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주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튼을 열고 창문을 열어젖힌 다음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햇빛으로 온 집안을 비춘다. 그리곤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먼지를 털어내고 어제 쌓아 놓은 설거지를 하며 집안일을 한다. 그러나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소파에 앉아서 책을 펼친다. 책을 펼치는 순간 편안함을 느끼며 책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난 활자 중독자이다.
언제부터 활자 중독자였는지 생각은 안 난다. 초등학교 때일까? 부모님이 맞벌이 기도 하고 같이 놀 형제가 없기에 나에겐 유일한 친구는 책이었다. 매일 학교 마치고 집에 오면 어두운 집안에 불을 밝히고 좋아하는 책들을 침대 안에서 읽는 게 나의 취미였다. 초등학생 때는 방에 쭉 꽂혀있는 전집들을 읽으면서 상상의 나래 속에서 살았고, 중학교 때는 장편소설에 빠져서 태백산맥, 람세스, 로마인 이야기 등 읽고 나면 뿌듯한 책들을 읽으며 혼자 좋아하였다.
그때 생긴 안 좋은 습관 하나가 밤늦게 까지 책 읽고 싶어서 자는 척하기 위해서 이불 안에 스탠드 조명을 넣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스탠드 조명에 의존해 책을 읽어서 지금 눈이 많이 나쁘다. 그땐 그게 좋았다. 뭔가 동굴 속에서 책을 읽는 느낌에 혼자 감성놀이한 듯하다. 지금도 가끔 불을 다 끄고 캔들을 켜놓고 책을 읽으면 집중이 잘 돼서 그렇게 책을 읽곤 하는데, 역시 눈에는 안 좋은 습관인 것 같다.
여하튼 직장생활을 하던 20대 때도 책을 읽으며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들의 책들을 매일 끼고 살았고, 특히 논어에 빠지면서 고전에 빠져 살았었다. 한국어로 적힌 글자인데 이해 못 하는 문장들을 노트에 쓰며 꼭 이해하고 말겠다는 의지로 매일 째려보며 계속 책을 읽어가며, 혼자 깨닫고 흐뭇해하는 이런 생활을 하다 보니 책의 매력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책들이 나에게 주는 문장들이 내가 직장 생활하며 힘들 때, 내 곁엔 아무도 없는 느낌이 들 때, 너에겐 내가 있어하며 다독여주는 글들을 통해 슬픔에서 많이 이겨냈던 것 같다. 이런 문장들이 없었으면 정신없이 추락하는 나락에서 아마 갇혀 지냈을 듯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을 손에 들고 있다. 글을 쓰는 연습을 위해 책 읽는 시간들을 줄이려고 노력했지만 잘 안 된다. 불안할 땐 책을 읽어야 한다. 책에서 나에게 들려주는 메시지를 찾기 위해서 읽어야 한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를 쓴 나쓰카와 소스케는 책에서 나에게 큰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시대를 초월한 오래된 책에는 큰 힘이 담겨 있단다. 힘이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읽으면, 넌 마음 든든한 친구를 많이 얻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