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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담쟁이 Jul 11. 2021

사진에 관한 고찰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면 장식장 깊숙이 숨겨놓은 결혼사진을 꺼내놓고 수다를 떤다. 결혼사진은 친구들이 올 때만 펼치게 되는 사진이 되어버렸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나의 모습이 낯설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왜 낯설까? 결혼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는 나이기에 그렇지 않을까? 지금의 나는 결혼을 하고 행복을 느끼고 있기에 환상만 품고 있는 사진 속의 내가 낯선 것이다.


웨딩사진과 함께 낯선 사진이 또 하나 있다. 헬스 다니면서 찍은 바디프로필 사진이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서 6 개월 동안 11kg을 감량하였다. 심지어 사진을 찍기 일주일 전에는 탄수화물을 전혀 먹지 않고 방울토마토와 닭 가슴살만 먹으며 운동을 하루에 3시간씩 하면서 프로필사진 날짜가 빨리 지나가기를 손꼽아 기다리면서 보냈었다. 이 사진이 찰칵하고 찍힌 후 남편과 매일 야식을 먹기 시작하였고 한 달도 되지 않아서 11kg은 다시 내 몸에 들어오고 말았다. 바디프로필 사진 속의 나의 모습은 행복한 내가 아니었다. 예쁘게 사진을 찍히기 위해 잠시 남의 탈을 쓴 사람이었다. 그래서 남편과 환하게 웃고 찍은 일상의 사진보다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런 낯선 나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보면서 나의 겉모습 또한 낯선 부분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진심은 속인 채 다른 사람인 양 행동하는 모습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행복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가는 그 과정 속에서 낯선 나를 많이 발견한다. 포기하고 싶어 하는 나의 모습, 귀찮음이 잔뜩 묻어있지만 최선을 다하는 척 하는 모습 등 이 낯선 모습들이 순간순간 모이면서 지금의 내가 완성될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웨딩사진과 프로필사진 속 나의 모습은 낯설지만 그 웨딩사진이 있기에 결혼 생활이 행복함을 느꼈고 그 프로필 사진이 있기에 살을 빼는 것이 힘들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진 속 나를 마주하고 깨달은 그 심오한 생각이 나를 낯설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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