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이 보내는 초대장1

불안, 관계, 그리고 '나'를 찾아가는 꿈의 기록

by 베리바니


Q. 작가님은 언제부터 꿈을 기록하고 해석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저는 매일 밤 꿈을 꿉니다. 마치 무의식이 저에게 매일매일 초대장을 보내는 것 같아요. 어릴 적부터 선명한 꿈을 꾸는 편이었는데, 단순히 '개꿈'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생생하고 때로는 현실과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 꿈들이 저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어요. 그 후부터 꿈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점차 꿈이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저의 내면과 현재 삶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최근 제 무의식이 만들어낸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서, 부모님의 이사라는 가상의 큰 변화를 겪으면서 제 꿈들은 더욱더 복잡하고 강렬해졌고, 이를 통해 스스로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Q. 최근 작가님의 꿈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꿈과 그 꿈이 작가님에게 전한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가장 최근에 꾼 꿈이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어요. 꿈속에서 부모님이 서울 근처의 빌라로 이사를 오셨는데, 익숙했던 인천 아파트를 떠나 낯선 서울 빌라로 온다는 설정이었죠. 겉보기엔 넓고 방도 많았지만, 천장과 바닥에 하자가 있었고 인부들이 분주하게 수리하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이전 집이 아깝다며 속상해하셨고, 아빠는 돈을 모으지 못했다며 한숨을 쉬셨죠. 저는 그런 부모님을 보며 '그래도 서울로 왔잖아요'라며 스스로를 달랬지만, 옥상에서 바라본 주변 건물들은 마치 재가 되어버린 폐허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꿈은 저에게 '현실이 아닌 무의식 속에서' 다가오는 '삶의 불안정성'을 직시하라고 말하는 듯했어요. 새로운 시작이나 변화를 앞둔 듯한 기분 속에서, 기대보다는 불안감과 상실감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집'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안식처가 꿈속에서조차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은, 제 삶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듯한 기분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러던 중, 문득 옆집 마당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캥거루를 비롯한 희귀 동물들이 어슬렁거리는 호화로운 동물원 같았고, 그 집은 아주 멋지게 잘 지어져 있었어요. 나도 모르게 '비교하지 말아야 할 것'들과 제 상황을 마음속으로 비교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제가 살고 있는 집 벽 아래로 날카로운 칼이 밀고 들어왔습니다. 벽지가 들리고 침입자의 의도가 느껴졌죠. 겨우 막아냈지만, 그곳 역시 보수해야겠구나 싶었습니다. '집'이라는 공간조차 완전한 안전은 아니란 걸 다시 한번 느낀 순간이었죠."


이 장면은 '외부로부터의 위협'과 '비교 심리'를 통해 제가느끼는 취약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더 작게 느끼고,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마저도 예측 불가능한 외부의 침입에 노출되어 있다는 불안감이 꿈으로 표출된 것이죠.


Q. 꿈속에서 나타난 혼란스러운 관계의 상징들은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요?


"그 뒤에는 제가 나체로 남자를 유혹하는 장면이 이어졌고, 저와 하룻밤을 보낸 그 남자는 다음 날 한복을 입고 와 '내 남성성을 잃었어'라고 말했어요. 정말 이상하고 불균형하며 혼란스러운 기운이 감돌았죠. 이 부분은 꿈을 해석하면서 가장 크게 고민했던 지점입니다.너무 야하기도 했구요ㅎㅎ"


저는 이 장면을 '관계 속에서 주고받고, 잃고 얻는 일의 은유'로 해석했습니다. '나체로 유혹하는 행위'는 관계 속에서 저의 취약하고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려는 무의식적인 시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자가 '남성성을 잃었다'는 말은, 어쩌면 제가 관계 속에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 상대방이 예상치 못한 상실을 겪게 되는 상황, 혹은 제 욕망이 관계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는 무의식적인 불안감을 나타내는 것 같았습니다. 관계에서 '나'를 드러내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에 대한 혼란스러운 마음이 반영된 것이죠.


Q. 그 혼란 속에서 작가님은 어떻게 탈출하고 다시 방향을 찾아 나섰나요?


"집에서 나가려 하니 출구는 작은 창문 하나뿐이었습니다.간신히 몸을 빼냈지만, 신발을 챙기지 못했어요. 맨발로 바깥세상에 서서 어디로 가야 할지 잠시 고민에 잠겼습니다. 이 장면은 현재 제가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강렬한 열망과 함께,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 불안감을 극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마치 신발 없이 맨땅을 밟으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과 같았죠."


"그러다 오랜만에 본 동창의 오토바이 뒤에 올라탔습니다. 도로를 달리고, 때로는 벽을 손으로 타고 올라가며 길을 이어갔어요. 몸은 힘들었지만 이상하게 기분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함께 달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저에게 '새로운 시작을 위한 용기'와 '연대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어요. 맨발의 취약한 상태에서 벗어나, 과거의 인연이자 익숙한 존재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혼자만의 불안에 갇히지 않고, 지지해 줄 수 있는 누군가와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습니다. 힘든 과정 속에서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것은, 그 과정 자체가 저를 성장시키는 의미 있는 여정임을 무의식이 알려준 것이라고 생각해요.


Q. 결국 이 모든 꿈의 여정을 통해 작가님은 무엇을 얻게 되었나요?


"넓은 집 한쪽, 탁자 위에는 악세서리들이 흩어져 있었어요. 저는 그것들을 한 곳에 모아 정리했죠. 마치 정리되지 않은 생각처럼 흩어졌던 감정들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했습니다. 이 꿈의 마지막 부분은 저에게 내면의 치유와 정화의 과정을 상징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저를 가장 따뜻하게 감싸주었어요. 엄마가 말하길, 동생이 어제 차를 마시다 '이거 할머니 드리면 좋겠다'라고 했다는 거예요. 꿈속에서 돌아가신 할머니가 앉아 계셨고, 저는 그 작고 왜소한 등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습니다. 그저 안아드리는 수밖에 없었죠."


이 꿈은 저에게 '상실을 통한 위로'와 '사랑의 회복'이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부모님의 이사로 인한 상실감, 관계 속에서의 혼란 등 불안정한 감정의 여정을 거쳐, 결국 사랑하는 가족과의 연결과 돌아가신 할머니와의 따뜻한 재회를 통해 내면의 평화를 얻게 되었습니다. 복잡하게 얽혔던 감정들이 정리되고, 결국 사랑이라는 가장 큰 가치를 통해 위안과 안정을 찾는 저의 무의식적인 여정이었던 것이죠.


저는 이 꿈들을 통해 삶의 불안정성을 마주하고, 관계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며, 결국 사랑과 연대를 통해 치유되는 과정을 경험했습니다. 앞으로도 저의 꿈 기록과 해석을 통해 독자분들도 자신의 무의식이 보내는 메시지에 귀 기울이고,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 스스로를 이해하고 나아갈 힘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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