미식의 나라

밤도깨비 홍콩 여행(4) 배고팠던 우리의 홍콩, 무엇을 먹었나?

by 이설



첫날 점심은 자유식이었다.

이 홍콩여행 패키지에는 식사비가 포함되어 있어 각자

원하는 식당을 찾아가는 방식이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던 찰나, 가이드가 한 곳을 추천했다.

이름은 참차이키.

새우 완탕면으로 유명한 식당이라고 했다.

점심시간은 이미 한참 지났는데도 가게 앞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8명이었던 우리는

한 테이블에 다 앉으려면 기다리는 시간이 배로

늘어난다기에, 네 명씩 나눠 들어가기로 했다.

홍콩의 식당 분위기는, 친절하지 않다.

오히려 뭔가 급하게 빨리빨리를 외치는 느낌.

여기서 만큼은 한국인 저리 가라다.


주인분은 메뉴판을 내밀며 아직 가게 안은 구경도 못한

사람들에게 서둘러 고르라고 재촉했고,

우리 팀은 가장 유명하다는 새우 완탕면으로 주문을

통일했다.


이때 면은 얇은 것과 굵은 것 중에 고를 수 있었는데,

완탕면을 받고 보니 얇은 면은 덜 익은 느낌이고,

굵은 면은 확 퍼진 느낌이다.

중간이 없네.

그나마 굵은 면이 더 낫다. 먹기에는 말이다.


그날의 완탕면은 슴슴했다.

입맛에 따라 매운 소스를 곁들일 수도 있었지만,

맵린이인 나는 그냥 먹기를 선택했다.

맛집이라는 말에 기대를 했는데..

내 입에는 아니었던 걸로...


그래도 새우 완자는 꽤 괜찮았다.

통통하고 짭짤하니 입에 맞다.

함께 주문한 청경채도 맛있었다.

메인보다 맛있는 곁들임 메뉴다.





식사를 마치고 여유가 많지 않았다.

홍콩 여행이 정해졌을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제니베이커리를 가야 했다!

골목 안쪽에 자리한 작은 가게였지만,

찾는 데는 그리 어렵지 않았고 줄도 생각보다 짧았다.


나는 선물용과 내 몫을 포함해 쿠키 세 상자를 샀는데,

이거 엄청 무겁다.

들고 다녀야 한다면 이건 포기해야 하는 무게.

그나마, 버스에 놓아두고 다닐 수 있으니 살 수 있었다.


후에 이야기 들은 바로는 이 제니쿠키는 거의 한국인이

벌어 먹이는 중이라고.

하기사 줄 서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인인걸 감안하면 납득이 되는 모양새다.


쿠키 상자 무게에 어깨가 천근만근이던 그때,

커피 한 잔이 무척이나 고프던 바로 그때!

눈앞에 카페 하나가 들어왔다.

이름은 filters lane.

로스팅을 직접 하는 곳이라 메뉴는 간단했고,

아메리카노와 라테, 그 외 몇 가지 음료가 전부다.

망설이지 않고 바로 들어갔다.


이곳 아메리카노는 산미가 강한 편이었다.

산미를 좋아하는 나에게도 시다는 느낌이 강한 커피.

하지만 어떠랴.

미식의 나라인 홍콩 여행은 엄청 배고프고

목마른 여행이었다.

그러니 그 순간 그 커피 한 잔이 무척이나 소중했다.






정말 자유 시간 전까지의 패키지여행의 시간 동안은

배고픔의 연속이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틈에 식사시간은 놓치기 일쑤였으며,

솔직히 가는 식당마다 맛도 없었다.

엄청 대충 관광객들만 갈만한 식당으로만 데리고

다닌 느낌.


최악은 마지막날 먹은 딤섬이었지만,

이건 정말 말하지 않으련다.

생각할수록 여행의 기분 좋은 추억이 퇴색이 되는 것만

같아서.





우리의 마지막 밤 그나마 이런 우리에게 위로가 되었던 건,

야시장 투어에서 구매한 과일과 한국에서부터 챙겨 온

라면이었다.


좁은 방 한 곳에 모여 갓 끓인 라면을 나눠 먹는데,

정말 눈물 나게 맛있었다.

여행에서 컵라면의 소중함을 느낀 순간이었다.


긴 하루의 끝자락, 그렇게 위로를 받았다.

그 순간만큼은 고급 식당 부럽지 않았다.

거기에 한가득 푸짐한 과일상은 만족 100%였다.


처음엔 식도락 여행을 계획했건만,

패키지로 변하면서 의도치 않게 배고픈 여행이 되었던

홍콩 여행에서,

이 마지막 밤의 먹거리는 최고의 만찬에 가까웠다.


그 소소하지만 소중한 음식들을 먹는 와중,

하루의 고단함이 밀려와 눈꺼풀이 무거웠지만

왠지 바로 잠들기 아까워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이야기 꽃을 피웠다.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에 까르르 웃고,

그 웃음에 힘들었던 하루를 툭툭 털어냈다.


시간이 지나도,

그 밤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지친 몸과 마음이,

라면 한 젓가락, 달달한 과일 한 조각에 녹아내리던 순간.


아, 이 여행이 고단하기만 하진 않았구나.

이렇게 기분 좋은 순간을 남겨주기도 했구나.


여행은 늘 그렇다.

생각지 못한 순간을 추억으로 남겨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