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거대한 몸집의 한 남자가 낯선 땅 위에 쓰러져 있다. 그의 몸은 수십 개의 작은 끈으로 묶여 있고,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다. 그를 둘러싼 존재들은 놀랍게도 손가락만 한 크기의 사람들이다. 이들은 조심스럽게 그의 주변을 오가며, 두려움과 호기심이 섞인 눈으로 그를 바라본다. 거인은 눈을 뜨고 천천히 상황을 파악한다. 자신이 힘을 조금만 써도 이 작은 존재들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가만히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손짓으로 의사를 전하며, 서서히 그들과 관계를 만들어간다.
걸리버가 이 장면을 떠올리면 묘한 감정이 든다. 압도적인 힘을 가진 존재가 오히려 조심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울린다. 우리는 보통 힘이 클수록 더 강하게 행동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걸리버는 달랐다. 그는 두려움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신뢰를 주는 존재가 되기를 선택했다. 그 선택이 만들어낸 변화는 놀랍다. 두려움으로 시작된 관계가 점점 존중과 의지로 바뀌어 간다. 그 모습을 보며 ‘진짜 힘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마음속에서 조용히 피어오른다.
걸리버가 소인국에서 영웅이 된 이유는 몸이 컸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는 자신의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알고 있었다. 소인국 사람들에게 걸리버는 처음에는 위협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는 폭력 대신 절제를 선택했고, 지배 대신 협력을 선택했다. 특히 적국의 함대를 막아내는 장면에서 그는 자신의 힘을 공동체를 위해 사용한다. 이 순간, 걸리버는 더 이상 ‘거대한 외부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된다. 즉, 영웅은 힘의 크기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힘을 사용하는 태도로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우리는 걸리버처럼 거대한 힘을 가진 존재는 아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충분한 영향력을 가지고 살아간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 태도 하나가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우리도 ‘작은 소인국’ 속에서 살아가는 걸리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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