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들의 천국
나는 믿음이라 불리는 포메라니안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 그래서 평소 EBS에서 방송하는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프로를 한동안 즐겨본 적이 있었다. 거기서 사람에게 심하게 학대받은 어떤 유기견을 입양하여 키우게 된 사연을 보게 되었는데 보는 내내 안타까웠다. 사람한테 받은 상처로 인해 새 보호자가 아무리 잘해줘도 사람한테 생긴 두려움이 쉽사리 없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쪽 구석에 가서 온몸을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아직도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 유기견의 모습이 그 당시의 나의 내면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보는 내내 마음이 아려왔었다. 그리고 얼마 후 기도 중 다음과 같은 모습이 그려졌었다.
어디선가 학대받아 온몸이 상처투성이고 일어설 기력조차 없어 힘없이 네 다리를 뻗고 옆으로 누워 있는 유기견의 모습이 보였다. 어떤 이가 날마다 곁에 와서 들여다 보고 상처가 잘 낫고 있는지 자상하게 보살펴 주고 있었지만 그 유기견은 축 늘어져 눈만 껌뻑껌뻑 할 뿐이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힘이 좀 생겨 누워서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방에서 자신처럼 치료받고 있는 유기견들과 밖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는 다른 유기견들이 보였다. 얼핏 보기에 유기견들은 건강하고 활기가 넘쳤기에 멀리서 보면 잘 보이지 않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장애가 있거나 어딘가 몸에 아팠던 흔적들을 지니고 있는 유기견들이 많았다. 그들은 한 번씩 새로 온 유기견이 누워 있는 곳에 다가와 "괜찮아 네가 있는 곳은 안전해... 조금만 지나면 서서히 좋아져 곧 우리랑 함께 뛰어놀게 될 거야"라고 속삭여 주곤 했다. 그리고서 다시 넓은 초원으로 가서 놀았다. 그러다 돌보아 주고 있는 어떤 이가 나타나면 폴짝폴짝 뛰어 반기면서 애정을 맘껏 드러내었고 그들은 함께 크게 웃었다.
누워 있는 유기견은 속으로 생각했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잠깐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고통과 슬픔에 차서 죽든 말든 상관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유기견을 친절하게 보살펴 주고 있는 어떤 이는 그 어떤 채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옆에 있어 주다가 갔다. 그러다가 어느 날 눈이 마주친 적이 있었다. 형용할 수 없이 따뜻한 그 눈빛은 '어떤 상태이든 괜찮아... 내가 너를 지키고 보호하고 있으니 안심하렴' 이런 메시지를 전하는 듯했다. 유기견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여 몇 날 며칠을 내내 자기만 했다. 그리고 점차 기운이 나는 대로 일어나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아직 나갈 생각은 없었다. 그저 넓은 초원에서 뛰어노는 다른 유기견들을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언제까지나 가만히 있고만 싶었다. 가만히 있어도 두렵게 하는 것들이나 버겁게 요구하는 것들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너무 낯설기만 했다.
유기견들에게 천국은 그 어떤 이가 있는 곳... 즉, 순전히 유기견들을 이뻐하여 보이는 유기견마다 구조하는데 온 정성을 쏟아붓는, 그리고 그들을 끝까지 최적의 환경에서 돌보는데 진심인 '자상하고 아름다운 자산가'가 있는 곳일 것이다. 그런데 그 자산가는 자신이 구조했다고 유기견들에게 어떤 것도 전혀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순수하게 구조된 유기견들의 행복과 안녕만을 바라는 '스스로 충만한 이'였다. 그래서 그곳의 유기견들은 사람들에게 버려지고 학대받고 상처받았지만 진정 자유롭게 자신의 연약한 모습 그대로 편하게 있을 수 있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의 상처들은 그곳에 지내면서 서서히 치유되고 있었고 전에 있던 곳에서는 '장애-병--흠'이라 규정되어 외면받던 모습들도 더 이상 문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명 자체를 아름답게 보는 애정 어린 눈빛에 더 이상 자신의 외형과 내면을 신경 쓰지 않게 되었고 세상과 사람들의 요구에 신경 쓰고 응하느라 어릿광대처럼 지내지 않아도 되었다. 그리고 자산가의 돌봄에는 그 어떠한 부족함이 없었기에 아무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는 곳이었다. 어느덧 나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고 조용히 눈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