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졌던 나에게서, 살아내는 나에게로
누군가를 지키려 한 적은 없다.
삶의 의미를 새긴 적도 없다.
흐르는 시간을 거스르려 애쓴 적도 없다.
그저 얌전하게, 조용하게,
별일 없이 흘러가는 하루를 살았다.
정확히 말하면 살아낸 게 아니다.
그냥 살아졌을 뿐이다.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한 발 늦게 따라붙는 나를 느꼈다.
무엇을 위해 사는지도, 어디를 향하는지도 몰랐다.
이런 시간은 사진으로도 남기고 싶지 않다.
마음이 없었던 만큼, 추억도 흐릿했다.
빛바랜 사진이 된 것처럼 너무 아까웠다.
내가 겪고, 지나왔던 시간인데
그 어디에도 '나'는 또렷하게 담겨 있지 않았다.
이제는 살아지고 싶지 않다.
살아내고 싶다.
살아짐과 살아냄의 차이는 바로 선택에 있다.
이제는 내가 나를 선택하고 싶다.
내 삶을 살아가는 주체로,
다시 내 인생의 안쪽으로 들어가고 싶다.
나를 다치게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고, 나를 중심에 두고 판단하며, 무엇보다 나를 지키는 삶을 살고 싶다.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순간들을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가고 싶다.
기억할 수 있는 삶,
기억할 수 있는 나로 살아가고 싶다.
삶이 내게 흐르도록 두지 않고,
내가 삶을 선택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내가 나를 지키는 삶이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건강한 사랑이다.
나비의 끄적임에 잠시 머물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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