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에 대하여
우리 집에는 강아지 한 마리, 고양이 다섯 마리가 같이 산다. 그들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거의 대부분을 자거나 쉬면서 보낸다. 기본적으로 하루 12시간 이상은 그렇다. 고양이들이 중간중간 일어나서 하는 일은 먹거나 각자 털을 열심히 고르고, 서로 장난치거나 다른 식구들이 무엇을 하는지 옆에서 관찰하는 것이다. 밖에서 일을 보고 들어오는 식구들을 중문까지 나와 그들의 방식으로 환대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 중 하나이다. 하지만 고양이들이 이런 반복되는 일상을 지겨워하거나 반기지 않았던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집 앞 하천의 오리들은 또 어떠한가? 그들도 대부분의 시간을 물 위에 떠서 쉬거나 뭍으로 나와 풀숲에서 잠을 자며 보낸다. 먹이 활동을 하거나 서로 장난을 치거나 몸의 깃털을 다듬을 때 정도만 움직이고 나머지는 모두 쉬면서 보낸다. 어릴 때 시골 할머니 집에서 보았던 소들과 염소들도 그랬다. 움직임이라곤 풀을 먹거나 그냥 서서 조용히 되새김질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나머지는 자연의 소리와 어우러져 쉬는 게 전부였다. 하루의 대부분을 시간에 쫓기며 바쁘게 무언가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는 정말 거리가 있다. 우리의 마음도 또한 걱정, 염려, 불안, 우울, 외로움, 강박, 온갖 부정적 정서와 생각으로 가득 차 하루하루가 피곤하다. 밤에 자면서도 꿈에 쫓긴다. 아무 걱정 없이 푹 자고 일어난 날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인류의 가장 큰 비극 중의 하나는 몸과 마음의 안식을 잃어버린 것이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현실 속에서 공포와 두려움으로 생계를 걱정하며 먹거리와 입을 것, 꾸밀 것과 잘 곳을 늘 준비하느라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다. 이런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이다. 우리는 자연-동물들이 명백히 보여주는 흐름과 완전히 정반대의 생활을 하기 때문에 살면서 정신적, 육체적 이상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먼저 할 일은, 모든 것을 제쳐두고 가장 먼저 할 일은 잘 자고 잘 먹게 해서 몸을 편안하게 회복시키는 것이다. 즉, 몸이 잘 쉴 수 있는 환경을 최대한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지금을 마음의 안식으로 잘 살면 될 것이다. 그런데 마음의 안식에 어떻게 이를 수 있을까? 생활이 안정된다면... 그리고 평생 먹고 살만큼의 재산이 보장된다면 사람의 마음이 자동적으로 안식에 이를까? 물론 삶의 가장 큰 고민은 해결되었기에 먹고 마시며 즐기는 편안한 삶은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 사람의 마음이 참 안식을 누리고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인 것 같다. 그러면 마음은 어떻게 해야 잘 쉴 수 있을까?
사실 진정한 마음의 쉼은 자신이 이 척박하고 불안한 세상에서 혼자 힘으로 힘겹게 살아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이 세계를 창조하신 자의 보이지 않는 돌봄과 지원을 항상 받고 있는 존귀한 생명이라는 믿음에서부터 출발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자기가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이미 자율신경계가 알아서 자기 몸을 살아 움직이게 하고 있고 공기와 햇빛과 물, 그리고 자연이 주는 모든 손길 가운데 있다. 게다가 이것들은 모두 무료이다. 새들을 먹이고 들의 꽃들을 피워내는 어떤 힘이 동일하게 나를 둘러싸고 있고 나의 필요들을 이미 공급하시고 생명을 유지하시고 계시다는 것에 눈을 뜰 때 마음의 안식은 시작된다. 어쩌면 동물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모든 것을 비교하고 판단하기 쉬운 우리 사람만 모르고 있을 수 있다. 즉, 원자와 전자로 이루어진 모든 세계를 질서 있게 지탱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보이지 않는 힘이 이 세계의 모든 생명들을 돌보고 있음을 동물들은 알기에 그 질서에 순응하며 자기가 태어난 모습대로 아주 심플하게 살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필요한 것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생명인지 마음 깊이 동의하는 일이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을 매사에 비하시키고 비판하고 부정하는 에고의 목소리를 걷어내어야 한다. 이런 내면의 분별하는 힘이 자랄 때 판단, 근심, 걱정, 염려로 오염된 자신의 생각에 시달리지 않고 자신의 일에 전념하며 지금을 잘 살아갈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어떤 일을 하든 그 결과물은 질적으로 달라질 것이고 각자에게 있는 삶의 문제들도 창의력이 더해지거나 길이 열려 해결되는 기적들도 나타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