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세이 46
<파도는 기억한다>
퍼포먼스를 바라보고 있다 렌즈를 닦고 있는 듯한 손바닥과 머리카락이 눈앞을 어른거린다. 눈을 감고 머리를 감을 때 이런 기분일까?
눈을 감으면 앞을 볼 수 없다. 시각이 사라진 순간 온 몸의 다른 감각이 살아난다. 촉각 후각 미각 청각. 시각이 역할을 하지 않으면 다른 감각이 총동원해서 시각의 자리를 메꾼다. 촉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머리카락을 느껴본다.
“맞아 내 머리결의 느낌이야 ”
손으로 매만진 머리카락을 느껴본다. 샴푸칠한 머리를 계속 매만져본다. 두피를 터치 해보기도 하고 기름진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더러운 먼지들을 씻어내본다. 마치 파도가 우리가 새긴 글자들을 가져가듯이 우리의 감각을 이용해 기억해본다.
퍼포먼스 속 파도가 모래를 쓸어담는다. 파도는 열심히 움직이며 모든 것들을 기억한다.
화면에 나타난 글자 “삼사라”
윤회라는 뜻으로 산트리어인 이 말은 내가 쓰는 향수에서 알게 되었다. 내가 즐겨쓰는 향수는 첫 직장 입사 때 아버지께서 선물로 주셨다 회계를 할 때는 모든 감각을 이용해서 과거를 기억하여 꼼꼼히 서류를 작성하라는 아버지의 개똥철학과 함께 전해준 이 향수는 매일 아침 향수를 뿌릴 때마다 생각한다 이 향수와 함께 오늘을 멋지게 기억하자고. 망각을 가진 동물이라 잊으며 살아가지만 반대로 뇌리에 박혀 평생 잊지 못할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 시각이 모든 걸 다 저장하지 않으면 어느 감각이 저장 공간을 마련한다.
위안부, 환경 등 많은 사회적인 문제들을 예술 행위로 표현한 작가인 배달해 작가의 블루라이프 전시를 이번주까지 한다고한다. 이 전시장 공간도 이 전시를 마지막으로 전시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작가님의 푸른빛의 힘찬 기운이 느껴지는 이 전시가 마지막이라니 아쉽다. 다른 장소에서도 작가님을 만나겠지만 이 공간 이 시간에 만난 기운을 기억에 두기엔 너무 큰 존재였다.
이 퍼포먼스의 파도처럼 우리의 추억을 파도는 알고있다. 전시된 아름다운 이 공간을 미래엔 만날 수 없지만 이 공간 역시 자신의 감각을 통해서 오늘 이 순간을 담을거라 믿는다.
언제 또 성균관대 후문을 지날지 모른다. 그때 다시 이 공간을 지나가며 여기 멋진 전시가 있었지 하며 내 모든 감각을 통해서 기억해 보려한다. 파도가 기억하듯이.
포항에 가는 기차 안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본다. 2024년이 청룡의 해라서인지 많은 광고판에서 용들이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다. 푸른 하늘 아래 많은 용들이 승천을 꿈꾸며 하늘을 바라본다. 새해엔 배달해 작가님의 블루 라이프로 힘찬 시작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