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우리의 삶에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
과학의 발전이 인류의 문명을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 우리는 장밋빛 미래만을 생각하기는 힘들다. 과학은 분명 인류의 삶의 질을, 생활 수준을 항상 높여주고 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 속에 우리는 보다 편리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사람들이 해야 했던 여러 일들이, 손으로 발로 뛰며 직접 해야 했던 일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SF소설이고, 멀고 먼 미래의 이야기일 것이다.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현재에서 500년 후인 2,500년대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 2,500년은 지금 우리가 기원전/기원후로 나누는 시점과 다르다. 현재 우리는 예수의 탄생을 기원으로 년도를 계산하지만, <멋진 신세계>에서는 '헨리 포드'를 기원으로 한다. 헨리 포드는 미국의 자동차 회사의 창립자이며, 조립라인이라고 불리는 컨베이어 벨트를 통한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널리 퍼뜨린 인물이다.
언젠가 나 역시 조립 라인에 투입되어 일한 적이 있다. 통돌이 세탁기를 만드는 공정의 한 부분이었다. 앞 공정에서 알루미늄 재질로 된 둥그런 통이 내 앞으로 오면 버튼을 눌러서 약간의 변형을 가한 후에 후공정으로 넘기는 것이 임무였다. 일은 너무나 단순했고, 손재주가 없어서 볼트도 제대로 박지 못했던 나에게도 무척 쉬운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그런 업무를 받은 것에 기분이 좋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일도 계속하다 보니 조금 지루하기도 했다. 기계처럼 정해진 동작만 계속해야 했기 때문이다.
<멋진 신세계>에도 그때 내가 했던 일과 비슷한 일을 했던 사람들이 나온다. 단순하게 이어지는 반복 작업을 무한대로 수행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모두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한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겠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의 모두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섬뜩하다. <멋진 신세계> 속의 세상에서는 생명공학의 발달과 함께 인류는 사람을 양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게 된 것일까? 책 속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한 개의 난자로부터 하나의 태아가 나오고 거기서 한 사람의 성인이 생긴다. 이것을 정상이라 한다. 그러나 보카노프스키 법으로 처리된 알은 싹이 나고 증식해서 분열한다. 8에서 96개의 싹을 틔우며 그 한 개 한 개가 성장하여 완전한 형태를 지닌 태아가 되고 각의 태아는 완전한 크기의 성인이 된다. 전에는 한 인간이 자라던 곳에서 96명이 자라도록 한다. 이거야말로 진보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리고 <멋진 신세계> 속의 사람들은 모두 태어나면서부터 계급이 정해진다. 그리고 자신이 부여받은 계급에 맞는 교육을 받게 된다. 조건 반사 교육과 수면 교육을 통해서 그들의 의식 세계는 조작된다. 이 책에서는 사람들의 계급을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으로 나눈다. 모든 계급의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계급으로 태어나지 않았음을 행복하게 느낀다. 감마, 델타, 엡실론 계급의 사람들은 키가 작고 얼굴이 못생겼다. 그리고 공장에서 8시간 일을 하고 마치면 그대로 숙소에 들어가는 생활을 반복하며 살아가는데, 이들은 모두 '행복'하다고 이야기한다. 알파, 베타 계급의 사람들과 같이 머리 쓰는 일을 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며 말이다.
그런데 이 세계의 사람들은 모두 다 행복하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연애를 한다. 하루에 한 번씩 애인을 바꿔도 바람둥이가 되지 않는다. 촉감 영화를 통해서 영화를 보며 즐거움을 얻을 수도 있다. 그리고 장애물 골프와 같은 스포츠도 자유롭게 즐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들은 늙지 않는다. 젊었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채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도 없다. 즐겁게 살다가 때가 되면 고통 없이 삶을 마무리한다. 혹시라도 머리 아프게 하는 일이 있다거나 고민거리가 있을 때는 마법과도 같은 약인 '소만소마'를 한 알 먹으면 된다.
또한 불행히도 그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무의미한 시간의 터널이 입을 벌린다면 항상 소마다소마가 대기하고 있는 거야. 유쾌한 소마다소마가 있지. 주말에는 반 그램, 휴일에는 일 그램, 호사스러운호사스런 동방으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이 그램, 달나라의 영원한 암흑 속에서 자고 싶으면자자고 싶으면 삼 그램. 그곳에서그 곳에서 돌아오면 시간의 터널을 빠져 저쪽 편에 와 있게 되는 거야 매일매일의 노동과 기분전환이라는 견실한 대지에 안착하는안착되는 것이지.
모든 사람이 행복한 세계. <멋진 신세계> 속의 세계를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의 사람들은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다른 종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유발 하라리는 인류가 과학 기술의 발전 속에서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며 '호모 데우스', 다시 말해 신이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이름을 버리고 다른 이름으로 불려야 할 것이다.
과학 기술은 분명히 인간을 더욱 편하게 해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을 비참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인문학이 필요한 것이다. 4차 산업 시대 우리의 사회는 무척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다. 그 속에서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서 바로 인문학이 필요하고 인문 고전이 필요한 것이다. 미래사회의 한 축을 과학기술을 차지하고 다른 한 축을 인문학이 차지하여 서로 균형을 맞췄으면 한다. 더욱 우리의 미래를 더욱 멋있게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