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이 보내는 초대장 8

삶의 우회로에서 발견한 나, 그리고 뜻밖의 동행

by 베리바니

Q. 꿈의 시작, '돌아 나와야 했던 길'과 '찾을 수 없었던 약'은 작가님의 어떤 감정을 반영하고 있나요?


제 꿈은 지하철역 출구의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시작됩니다. 늘 붐비는 출구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줄을 서다, 결국 원하던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길을 돌아 나와야 했습니다. 마치 삶이 가끔 그러하듯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나야 할 때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어진 장면에서는 작은 슈퍼 같은 약국에 들렀는데, 제가 찾는 약이 죄다 없었습니다. 바닥에는 사장님 손주의 장난감과 스티커가 널려 있었죠. 괜히 그것들을 정리하고 나온 건, 아마 마음 한편이 어지러워서였을 겁니다. 뭔가를 정돈하면 내 안의 무질서도 정리될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꿈은 '목표를 향한 방황'과 '필요한 것을 찾지 못하는 답답함'을 상징합니다. 원하던 길로 가지 못하고 우회하는 상황은 현실에서 제가 겪는 좌절감이나 계획에 없던 상황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약국에서 찾는 약이 없었던 것은, 당장 필요한 해결책이나 위안을 찾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며, 어지러운 바닥을 정리하는 행위는 내면의 혼란을 해소하고 싶은 저의 무의식적인 노력을 보여줍니다.


Q. '사물함 속 교복'과 '스머프 같은 나'는 작가님의 어떤 전환점과 재발견을 의미하나요?


어느새 저는 고등학교에 있었습니다. 교복도 안 입은 채 단합대회 출발 시간이 다가오고, 급히 교실로 들어가 준비하려는데 교복이 없는 겁니다. 당황하고, 좌절하고, 포기하려던 찰나 "아, 사물함!" 하고 외치며 사물함을 뒤적이니 교복이 나왔습니다. 정말 횡재한 기분이었죠. 몸에 끼는 교복을 억지로 입으며 낄낄대자 옆에 있던 친구가 치마 지퍼를 올려주며 "스머프 같아~" 하고 웃었습니다. 그 순간 거울을 보았는데 거울 속 저는 생각보다 귀여웠습니다.


그때 일진으로 보이는 친구들이 들어왔고 공기엔 살짝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복도에선 갑자기 마시멜로우가 날아다니고 시끄럽고 정신없었지만, 어쩐지 유쾌했습니다. 인생은 늘 예상과 다르게 어이없는 순간에 웃음이 터지니까요.


이 꿈은 '절망 속에서의 문제 해결'과 '긍정적인 자기 수용'을 상징합니다. 교복을 찾지 못해 좌절하던 순간,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해결책을 찾아낸 것은 제가 가진 문제 해결 능력이나,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몸에 끼는 교복을 입고도 '스머프 같다'는 유쾌한 놀림과 '생각보다 귀여웠던' 거울 속 모습은, 저의 불완전한 모습마저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기 수용의 과정을 나타냅니다. 이어진 혼란 속 유쾌함은, 현실의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도 저만의 방식으로 즐거움을 찾고 긍정적인 면을 보려는 태도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Q. '설문조사'와 '남편과의 동행'은 작가님의 어떤 자기 탐색과 관계의 중요성을 말해주나요?


장소는 어느 방으로 바뀌고 심리 상태를 묻는 설문조사를 받았습니다. 종이가 없어 옆 사람에게 빌렸죠. 저는 설문지를 통해 제가 누구인지, 어디쯤 와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왜 이렇게 자꾸 돌아 나오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습니다.


길을 걷다가 신랑에게 핸드폰을 던졌습니다. 그가 주워 들고 제게 "이거 자기 거지?"라고 물었고, 저는 웃으며 그의 옆으로 뛰어가 함께 자동문을 지나쳤습니다. 문이 닫히기 직전, 우리는 그 자동문을 함께 통과했습니다. 이 순간, '누구와 함께 걷느냐는 때때로 어디로 가느냐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문조사는 '심층적인 자기 탐색'과 '내면의 질문'을 나타냅니다. 제가 삶의 방향이나 존재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죠. '핸드폰을 던지고 함께 자동문을 통과하는' 모습은 '신뢰하는 관계 속에서의 순조로운 나아감'을 상징합니다. 중요한 소통 수단인 핸드폰을 맡기고, 함께 미지의 문을 통과하는 행위는 남편과의 깊은 신뢰와 동반자 관계가 저에게 큰 안정감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경험을 통해 '어디로 가는가'보다 '누구와 함께 가는가'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Q. '명상가와 도인', 그리고 '배신과 뜻밖의 도움'은 작가님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했나요?


산속에서 명상가를 만났고 그 옆에 있던 거대한 도인은 웃통을 벗고 명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향은 어쩐지 싸구려 냄새였고 이름도 우습도록 엉뚱했습니다. 삶은 가끔 그렇게 고요하고, 진지하고, 또 우스꽝스럽습니다. 함께 걷던 명상가는 여자로 변했고, 가시꽃이 피어 있는 길로 저를 유인하더니 "킥보드는 1인용이야"라며 버럭 화를 내고 저를 두고 떠나려 했습니다. 혼자 집으로 돌아갈 자신이 없던 저는 그녀의 등을 붙잡고 싶었습니다.


그 순간, 웃통 벗었던 도인이 옷을 입고 나타나 킥보드를 타고 도망치던 그녀의 등을 발로 차 넘어뜨렸습니다. 왜 그 장면이 그렇게 통쾌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저를 두고 떠나가는 것에 익숙해지고 싶지 않아서였을 겁니다. 아니, 제 편이 되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꿈에서라도 믿고 싶어서였을까요.


이 꿈의 후반부는 '삶의 아이러니와 이중성', 그리고 '관계 속에서의 배신감과 예상치 못한 도움'을 상징합니다. 고요하고 진지한 명상 장면 속에서도 느껴지는 싸구려 향과 우스꽝스러운 도인의 이름은, 삶의 진지한 순간에도 비현실적이거나 우스운 면이 공존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명상가가 돌변하여 저를 두고 떠나려 한 것은 믿었던 관계에서의 배신감이나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도인이 나타나 그녀를 넘어뜨리는 장면은 강렬한 통쾌함과 함께 '나를 지지해 줄 누군가가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는 현실에서 제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도움을 받거나 저를 지지해 줄 조력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무의식의 위로일 수 있습니다. '나를 두고 떠나는 것에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저의 내면과, '내 편이 되어줄 누군가'에 대한 간절한 바람이 꿈속에서 실현된 것이죠.


Q. 결국 이번 꿈은 작가님에게 어떤 '인생의 통찰'을 선물했나요?


오늘 꿈에서 저는 돌아 나오고, 웃고, 넘어지고, 다시 웃었습니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저를 탐색하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위로와 도움을 받으며,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발견했습니다.


이 꿈은 저에게 '인생은 예상치 못한 우회로의 연속이며, 그 속에서 진짜 나를 발견하고, 함께하는 이들의 소중함을 깨닫는 여정'이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좌절 속에서도 자신을 믿고 나아가며, 때로는 타인의 냉대와 배신을 경험하더라도 결국은 나를 지지해 줄 존재가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이 모든 경험들이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진정한 웃음과 위로를 찾게 하는 삶이라는 이름의 꿈임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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