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 병동에서의 동거

우리는 사랑받고 있었다.

by 아름다운 관찰자

"아아악~! 아아악~! 아아악~! 온몸에서 나오는 고통의 고함 소리가 정신병동 전체를 연거푸 뒤흔들고 있었다. 아이가 발작이 나서 침대에 묶였었는데 곧이어 진정된 아이가 흘리는 눈물과 콧물을 닦아주다 보니 휴지가 바닥이 나서 병원 내 편의점에서 사 오는 길이었다. 저녁이 지나고 밤이 막 시작된 병동의 복도에서 울려 퍼지는 고함 소리는 기괴할 정도로 깊은 침묵에 둘러 싸여 있었다. 나는 바로 병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병실 밖 복도 벽에 기대어 서서 아이의 고함 소리가 잦아들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가 엄마를 찾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들어갔다. 아이는 자기가 바로 잠잠해져도 규칙상 한 번 침대에 묶이면 두 시간은 그렇게 있어야 된다는 간호사의 말에 화가 나서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고 간호사로부터 전해 들었다. 평소 예의 바르고 얌전해 보였던 아이의 내면에서 나오는 고통 어린 고함 소리는 그 어떤 눈치도 보지 않고 나의 몸을 지나쳐 병동 밖으로 울려 퍼져 나갔다.


딸은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의 생명이 얼마나 귀한지 깨닫고 한 달 반 정도의 입원 생활을 청산했고 퇴원 후 한 달 정도는 일상을 잘 살아내는 듯했다. 그런데 밤에 잠을 잘 때마다 자신이 보호병동에 있는 꿈을 꾸다가 일어난다고 하더니 고통이 올라와서 힘들다고 다시 입원해야겠다고 했다. 우리 부부는 어떻게든 일상을 잘 살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아이는 외할머니집을 가고자 올랐던 기차 안에서 결국 발작이 나서 사설 119에 실려 2시간을 달려 다니던 대학병원 응급실로 급하게 오게 되었다. 아이는 입원을 원했지만 보호병동은 더 이상 가기 싫다고 해서 담당 교수님은 엄마가 상주해서 아이를 24시간 돌본다는 조건하에 개방병동 입원을 허락해 주셨다. 그렇게 개방병동에서 아이와 24시간 함께하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나는 보호자였지만 아이가 위험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대처하는 보호사 겸 경호원의 성격이 강한 임무를 부여받은 셈이었다.


아이는 계속 약을 잘 먹었었지만 다시 더 안 좋아 보였다. 하루에 두세 번은 발작이 나서 진정제를 따로 맞아야 했고 집이 아니니 참지 않고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고 발로 침대를 차고 창틀에 올라가 자해를 시도하려 했다. 간호사들도 보호병동에 들어가야 하는 환자가 개방병동에 있으니 긴장이 되어 아이를 보호하고 돌보기 위해 여러 번 회의를 열어 대처방안들을 논의할 정도였다. 교수님도 증상이 딸보다는 훨씬 가벼운 다른 환자들도 입원해 있는 개방병동이니 감정은 통제가 안되어도 행동은 통제를 해 달라고 아이에게 부탁을 할 정도였다. 그렇지 않으면 치료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다른 하급 병원으로 잠시 전출을 다녀와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아이가 약물로도 통제가 잘 안 되니 담당 교수님은 히든카드로 전기치료를 고려하고 계셨는데 전공의들이 파업해 있는 상태에서는 대학병원에서 전기치료를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이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함께 보호 병동에서 생활하며 알았던 언니들이 있는 개방병동의 다인실로 옮기는 것을 처음에 무심코 허락하셨던 교수님도 간호사님들의 건의가 있었는지 아이가 진정될 때까지는 안된다고 하셨다. 입원 당시 4인실에 자리가 없어 아이는 혼자서 2인실을 쓰고 있었는데 안정될 때까지 다른 환자들과 분리해서 지내야 하고 당분간 아이가 있는 2인실에 다른 환자가 들어오는 것도 막으셨다. 아이의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교수님의 권한으로 보호병동으로 가라고 하거나 전출 보내도 우리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교수님은 아이를 나아지게 할 수만 있다면 아이의 의사에 반해 보호병동에 가라고 압박하거나 다른 정신병원으로 바로 전출시키지 않고 대신 아이에게 치료요법으로 자신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꿈을 꾸라고 하시면서 엄마인 나와 함께 계속 '인내'해 주셨다.


