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저씨의 소란

구하라, 그리하면 얻으리라

by 아름다운 관찰자

서귀포시에서 공항이 있는 제주시로 들어가기 위해 칼호텔 앞에서 공항버스를 탔다. 나는 승하차문이 있는 맨 앞자리에 앉았고 작은 딸은 나와 떨어져 버스 기사 쪽 두 번째 뒷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맨 앞자리에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경치를 구경하며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살짝 들떠 있었다. 얼마 안 있어 큰 가방을 멘 남자분이 버스에 탔는데 현금으로 결제를 하려 했다. 기사 아저씨는 현금 결제는 안된다고 하시면서 계좌번호를 알려주며 이체를 요청하셨다. 남자분은 버스 기사님 뒤에 바로 앉더니 곧바로 아내한테 전화를 걸어 버스요금을 대신 이체해 달라고 해서 한동안 버스 앞자리가 소란스러웠다. 자신의 폰으로 계좌이체를 할 수 없다는 것이 그때부터 좀 의문 스러 보이긴 했었다. 이제 좀 조용히 경치를 구경하며 갈 수 있으려나 했는데 다시 남자분이 제주국제여객선을 타려는데 어디서 내리면 되겠는지 기사님께 물었다. 기사님은 이 버스는 그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고 잘 못 타셨다고 하시면서 네이버지도 앱을 검색해서 찾아서 가시라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남자분은 기사님이 아무리 설명을 해 주셔도 알아듣질 못 했다. 남자분은 결국 뒷좌석에 앉아있던 나의 작은딸에게 어떻게 찾아서 가야 할지 핸드폰을 내밀면서 가르쳐 달라고 요청하였다. 작은딸은 그분의 폰에 네이버지도앱을 직접 깔아주고 어떻게 가야 할지 검색해서 친절하게 하나씩 알려 주었다. 하지만 남자분은 그래도 잘 못 알아들으시는 것이 보였고 이 소란스러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핸드폰 앱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계신 그분께 핸드폰 자체를 접고 이 버스를 타고 제주시에서 내려 제주국제여객선까지는 직접 택시를 타고 가시는 게 좋겠다고 알려 드렸다. 그제야 버스 기사님은 그분께 내가 내려야 할 곳에서 같이 내려 택시를 타고 가시면 된다고 알려 주셨다.


처음부터 그분에게 필요했던 것은 핸드폰 앱을 사용한 길 찾기 법이 아니라 단순히 어떻게 자신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지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것이었다. 버스 기사님은 다른 버스 노선을 모르기에 네이버앱을 사용하는 법을 열심히 설명해 주셨던 것이고, 나의 딸도 그분의 핸드폰에 직접 앱까지 다운로드하여 도와주려 했지만 안타까운 건 그 남자분은 그들의 설명을 알아듣고 네이버 앱을 실행할 수 있는 핸드폰 배경지식조차 없는 분이라는 점이었다. 이런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그분의 눈높이에 맞는 적절한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것이 가장 그분을 돕는 길이었다. 어느 누구에게나 도움이 필요할 때는 그럴 것이다. 그러려면 그런 전체적인 상황이 파악이 되어 상대방에게 가장 최적의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운'도 필요하고 그분처럼 계속해서 알 때까지 상대가 누구든 말을 걸어 물어보는 '끈질김'도 있어야 한다.


그분처럼 지식이 없어 알기 어려우면 어린 학생에게 물어물어 서라도 찾아가려는 간절함만 있다면 못 할 것이 뭐가 있으랴? 그분은 꼭 제주국제여객선을 타셔야 했고 애초부터 버스를 잘 못 탔지만 끈질김 때문에 결국 원하는 해답을 얻었다. 사실 현시대의 흐름을 잘 모르고 계속 소란스럽게 하는 그분이 타서 난 무척 싫었다. 버스에서 현금 안 받은 지 한참 된 실정도 모르고, 큰 소리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계좌이체를 해 달라고 하고, 엉뚱한 버스를 탔다는 것을 알면서 내리지 않고 내 딸에게까지 계속 물고 늘어져 결국 나도 나서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난 그분이 안타까워서라기보다 순전히 조용히 여행을 계속하고 싶은 개인적인 이유에서 나선 것이다.


그렇지만 그분을 비난할 수는 없었다. 시시로 계속 변하고 있는 세상의 상황 속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고 모르면 알 때까지- 원하는 답을 얻을 때까지 다른 사람이 귀찮을 정도로 매달리는 태도가 구원의 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설명을 들어도 잘 모르겠는 것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계속 매달렸기에 결국 그분은 자신에게 맞는 가장 적합하고, 그 상황에서 목적지에 가는 가장 효율적인 법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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