아픈 아이의 행동에 처음에는 보호병동에 가야 한다고 계속 경고식으로 아이에게 말했던 간호사님들도 담담 교수님의 지시로 더 이상 그렇게 말하지 않으셨다. 대신 아이가 발작이 날 때마다 최대한 진정될 수 있도록 단호하지만 부드럽고 인격적인 말로 아이와 대화를 이어가시면서 신속하고도 적절하게 조치를 취해 주셨다. 개방병동이지만 응급상황일 때는 보호사님들도 보호병동에서 나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간호사님들과 힘을 합해 아이를 침대에 묶을 수밖에 없었다. 그럴 때마다 투박해 보였던 보호사님들도 발작이 난 아이에게 모든 상황들을 일일이 설명하시고 다정하게 다시 잘 생활해 보자고 하셨다. 그리고 아이가 섭식 장애도 있어 먹고 토하기를 반복해 화장실 세면대를 막히게 한 적이 두어 번 있었는데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청소해 주시고 그런 아이를 더 안쓰럽게 여기고 날마다 안부를 물어봐 주셨던 청소여사님의 따뜻한 말도 나에겐 위로가 되었다.


이렇듯 아이가 고통스러워 난리를 피우는 상황이 계속되었지만 나와 아이는 병원 의료진들과 청소여사님 뿐 아니라 함께 생활했던 개방병동의 다른 환자들로부터도 배려와 지지, 격려를 받았다. 사실 한 밤 중 아이의 난동을 개방병동 사람들이 다 들으면 그들도 마음이 아픈 환자들이기 때문에 안 좋은 영향을 받아 대부분은 불안감이 몰려온다. 아이의 발작과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그들도 간호사실로 와 필요시 약을 먹든가 링거로 약을 처방받는 일이 일어난다. 그래서 다음날 그들을 볼 때면 무척이나 미안하고 죄송스럽다. 그런데도 한 번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오히려 아이의 안부를 물어봐 주었다. 그리고 어제보다는 오늘이 좀 더 낫기를 늘 응원해 주었다. 비록 병원 측에선 허락해 주지 않았지만 먼저 자신들이 있는 병실로 와도 된다고 환영까지 해 주었다. 그래서 아이는 컨디션이 괜찮을 때는 마음이 따뜻한 개방병동 다른 병실에 있는 언니들에게 가서 수다도 떨고 귀여움을 듬뿍 받고 온다. 컨디션이 안 좋아 지려 할 때도 일부러 찾아가기도 한다. 자신의 발작을 일으키는 생각과 감정의 감옥에서 나오기 위한 방편들 중 하나이다.


나도 안 좋은 감정에 사로잡히려는 아이의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일부러 먼 거리에 있는 병원 안 편의점에 가서 먹고 싶은 것 하나씩만 사 오기를 하루에도 대여섯 번 이상은 기본적으로 반복했다. 그러다 보면 하루 만보는 쉽게 채워졌다. 대학병원이 워낙 넓기 때문이었다. 하루에 한 번씩은 산책 삼아 병원 밖 정원에 사는 들고양이들한테 가서 먹이를 주고 오기도 하고 자기가 특별히 좋아하는 간호사님이 계실 때는 간호사실로 가서 대화를 나누다 오기도 한다. 아이는 오전에 상태가 좋을 때는 성경 필사, 검정고시 대비 공부를 하거나 실습 간호사들과 보드 게임을 하기도 하고 상태가 안 좋을 때는 자신의 전화번호에 저장된 모든 번호로 전화를 걸어 자신의 아픈 마음을 하소연하기도 했다. 침대에 묶여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려야 할 때는 주로 아빠와 영상통화를 하며 위로를 받았다. 아이는 핸드폰이나 TV로 영상을 보는 것도 책 읽는 것도 안 좋아하기 때문에 제한된 병실에서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들이 많지는 않아 아이의 기분이 다운되려 할 때마다 나는 매 순간 고민이 되었었다. 영화 언터쳐블: 1%의 우정에 나오는 주인공 드니스처럼 나도 아이가 불안하고 우울해질 때마다 활발하고 재치 있게 웃겨줄 수 있는 엄마라면 얼마나 좋을까 간절히 바랐던 적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아파서 울부짖고 발작하는 모습을 하루 두세 번도 더 봐야 하는 상황은 아무리 인내를 해도 지치게 된다. 보고만 있어도 고통스러움이 엄마도 속에서 올라온다. 감정적으로 위기의 순간들이 찾아왔고 숨 쉬기도 어려웠다. 피하고 싶고 도망치고 싶은 유혹이 찾아와 그것들이 나를 사로잡기 전에 순간순간 결단을 해야 한다. 벼랑 끝에서 아이와 함께 이 모든 상황을 끌어안고 죽으면 죽으리라는 심정으로 떨어지는 상상을 어려운 마음이 몰려올 때마다 매번 했다. 그리고 호흡을 가다듬고 생각을 멈추고 의식적으로 숨쉬기만 반복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에만 집중한다. 그러다 보면 간호사들이 우릴 돕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아름다운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병동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사랑스러운 눈빛과 위로의 말도 전해진다. 병실 복도 가득 울려 퍼지는 아이의 고함 소리를 감싸고 있는 따뜻하고 고요한 침묵도 느껴진다. 병동을 잇는 통로에 내리쬐고 있는 눈부신 햇살도 보이고 병원 곳곳에서 각자의 질환으로 함께 투병하고 있는 힘겨운 모습과 침대에 실려가는 더 위급한 환자들, 그리고 그들을 돕는 손길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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